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퇴 선언을 하는 일이 자신의 정치 생명의 탯줄을 스스로 끊어내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  완주하는 것이 자신도 편하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며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거, 본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그런 결단을 내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벌어졌던, 심상정이 노무현과 벌인 한미 FTA 관련 서한 논쟁을 나는 기억한다. 두 사람의 거물급 정치 지도자가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인터넷을 통해 그렇게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입장을 직접 구체적으로 밝혀가면서 차분히,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대화하던 모습이, 생경했지만 그를 넘어서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노무현의 죽음으로 그런 아름다운 광경을 다시 지켜 보는 일은 이제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희망사항이 되어버렸지만, 그와 심상정이 보여준 대화는, 지도자의 위치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정치적인 꿈을 꾼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성찰을 요구하는 일인지, 그러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보여준, 하나의 전범이었다.

 심상정이 당시 대화 상황을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299&aid=0000002242 를 보면 그 단초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심상정이 이번 결심을 굳히게 된 이유는, 정치 전략적인 판단이나 타협의 산물도 아니고, 단일화 압박에 결국 휘둘려서도 아니다. 이해 관계나 거의 이데올로기에 가까운 이념적, 지역적 당파성에만 충실하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직업 정치인들은 우리 정치판에 넘치고 넘쳐 나지만, 자신의 정파성을 넘어선 보편적인 성찰에 기초한 한줄기의 소명 의식, 책임 의식에 따라 정치를 하는 참 정치가들은 정말 드물다. 심상정씨는 바로 후자의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상관 없이, 이번 결단으로 인해 기존의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포함하는 수 많은 사람들이 심상정에게 돌을 던지거나 냉소 하더라도, 나는 심상정을 변함없이 지지하고 신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