이번 지방선거에서 패색이 짙어가던 그 시점의 유시민을 상대로 SBS가 문답을 하는 동영상을 우연히 봤다.

유시민 양쪽에 측근들(이겠지)이 같이 자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아니, 저 녀석이?

유시민의 옆에 있는 친구들 중 하나는 분명히 내 대학 후배였다. 후배 가운데서도 가깝다면 무척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친구다.

일찌감치 노무현 진영에 들어갔고, 노무현 당선 후에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 친구도 내게 연락해오지 않았고, 나도 그 친구를 찾을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2007년 대선 끝나고는 내가 수소문해서 먼저 전화를 했다.

몇 년만에 통화하는 것인데 그래도 대번에 목소리는 알아듣더만...

대선 패배의 후유증을 앓고 있을 놈한테 노무현 욕을 꺼낼 수는 없었다.

"야, 그동안 고생했다. 힘내라."

"네, 형님... 죄송합니다."

그리고, 한번 만나자고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만났을 때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으로 흡수되는 시점이었다. 합당 과정에서 이 친구는 무척 심적 고통과 갈등을 겪는 것으로 보였다.

이 친구는 잔류 민주당 당권파들에 대해서 사무치는 원한을 가진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도 노무현 욕을 실컷 해주었다. 기분이 엄청 나빴겠지만, 그래도 내색은 안하더라.

이 친구는 그나마 안희정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안희정 진영에 가서 돕기로 약속했다는 소리도 직접 하드만.

그리고... 노무현이 죽었다. 그리고 나서는 연락이 끊겼다. 내가 두어번 전화했는데, 아예 받지도 않고 연락도 없다.

나는, 이 친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안희정 캠프에 가 있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유시민?

왜 갑자기 국참으로 갔을까? 도저히, 민주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본 것일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서프에서 유시민 지지하는 친구들의 발언을 보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이 친구들이 유시민을 지지하는 이유가 뭘까? 도대체 무엇이 유시민을 그렇게 지지하게 만들고, 열렬한 유빠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일까?

유시민이 노무현 후계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무현이 과연 유시민을 후계자로 인정한 적이 있었나? 그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그 발언이 사실이라 해도 내가 보기에는 큰 의미가 없는, 일종의 립서비스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내 느낌으로는 노무현이 몇 번에 걸쳐 유시민에게 "정치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보기에 유시민은 노무현과 닮은 점이 없다. 공통점이 없다. 도대체 어떤 점에서 유시민이 노무현의 후계자라고 다들, 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일까?

이번에 지방선거 끝나고 서프를 지켜보면서 저 의문을 풀 실마리 같은 것을 하나 보았다. 유시민을 욕하는 사람과 옹호하는 사람의 대립은 언제나 하나의 테마로 귀결된다. 그것은 영호남 갈등의 문제이다.

난닝구들은 유시민이 디제이를 욕하고, 민주당을 욕하고, 호남을 폄하했던 발언에 분개하지만 유빠들은 바로 유시민의 그런 전력 때문에 유시민에게 집착하는 것 아닐까? 호남이 유시민을 공격할수록 유빠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들이 유시민을 노무현의 후계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무현의 정치역정 가운데 바로 호남당 극복이라는 테마가 노무현 정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그 핵심요소를 가장 잘 이어받은 정치인이 유시민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이것은 국참과 유시민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분리되는 부분이다. 국참에는 이병완 등 호남 출신들도 적잖이 포진하고 있지만, 그들과 유빠들은 성향도 지향점도 다르다. 국참의 다른 멤버들은 아마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겠지만, 유빠들은 그 가운데서도 '호남 배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표로 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의 민주당 입당 또는 국참과 민주당의 당대당 합당을 반대한다. 이제 백의종군도 필요없다. 그냥, 영원히 니들끼리 빨아주면서 지내라고 말하고 싶다. 모르기는 해도, 민주당과 국참의 합당 얘기가 나오면 국참 가운데 반대하는 자도 있고, 찬성하는 자도 있을 것 같다. 반대하는 자들은 또라이들이지만, 그래도 불순한 자들은 아니다. 정말 골치아픈 자들은 찬성하는 무리들이다. 이들은 위에서 말한, 유시민의 반호남, 반민주당, 반디제이 성향 때문에 유시민을 추종하는 무리들이다. 이들은 원칙도 없다. 유시민을 위해서라면, 유시민의 반호남 성향이 승리하기 위해서라면 민주당 같은 호남당에 들어가 분탕질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무척 높은 자들이다.

위에서 말한 내 후배는 호남 혐오론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순수하고, 열정에 불타는 친구였다(당시 운동권에서 안 그런 친구가 누가 있었을까마는). 신입생 시절에 황석영의 넘어넘어(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를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종이가 눈물에 젖어 책의 부피가 두 배 가량 커졌다는 일화를 만들었던 친구이기도 했다.

지금도 이 친구는 아마 호남 혐오론자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 친구가 부딪혔던 구민주당 주류들의 행태가 얼마나 역겨웠던 것일까? 이 친구에게는 유시민과 유빠들의 주장에 내재한 그 '반호남 정서'가 암암리에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내가 보기에 유시민과 호남의 갈등은 봉합 불가능하다. 유시민의 문제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유빠들이고 또 유까들 역시 유시민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따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유시민의 득표력이나 상징성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유빠들은 지금 "이번 지방선거도 유시민 아니었으면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또 "민주당에는 대선후보가 없다"며 유시민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악악댄다.

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이번에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송영길, 이광재, 안희정 등이 국참의 간판으로 나왔을 때 당선 가능했을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단적으로 말해, 김두관도 아마 국참 간판으로 나왔다면 보고말 것도 없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한명숙 역시 국참 간판을 내걸었다면 이번에 얻은 표의 10%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도말'의 의미는 이런 것이다. 갈 사람은 가게 해주자는 것이다. 죽어가는 개구리 배에 억지로 바람 불어넣고서 쌩쌩하게 살아있다는 억지 부리지 말자는 얘기다. 유시민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인물이다. 장기적으로 노빠 유빠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 빨리 사라지게 해주자는 얘기다. 그런 진통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이병완 등이 유시민의 호남 혐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내 후배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하지만 저들은 이유가 뭐건 유시민과 유빠들의 영향력 안에 놓여있고, 결국 유시민이 주도하는 행동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본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본인들의 선택이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결과이겠지. 이걸 흔히 운명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위에서 말한 내 후배와는 아마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만나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그래도 가슴이 막막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노무현 식으로 나도 "운명이다"고 한 마디 해볼까? 그래도, 마음이 전혀 가벼워지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 이것도 우리들의 운명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