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천안함 효과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수도권에서, 특히 서울, 경기의 야권 시도지사후보 한명숙, 유시민후보의 지지율이 생각보다 너무 낮습니다. 유시민은 "단일화만 되면 무조건 이긴다"라고 호언장담하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게도 거의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했고, 결국 진보신당은 빠졌지만 자신으로 단일화를 이루어냈습니다. 그런데, 단일화효과는 며칠 반짝했을뿐, 단일화 이전과 지지율차이는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은 더 심각합니다. 경선은 제대로 치러지지도 않아서 이계안은 한명숙 선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민주당도 당차원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서울시장선거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이해찬을 비롯한 소위 시민단체주도로 선거를 이끌고 있습니다. 무능력하고 비전없다고 민주당을 수년째 비판하던 바로 그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선거운동기획, 주도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한명숙 왜 나왔?"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수도권 선거를 망치는 주범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가능성 있게 봤던 인천은 악전고투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송영길이 안상수와 라이벌취급받으면서 선거치르는게 안쓰럽습니다. 송영길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때문인지는 몰라도, 급이 다른 사람과 엮여서 힘든 선거를 치르는게 안쓰러워보이기도 합니다.


2. 선거 후
선거 전에 선거예상을 하는 것은 선거 전문가도 아니고 여론조사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민망한 일이지만, 이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인천은 이긴다면 겨우 이긴다정도로 예상되고, 경기,서울은 별로 가망이 없어보입니다. 특히 서울은 문화일보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가 거의 60%에 가까운 지지도를 보이기도 해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포기하는게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천 하나라도 이긴다면, 송영길은 야권의 차기리더로 자리매김하겠지만, 그것은 지금으로서 예상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일뿐, 상황이 좋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당에 대한 견제론이 50%에 달하는 선거에서, 수도권 1승2패, 혹은 3패를 하게된다면, 야권은 선거에서 패배한 것입니다. 분명 이곳저곳에서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불 것입니다. 특히 근래들어 야권에게 가장 좋은 조건 하에서(물론 천안함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치른 선거, 게다가 민주노동당이 낀 야권단일화를 이루고 치른 선거에서 완패한다면, 당연히 거센 책임론이 불 것입니다. 그럼 어떤식의 책임론이 불 것인가.

당연히, 민주당책임론 위주로 비판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통크게 양보하지 못해서 단일화 효과가 작았다", "민주당이 천안함사태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효과적인 대응을 못했다", "노풍에만 기댄 전략부재다", "리더쉽이 취약해서 이슈를 만들지 못했다", "제대로 경선도 안하고 민주당이 망쳤다" 등등 비판할 거리는 넘칩니다.
그리고 비판 후에 내리는 결론은, "민주당 해채해라"  "민주당은 기득권을 버리고 백의종군하라" "민주당은 이념노선정립을 확실히하라" "민주당은 문호를 더 개방해서 싹 다 바꿔라" 등등 어느정도 예상이 됩니다.


3. 뭐가 문제?
2005년 이후 모든 선거 후 저런 식의 비판이 나왔고, 당시 열린우리당부터 현재의 민주당은 저런 비판을 받아들이고 또 뭔가 해보려는 노력을 했지만,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고, 또 똑같은 비판을 받을 지경에 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뭐가 문제일까요. 민주당을 해체하라는 가장 강한 비판을 실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야권이 이리도 지리멸렬한 것일까요?


선거가 끝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질 것을 예상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지 않지만, 적어도 특히 서울시장선거는 앞으로 민주당에게, 혹은 만약 민주당이 비판자들의 바람대로 망해버린다면 그 이후에 들어서게 될 다른 야당에게 타산지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민주당뿐만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게도 적용됩니다.

야권은 서울시장후보로 한명숙을 옹립해놓고, 그 선거를 이해찬을 필두로 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치르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들러리일 뿐이죠. 즉, 지금의 서울시장선거 상황은 지금까지, 예전 열린우리당부터 지금의 민주당에게 '무능력, 무비전'등의 딱지를 붙여가며 가열차게 비판하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역량없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러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에 원칙없이 휘둘리던 민주당의 취약함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고요.

이번 선거 이후에 분명히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또 야권재편논의가 나올 것이고, 역시 하던대로 약간의 자아비판 후, "민주당 결정론"을 주장하면서, 모든게 민주당 탓이다라는 식으로 민주당을 비판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방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선거를 개판쳐놓고 떳떳하게 그렇게 하기도 힘들 것인바,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4. 정당은 정당답게,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사회단체답게
"선거는 구도다"라는 점쟁이같은 말을 하면서 정신못차리고 지난 대선 때 이명박따위는 가볍게 이길거라고 말하고 다니던 이해찬, 그리고 학생운동하던 그 관성대로 수십년째 맨날 하던대로의 비판과 지적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구성해서 자기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 그러한 시민사회단체를 공정한 심판자인양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옮기는 진보언론(시민사회단체와 다를바없음)에게 제1야당이 더이상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능력이 없으니까 시민단체따위에게 휘둘리고 주도권도 다 빼앗기고 하는 것이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앞으로는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제도정치권에 편입해서 정당으로서 정치하려는 정치집단은 소위 재야세력이라고 불리는 시민사회단체와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정말 절실히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은 '노무현'같은 입지전적인 인물에 대한 환상, 무협지 주인공같은 강호의 의리를 지키는 의리파정치인, 뒤는 생각하지 않고 온몸을 던져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자기를 산화시키려는 정치인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환상은 독재시대때에는 간간히 충족됐지만, 시대가 이제 그렇지 않죠. 투사, 열사, 전설은 더이상 나오기 어렵습니다.

시민사회단체, 진보언론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민주당, 혹은 야권 자체 내부에서 새로운 차기 리더를 어떻게든 발굴해내야합니다. 이계안이 그런 리더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시민사회단체, 진보언론쪽 사람들과 이계안간의 네트워크가 없으니, 수년동안 서울시장해보겠다고 정책만들고 연구한 이계안에게 시민사회단체, 진보언론이 무관심으로 일관하지 않습니까. 운동권 네트워크도 좋지만, 시민단체, 진보언론 입맛에 맞도록 애쓰기보다는, 일단 정당 자체 내에서 '이사람 괜찮다'싶으면 그냥 밀어붙이는 것이 요구됩니다.

재야 시민사회단체에서 '한명숙'으로 단일화하자고 요구해도, 일단 제대로 경선부터 해서 후보를 만들자는 자세를 민주당이 가졌어야 하지만, 이리저리 눈치보고, 자기들 행동에 자신이 없으니까 그냥 시민사회단체가 하자는대로 해서 벌어지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정말 이제는 시민사회단체와는 어느정도 거리를 둬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도 이제 제발 자기 분수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대의를 위해 어렵게 생활하면서 좋은일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니까 존중받아야하지만, 아무리 선의라도, 의도가 좋아도, 일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결과는 안좋아도 과정이 좋으면 된다'라는 중학생에게나 통하는 격언(?)따위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당장 자기들이 바라는대로 정당, 정치세력이 행동하지 않는다고, 외부에서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서 자기들이 주도해버리는 일도 이제는 그만 둬야 합니다. 밖에서 비판할 때는 편했죠. "이슈메이킹해라", "프레임을 유리하게 짜라", "복지를 강조해라" 등등 말은 누가 못합니까, 그런데 실제로 그들이 직접 선거를 지휘하는데, 무슨 이슈가 메이드됐으며, 프레임은 또 뭐 어떻게 됐으며, 무상급식은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선거 후, 만약 선거가 야권의 패배로 돌아가게 된다면 나오게 될 야권재편논의과정에서 정당은 정당답게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답게 행동하길 바랍니다. 물론, 그렇게 안될 것이라는데에 100원을 걸도록 하죠.

ps. 그나마 야권에서 선전중인 인천, 충남, 충북, 그리고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를 보면, 시민단체와 큰 관계없이, 그리고 야권 단일화 요구 등과 별로 관계없이 그 지역에서 터를 닦고 기반을 다진 정치인이 인정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송영길, 그리고 '친노'라지만 민주당을 쓰레기취급하지 않는 안희정같은 정치인을 보면, 무슨무슨 구도, 바람 이런 것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