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 대학교 학생으로부터 제게 서면 인터뷰가 들어왔기래 학생에게 답변해 준 내용을 여기 아크로에도 올립니다.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학기에 언론법제라는 수업을 학교에서 수강하고 있는 **대학교 행정학과 4학년 ***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수업 과제의 일환으로  언론사의 피의자 신상공개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언론윤리 분야 전문가님의 의견을 여쭙고자 이렇게 메일 드립니다.


지난 2월 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에서 경찰은 분노하는 국민의 법감정과 알권리를 보장하는 공익적 차원에서 김씨의 얼굴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는데 이 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가 피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 대신, 공공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언론사의 자기책임"이라며 "공개에 대한 형사적인 책임은 물을 수 없지만 민사적인 손해배상 책임은 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에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과감하게 범인 강씨의 얼굴사진을 공개한 것은 용기 있는 도전으로 한국사회에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노력의 일환"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하나의 원칙에 불과할 뿐,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 “우리는 너무 피의자의 인권만 강조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나 행복추구권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나” “재발율 높은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피의자 신상공개는 물론 다양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에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현재 주요범죄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한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 이 발의돼 계류중입니다. 이법안은 얼굴공개를 판단하는 주체의 문제, 공개시 공익성의 모호함과 인권침해 문제등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답변

부산여중생 성폭행 살인사건 피의자(피고인) 김씨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저는  "공공 이익의 실체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합니다.  도주하여 수배 중인 피의자라면 추가적인 피해자의 차단 등 구체적인 공공의 이익이 있기에 신상을 공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만  피의자 김씨는 이미 구속 구금돼 수사를 받는 피의자 입니다. 이러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공공은 어떤 손해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공의 이익이란 것은 사실상 대중의 호기심 충족, 복수심의 만족 뿐입니다. 


"피의자의 인권만 강조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한다,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나 행복추구권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느냐"라는 이의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인권은 이미 침해된 상태로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복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피의자의 인권 (초상권, 재사회화 기대권)을  제한한다고 해서  침해된 피해자의 인권은 복구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인권의 회복과는 상관없이 피의자의 인권만을 제한하는 것은 대중의 호기심 충족 내지 복수심의 만족을 충족해줄 뿐, 공공의 이익과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 회복이나 행복추구권 역시,  얼굴 공개를 찬성하는 측이 말하는 그 수단이라는 것이 응보의 목적을 위해 피의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것인데,  이 역시 그렇게 한다고 해서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똑같이 있습니다.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의 실체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경제적 피해,  정신적 심리적 피해입니다.   또 사회적차원에서의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는 범죄적 환경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불안 공포, 즉 행복추구권의 침해입니다.  이러한 피해는 어떤 수단을 통해서 복구할 수 있고 어떻게 행복추구권을 향유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 복구 및 행복추구권의 회복의 구체적 내용으로서  개인적 차원에서의  경제적 피해,  정신적 심리적 피해. 이것은 국가배상,  심리치료 정신치료를 통해서 회복될 수 있는 것이지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해서 회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 사회적 차원에서의 범죄적 환경에서 생활하는 데 따른 불안 공포, 즉 행복추구권의 침해들은 범죄율를 떨어뜨리는 치안 활동, 범죄 예방을 통해서 회복될 수 있는 것이지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해서 회복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피의자의 인권의 침해를 통해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피해자 유가족의 피해를 복구하고 행복추구권을 달성한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입니다.  이렇게 대중의 호기심 충족 및 복수심의 만족을 위해 피의자의 인권을 제한하는 것은 결국 한 사회의 인권의식 수준을 떨어뜨리게 됨으로써 범죄적 환경에 더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제 2, 제 3의 피해자를 발생시키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피의자의 인권을 제한하여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사회의 진보의 방향에 반대되는 반동적인 행태이므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안됩니다. 


형사정책의 연혁을 볼 때,  전근대 시대는 응보주의가 지배적 가치였고 여기에 일반예방주의가 가미되었습니다. 이것이 근대들어 일반예방주의가 지배적 가치가 되었으며 응보주의가 가미되었으며 현대에 들어 특별예방주의가 일반예방주의와 대등하게 지배적 가치로 됐습니다.  사실상 응보의 가치는 현대 형사정책에서는 떳떳하게 주장할 수 없는 가치이며 현대 형사정책은 일반예방과 특별예방의 가치의 조화를 통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범죄자에게 형벌을 집행하는 장소가 '감옥'에서 '형무소'로,  '형무소'에서 '교도소'로 이름을 바꾼 것은 이러한 형사정책적 가치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피의자 김씨의 얼굴을 공개하는 측은 오직 응보적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는 형편인데,  이것은 전근대적 형사정책적 가치입니다.  현대 형사정책적 가치가 제도적으로 수용되고 이러한 현대 형사정책 제도 하에서 우리가 살게 된 역사적 진보를 과거로 되돌리는 반동적 행태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처 지금의 형사정책 제도가 마련된 것인데  사이비 자유주의적 과거회귀적 반동적 가치가 학생과 언론 지식인들 사이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언론사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언론사의 자기책임입니다.  공개에 대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을지 여부는 원칙적으로는 피의자의 경우는 무죄추정을 받기 때문에 소를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봅니다. 피의자가 명예훼손과 초상권의 침해 등을 이유로 소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다만 실제로 피의자가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소를 제기할 수 있을지,  소를 제기했을 때 나라의 인권 수준이 30년 전 수준으로 퇴행한 현 상태에서  과연 사법부가 침해를 어느정도로 인정할지는 의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사가 형사적 책임과 민사적 책임도 지도록 해야한다고 봅니다. 그 전에 인권 수준의 회복이 선행돼야겠죠.


참고로 '무죄추정의 원칙'은 예외 없는 원칙을 이야기할 대상이 아닙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형사법의 대원칙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인정될 수없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법 제도에 대한 무지의 소치입니다.


주요범죄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한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반대하나  예외적으로 수배중인 주요범죄피의자의 경우, 일정한 상위법익과의 비교형량에 의해 공개해야할 수준을 특정하여 신상을 공개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그 피의자가 자수를 하거나 체포 구속이 완료돼 구금됐을 경우에는 그 즉시, 신상 공개를 철회하여 그 이후 부터는 신상을 비공개로 처리하여 공소를 유지해야할 것입니다. 


또  피고인이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이 났을 경우에는 법익형량에 따른 신상공개기준 원칙을 적용하여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그 범죄자의 신상을 비공개로 유지해야할 것입니다.


제가 국내외 판례를 종합 정리하여 제시하는 범죄자 신상공개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보도의 명예훼손의 위범성조각 사유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한 기준들입니다.  문언의 의미를 깊게 파악하셔야 합니다.


1. 혐의만 받고 있는 경우에는 신상이 공개되어서는 안된다.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공개될 수 있다.
2. 경범죄이거나 또는 소년범죄의 경우에는 성명을 특정하거나 사진을 게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범죄자를 특정하는 것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3. 범행이 사회적으로 고도의 해악성을 가지는 중범죄인 경우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공적 생활이나 기타 사회의 상위 이익에 대하여 직접적 연관을 갖는 경우에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
4. 사회적 고도의 해악성이 없는 중범죄일 때도, 누구의 범죄인가를 알리지 않으면 뉴스의 정보가치가 상실되는 경우, 혹은 우회적으로 표현하더라도 당사자가 누구인지 감출 수 없을 경우에는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
5. 누구의 범죄인가를 알리지 않으면 상관없는 사람이 의심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
6. 신상이 공개되는 중범죄의 경우에도 성명과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사건 발생 직후에만 허용되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이후에 보도 등에서 신상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
7. 중범죄의 경우 언제부터 익명처리해야할 것인지는 논란이 있으나 최소한 석방 시점 이후 부터는 범죄자의 재사회화를 위한 안온한 생활영위를 보장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익명으로 처리한다.
8. 공인(연예인 포함 안되나 사회통합적 역할을 담당하는 특급 연예인의 경우는 준 공인으로 보아 공인에 포함)의 범죄일 경우는 경범죄일 때라도 공공의 특별한 신뢰를 받는 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에 관하여 범죄를 범한 경우 밝혀진 사실관계의 범위에서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
9.  공인의 경우 자신에게 부여된 직무와 관련성 없이 범죄를 범한 경우에도 그 범죄 사실 자체가 시사적 의미를 가지는 경우에는 그 범위에서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
10. 이상의 신상 공개는 유죄의 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 가능하나 예외적으로 유죄 확정 판결 이전에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10-1.  그 범행이 공공의 면전에서 범해진 것일 때
     10-2.  타인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특별한 이유에서 사법질서의 유지를 위해 그에 대한 혐의의 보도가 필요한 경우
     10-3  사법관청이 시사적 취급을 요하는 범행의 수사를 위해 공개적으로 대중매체를 이용한 경우
     10-4  범행이 특히 임의로 진술된 신빙할 만한 자백에 의해 증명되었거나 다툼이 없는 경우


이번 부산여중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경우 김모씨의 성폭행의 자백은 있으나 살인의 자백이 없었고 범죄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금, 구속된 피의자 내지 단순한 피고인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신상공개는 위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