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승리만한 보약은 없습니다. 어제 오늘 사이 아크로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군요. 그 조짐은 있었지만 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들뜬 기분 달래며 제 나름대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해보고 싶습니다.

1. 역시 대중은 위대하다.
저 자신 국개론을 허구헌날 비판해왔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서 정말로 대중은 저같은 장삼이사의 예측을 뛰어넘는 존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뒤에 몇몇 창조적 리더의 공도 칭찬하겠습니다.) 민주당에 대한 유시민 지지자들의 비판이나 역을 구태여 언급할 필요없이 사실 민주당, 국참, 진보 진영 모두 크게 잘한 것 없었지요. 기어이 말하자면 일찌기 연대와 단일화를 선언하고 불쏘시개를 한 민주노동당 정도나 현명했다고 할까요? 그렇지만 대중은 그런 뻘짓들 속에 작은 불씨를 찾아내곤 기어이 희망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버렸습니다.

2. 유시민의 시련,
오늘같은 날, 구태여 유시민을 비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단일화를 무산시킬 뻔한 당시의 행보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시민단체의 중재를 거절해서가 아닙니다. 앞뒤 말 바꾸기, 거기에 극단적인 언사를 써가며 시민단체와 민주당을 무슨 비도덕적 집단으로 매도했던 건 분명히 비판받아 마땅한 처사였죠. 그렇지만 그 뒤로 유시민이 나름대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건 인정받을만 합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보듯 유시민은 수도권에서 제일 크게 졌습니다. 이유는 다 알것입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그는 그 동안의 분열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마땅하죠. 그렇지만 유시민 지지자들이 이번 결과에 구태여 낙담할 것도 없습니다. 어찌되었든 호남 유권자들,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 다수가 그를 지지했습니다. 제가 전에 이야기했듯 행동이 바뀌면 생각이 바뀝니다.(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뀔 것이라 믿는건 허구헌날 책만 읽은 지식인 엘리트들의 오만에 불과합니다.) 이번을 기화로 유시민은 민주당 지지자들과의 앙금을 털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앞으로 그가 신뢰받을 수 있게 행동하면 다시 야권의 리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한명숙의 행운.
전 한명숙에 관한한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놀랍게도 서울시민은 박빙의 결과를 보내줬습니다. 일각에선 노회찬과 단일화했으면 이겼을 지도 모른다고 아쉬워합니다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막판 단일화는 정략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와 역풍을 가져왔을 것입니다. 구청장 선거와 구별 한명숙 지지율, 그리고 비례대표 지지율의 차이에서 보이듯 한명숙의 패배는 그 자신 5프로의 부족에 기인합니다. 정책의 부실, 당내 경선의 난맥상 등등. 오히려 전 박빙이란 결과에 놀랐습니다. 언제 제가 댓글에 달았듯 사실 한명숙은 디제이와 노무현, 재야까지 아우르는 인맥과 포용력을 가진 인재입니다. 서울 시민은 그녀에게 명예로운 패배와 킹메이커의 자리를 선사했지요. 정말 놀라운 결과고 한명숙의 행운입니다. (이 대목에서 명토박아 둡니다. 다시 한번 민주당 지도부가 박빙에 도취하여 한명숙 선출과 같은 당내 패권과 편법에 의존하면 그 결과는 참혹하게 돌아올 것입니다.)

4. 박지원, 손학규, 김진표의 공로
전 솔직히 박지원이 유시민의 경호실장을 자처하며 경기도를 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착잡했습니다. 속이 좋은건가 싶었고 유시민에 대한 제 감정상 은근히 배알이 꼴렸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결과를 보며 누구보다 박지원과 손학규의 공을 칭찬해야 할 것 같군요. 그들의 후보 단일화와 대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야권 지지자들이 이만큼 단결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유시민을 못마땅해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이 움직였고 역으로 골수 반민주당 유시민 지지자들은 자제할 수 밖에 없었으며 큰 잡음없이 야권 선거 운동이 펼쳐질 수 있었지요. 전 누구보다 위의 세 사람에게 술잔 바치고 싶습니다.

5. 안희정, 송영길, 이광재, 김두관의 정당한 결과.
이 세 사람의 승리는 앞으로 야권이 꼭 명심해야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사람의 공통점은 그 행보에 있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무현의 당선이 가르쳐준 교훈도 바로 일관성과 납득할 만한 행보였지요. 야권은 이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6. 드디어 야권에 권력의지가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말 그대로 입니다. 드디어 야권에 잠룡들이 등장했습니다. 위의 광역 단체장 모두 슬슬 차차기를 생각하겠지요. 본인은 몰라도 주변에서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 뿐일까요? 당연히 자극받은 젊은 피들도 이제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당연히 기존의 나와바리를 지키기 위해 올드 보이와 레이디들도 움직이겠지요. 한동안 조용하던 민주당에 드디어 즐거운 권력투쟁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닐 터니 분당의 뼈저린 교훈을 잊지 않고 있겠지요.

7. 가장 중요한 성과, 지지자들이 뭉쳤다.
예. 뭉쳤습니다. 당장 봅시다. 이 곳의 닝구들 모두 안희정과 김두관, 이광재의 승리를 자기 것처럼 기뻐하지 않습니까? 이 곳에 유빠분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분들도 민주당의 승리를 기뻐하지 않겠습니까? 또 앞으로 박지원이나 손학규, 정동영 등을 예전처럼 날서게 비판하긴 뻘줌하지 않겠습니까? 예. 앞에서 말했듯 사람은 행동이 바뀌면 생각이 바뀝니다. 이번의 행동과 그 결과는 앞으로 야권 지지자들의 생각을 바꿀 것입니다. 이런 계기를 만들어준 박지원 등의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 노동당 지도부, 그리고 - 솔직히 좀 뻘쭘합니다만-유시민씨까지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서 오늘 전...........설사 내일 다시 생각이 복잡해질지라도..........일단은..............야권 내의 즐거운 권력 투쟁과 분당 이전의 야권 지지자들의 복귀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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