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las Poor Darwin: Arguments against evolutionary psychology』가 쓰레기인가 --- 시작하며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 진화 심리학(또는 사회생물학)의 인기와 영향력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초창기인 1970년대부터 진화 심리학에 대해 지극히 적대적인 비판을 한 사람들이 있었으며 21세기에도 여전하다.

 

진화 심리학을 경멸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진화 심리학자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연구를 망치고 있다. 결국 진화 심리학은 성 차별, 강간, 인종주의, 국수주의, 자본주의, 전쟁, 빈부격차 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과학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들에 따르면 진화 심리학은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사악하다.

 

 

 

이런 주장을 담은 책과 논문이 상당히 많지만 나는 그 중에 두 권을 주목한다:

 

Alas, Poor Darwin: Arguments Against Evolutionary Psychology(2000), Hilary Rose & Steven Rose 편집

Evolution, Gender, and Rape(2003), Cheryl Brown Travis 편집

 

두 권 모두 편집판이다. 진화 심리학에 지극히 적대적이지만 서로 약간씩 비판의 초점이 다른 온갖 부류의 학자들의 생각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두 번째 책은 강간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진화 심리학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론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편이다.

 

진화 심리학에 대한 온갖 비판론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이 두 권의 책은 여러 모로 가치가 있다.

 

첫째, 진화 심리학이 왜 그렇게 적대적인 비판을 받고 있으며 어떤 비판을 받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이 두 권부터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둘째, 대중서 몇 권 읽고 진화 심리학에 매혹된 사람이 만약 이 두 권을 읽고서 진화 심리학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사람은 진화 심리학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그럴 듯한 이야기에 매혹되었을 뿐일 것이다. 이 두 권은 진화 심리학 초보자를 위한 스파링 파트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나의 입장에서는 진화 심리학을 적대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보여주기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쓰레기 같은 글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그 쓰레기들을 비판하기도 편한 것이다.

 

 

 

나는 이전에 이 책을 상세하게 비판할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가 중단한 적이 있다:

 

왜 『Alas Poor Darwin: Arguments against evolutionary psychology』가 쓰레기인가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344

 

그리고 다른 학자가 간략하게 이 글을 비판한 글도 있다:

 

Alas Poor Evolutionary Psychology: Unfairly Accused, Unjustly Condemned, The Human Nature Review, 2002 Volume 2, 99~109, 14 March.

http://human-nature.com/nibbs/02/apd.html

 

 

 

이 책은 15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으로 하나의 장씩 반박하는 글을 올릴 생각이다. 진화 심리학을 잘 모르는 사람과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읽을 수 있도록 되도록 쉽게 쓰고 책의 내용을 인용할 때에는 번역을 할 생각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를 위한 기초 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따라서 완성된 글이라기보다는 메모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똑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인용하고 반복해서 반박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

 

15장까지 다 끝낸 다음에 하나의 글로 묶을지 여부는 나도 모르겠다. 특별히 어딘가에 기고할 계획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냥 미완성된 메모 상태로 남겨둘 가능성이 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한국인에게는 나의 글의 가치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쓴 글 중에 진화 심리학에 대한 적대적 비판을 내가 이 글에서 시도할 정도로 상세하고 정확하게 반박한 글은 없어 보인다.

 

 

 

나는 진화 심리학계가 매우 훌륭한 과학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리학에 비해 진화 심리학은 아직 유아기다. 게다가 진화 심리학자들은 전체적으로 물리학자보다 훨씬 머리가 나빠 보인다. 많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한심하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을 적대적으로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자들, 가부장제 이론가들, 주류 사회학자들을 비롯한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훨씬 더 한심하다. 적어도 진화 심리학을 둘러싼 논쟁이라는 맥락에서는 그렇다. 그들은 진화 심리학을 엉터리로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엉터리 이론들이 진화 심리학에 의해 박살 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 같다.

 

누가 진화 심리학계의 여러 문제점을 제대로 비판했는지 궁금한 사람은 진화 심리학자인 Leda Cosmides & John Tooby의 글과 진화 심리학자들이 아주 좋아하는 진화 생물학자 George Williams의 글을 보면 될 것이다.

 

 

 

201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