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는 휘리예트 데일리. 한 7~8월부터는 터키어로 된 신문도 슬슬 읽어보려고 하는데.. 아마 아래 의견도 많은 터키 측 의견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이전에도 적었지만, 터키에서 접할 수 있는 쓸만한 영자지가 <휘리예트 데일리> 정도뿐이라서;; 제가 영어만으로 터키 측 언론에 접근할 수 있는 직접적 채널은 이것뿐입니다) 더군다나 <휘리예트> 자체가 기본적으로 중도우파-친미-친서방 노선의 논지를 취한다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참고로, 휘리예트(huerriyet)는(ue는 u-변음기호) 터키어로 '자유'라는 뜻입니다. 터키의 3대 일간지로 <밀리예트>, <휘리예트>, <사바>를 꼽는데, 사바(sabah, 터키어로 '여명, 아침'이란 뜻)는 중도우파 성향, 밀리예트(milliyet, 터키어로 '민족'이란 뜻)는 중도좌파 성향입니다.

The gamble over Iran

위의 논평에서는 기본적으로 터키-브라질-이란 핵 중재안이 터키와 브라질의 외교적 실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재안이 타결되었다고 해서 이란의 핵계획이 근본적으로 저지된 것도 아니고, 서방의 우방국들과의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거지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이런 입장입니다. 언젠가 이란 측 인사의 핵계획에 대한 입장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대외적으로 이란은 일본 같은 핵 문턱(threshold) 국가를 목표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문턱 국가라는 건 곧 원하면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는 국가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그 시점까지 도달할 동안에 핵무기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문제입니다. 핵확산 제어를 위한 국제공조에도 시큰둥한 상태이니(본문에 근거를 들고 있습니다) 일본처럼 평화롭게 그 수준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인지, 무기 만들 의도가 없다면 왜 핵사찰을 피하려고만 하는지 등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일각에서는 이번 중재안 타결을 새로운 국제 세력균형의 재정립과 다극체제로의 출발에 상징적인 전환점이 되는 사건으로 보기도 하는 듯합니다만, 본문에서는 이런 시각은 아직 너무 앞서 나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이고요. 더구나 브라질은 몰라도 터키는 서아시아 지역 강국이기는 해도 유럽 지역 강국은 아니며, 국제 세력 균형이 재편되었다고 하더라도(현재 가장 유력한 형태는 중-미-EU의 3극 혹은 중-미-EU-인도의 4극이겠죠) 어떤 세력에서의 중심추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여러 방면으로 많이 부족하니까요. EU-중국-인도-이슬람권 간의 균형추 역할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말하자면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의 상황과 유사한데, 인구는 양쪽 다 약 7-8천만과 2억 3천만 정도로 적은 편은 아니지만(그리고 역내에서는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물론 서아시아에서는 이란이 비등하거나 좀 더 많습니다)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며, 경제적으로도 한쪽은 간신히 중진국 정도이고 한쪽은 아직 평균적으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요. 외교적 영향력이나 군사면에서도 각각 서아시아,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장 강한 수준이지만(동남아에서는 군사적으로 태국이 더 강하던가요? 정확하진 않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EU와 중국이라는 초-지역적 헤게모니에 눌려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고요. 결국, 이런 경우 장기적으로 어떤 '중요한 역할'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떤 '중심적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야기가 샜는데, 어쨌든 위 논평은 <휘리예트>의 평소 논조와는 묘한 불일치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대체로 지금까지 <휘리예트>를 읽은 바에 따르면, 이 신문은 보수적 정부 정책과 명시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기는 꺼렸기 때문이지요.(현재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은 중도우파-친이슬람) 양쪽 다 보수적 코드로 읽힐 수 있는 '친이슬람'과 '친서방'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지금 사안 같은 경우 이 신문은 후자의 입장에 가까운 것 같네요. 물론 친이슬람의 경우는 보수적 코드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하튼 <밀리예트> 등 다른 쪽의 논평은 어떨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