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넷 하킴님 글 읽고 정말 가슴이 아프더군.

http://skynet.tistory.com/1319

나도 그녀를 기억해. 아래 단 댓글처럼 그녀는 정말 어느 집회장이든, 어떤 자격을 참여하든 눈에 뜨이는 여자였어. 미모도 아니고 늘 수수한 차림인데도 그녀 주변은 이상하게도 환했지.

그녀가 민노당 의원이 되었을 때, 조금 안좋은 뒷소문을 듣기도 했지만 그런 정도는 어느 정치인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고 고종석이 말한 대로 진보의 붉은 장미를 떠올리며 좋아했어. 그리고 기대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지고 인기를 모아 흐뭇했지.

이 곳의 어떤 진보 흉아는 유시민 잘 되니까 배아파서 그러냐고 비아냥거리는데 진심을 걸고 말하지만 난 그런 거 없어. 난 이번 단일화가 과연 야권에게 좋은지부터가 의문이니까. 그런데 말 나온 김에 이야기지만 난 진보 흉아가 참 이상해. 전에 누가 진보진영에 대해 비판했을 때 이미 보수야당의 정체가 드러났으므로 진보 진영은 갈 길이 다르다는게 증명됐다고 주장하던데- 그 형이 맞다면 - 형은 지금 심상정에게 분노해야 하는게 아닐까?

말이 샜어. 아무튼 이 담벼락에 글을 올리는 형아들도 어느 정도는 내 심정과 비슷한 것 같아. 요 며칠 달궈진 담벼락 글을 보면 심상정에 대한 비난은 거의 찾을 수 없지. 물론 진보 신당 게시판에선 분노가 들끓고 있지만 이 곳의 유빠 흉아들은 물론이거니와 닝구 흉아들도 심상정에 대해선 비난하지 않는 분위기잖아. 아닌가?

내가 마음이 아픈건 이런거야. 가령 내 주변에도 진보신당 흉아들이 있지. 그 흉아들, 뭐랄까 없는 집안에서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흉아들이잖아. 그 흉아들이 내 앞에 했던 말들, 이제 다 허언이 되버렸어. 그런거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벌써 흉흉한 소문들이 돌고 그 소문은 지금 밥 굶어가며 뛰고 있는 진보 흉아들의 가슴을 후려 파겠지. 난 그 흉아들이 받은 상처까진 아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맥주 마시며 보수인 나를 도덕적으로 당당히 비판하던 그 흉아들이 어깨가 얼마나 처져있을까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 정말로.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좋은 흉아들이란걸 아니까. 키보드만 두들길 뿐 다투기 싫어 남 앞에서 정치 이야기 잘 하지도 않은 나와 달리 몸으로 실천하는 그 흉아들은 최소한 삶의 충실성이란 점에서 나보다 나은 흉아들이라고 생각하니 말야.

그 다음, 왜 심상정이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생각해도 마음이 아파. 서울대 운동권 네트웤이든 뭐든 일단 제쳐두고 최대한 선의로 상정 누나의 결단(?)을 이해해 보겠어. 아마도 3프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녀를 짓눌렀겠지. 본인의 활로는 그만두고라도 말야. 그래서인지 지난 총선이후, 특히 노무현 서거 즈음해서 그녀가 현실 진보에 대해 고민해온 흔적들이 있어. 가령 디제이에 대해서도 집권 이후의 플랜을 갖고 있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지. 아래 글을 봐. 난 최대한 선의로 이해할 때 그녀의 단일화는 아래와 같은 구절에서 예감할 수 있었을 거라고 봐.


"....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희망, 자기 삶과 사회에 대한 근원적인 열망, 이런 부분을 집약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점에서 신뢰를 줄 수 있다면 나머지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경선에도 나갔었지만, “국민 여러분 저에게 권력을 주십시오!”, 이것이 대선인데, “권력을 저한테 주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여기까지 이렇게 변화시키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확신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레토릭을 넘어 실제 대안과 전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제가 보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갖췄던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보는데요, 그것을 (우리가) 계속 축적해가고 있는 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출처] 김대중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작성자 공희준"


그리고 이건 정말 희망사항인데 말이지. 난 내가 선의로 이해한 그녀의 고민이 진보 신당내 지도부에서 공감했었기를 바래. 동의는 못해도 이해는 한다, 뭐 이런게 있었길 바래. 그래서, 지금 단일화를 통해 전체 진보 진영의 활로를 뚫는 역할이 되기를 기대해. 어쩌면 희생양이 될 지라도 말야. 그래야 내가 좋아했던 심상정의 모습을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말이지. 그래도 20년 넘게 정치판을 봐온 사람으로서, 이건 너무 안좋은 시점에, 안좋은 그림으로 일어났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녀는 진보신당 당원과 선거운동원에게 지운 상처를 감당해야할거야. 내가 선의로 이해한 그녀의 동기가 사실이라 할 지라도 말야. 대중에겐 선의나 그런거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

그래서 말야. 그냥 예감으로 그쳤으면 좋겠는데 진보의 붉은 장미는 이제 시들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그래서 가슴이 아파. 왠지 오랫동안 호감을 가져왔던 어떤 여인을 이제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래서 섣부를지라도 안좋은 예감을 떨치기 위해 이 인사를 해야겠어. 정말 섣부른 인사가 되길 기대하면서.

아듀, 심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