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sc01206.jpg<한 7개월 부모님이 하시던 양계장에서 일하고 서울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양계장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올립니다. 제가 아는 대로 쓸 텐데, 혹시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되더라도 너무 탓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1. 닭은 세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계란을 주로 생산하는 산란계, 치킨이나 삼계탕에 들어가는 육계, 알과 병아리 생산에 쓰는 종계.

2. 그럼 토종닭은 분류상 어디에 들어가는 걸까요? 아마 육계에 들어갈 겁니다. 산란계는 산란율이 높고 병에 강한 품종을 골라야 하니 토종닭을 쓸 수가 없습니다. 육계는 빨리 자라고 살이 부드러워야 하니 토종닭을 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푹 고아서 먹을 때는 토종닭이 더 맛있다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만, 저는 차이를 별로 모르겠습니다.

3. 우리나라에는 1년에 100억 개의 계란이 생산/소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세어 본 것은 아니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대충 그런 말이 있더군요. 그 중의 99%는 케이지식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자연양계식 양계장에서 생산된 계란일 것입니다. 케이지식 양계장은 최저 단위가 1만 수 정도인데, 이쯤 되면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고 시설비 등이 많이 들어서 기업형으로 운영됩니다. 자연양계식 양계장은 500 수~3000 수 정도를 기르게 됩니다. 부부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가 대략 3000 마리 쯤이기 때문에 자연히 이 규모가 됩니다.

4. 수퍼나 할인점에 가면 30개 1판에 3000원 내외인 계란은 케이지식 양계장에서 나온 계란입니다. 10개 1판에 3000원~4000원 정도인 계란은 자연양계식 양계장에서 나온 계란입니다.

5. 시중에서 판매되는 계란은 크기에 따라서 구별할 수도 있고, 세균 수에 따라서 구별할 수도 있는데, 대충 일반란, 특란, 왕란 이 세 가지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작아 보이는 일반란, 조금 커 보이고 껍질도 단단해 보이는 특란, 아주 큰 계란처럼 보이는 왕란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중에 판매되지는 않지만 빵 공장 같은 데에 공급되는 액란이 있고, 껍질이 깨져서 사료 등에나 들어가는 파란이 있습니다. 아주 특수한 용도라고 하면, 백신을 배양할 때 쓰는 계란이 있는데, 이 계란에는 항생제가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닭에게 먹이는 사료부터 좀 다릅니다. 

6. 계란은 얼마나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을까요? 0도에 가까운 온도로 냉장하면 8개월 이상 10월, 혹은 1년까지는 보관할 수 있다고합니다. 그러나 시중에서 판매될 때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란 안의 세균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보통 7일~21일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설정하는 모양입니다. 미국은 7일이 유통기한이라고 알고 있고, 일본은 20일이 유통기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통기한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3일 만에도 부패할 수가 있고, 냉장고에 넣어 둔 계란은 세균의 증식속도가 느려져서 더 오래 보관할 수도 있습니다. 오래 보관하면 계란 내용물이 줄어드는데, 그건 계란 껍질에 미세한 구멍이 1만 개쯤 있어서 아주 조금씩 증발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7.  우리나라에서 육계는 6월에서 8월까지 3개월 동안 70% 정도가 소비된다고 합니다. 계절을 많이 타는 거죠. 그래서 육계를 기르는 양계장에서 요즘은 산란계를 키울까 하고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8. 산란계를 키우는 케이지식 양계장은 닭 1마리가 들어가는 철망 케이지를 층층으로 쌓아올려서 A자 모양의 케이지를 만듭니다. A자 형으로 쌓아올리는 이유는 닭똥이 밑으로 떨어질 때 아래에 있는 닭이 닭똥에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밑에 떨어지는 닭똥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서 밖으로 빼내와서 퇴비를 만들게 됩니다. 닭은 그 케이지 안에서 일생을 보내게 됩니다. (육계나 종계는 어떻게 키우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종계를 전문으로 키우는 업자에게서 병아리를 사 와서 케이지에 넣어 대략 1년~1년6개월 동안 산란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산란율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폐계로 팔아버립니다. 이 폐계는 소세지에 들어가기도 하고, 길에서 싸게 파는 치킨으로 팔리기도 하고, 더러는 음식점에서 백숙 등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9. 산란계 자연양계식 양계장은 케이지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실제로는 非케이지식 양계장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일본의 야마기시 미요조 씨가 만들어 낸 야마기시식 양계장이 있습니다. 이것이 1953년부터 일본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양계장을 보고 배워 온 사람들이 이것을 각자가 조금씩 변형해서 통칭 '자연양계'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10. 닭은 알에서 깨어난 후 140일~150일 정도면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먹이 양을 조절하여 이 기간을 늦출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때 1주일~2주일 동안 나오는 계란은 크기가 작은데, 초란이라고 부르고, 비싼 가격에 팔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6개월~2년6개월 간 알을 낳습니다. 동물이 먹는 먹이는 거의 다 먹고, 질긴 것은 못 먹고, 모래나 조개껍질은 먹습니다. 스티로폴을 쪼아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먹어서 죽기도 합니다. 땅을 파헤치기를 좋아합니다. 체온은 38도 정도이고, 깃털에 둘러싸여서 추위에는 매우 강하지만 더위에는 약합니다. 그러므로 여름에는 특히 통풍에 주의해야 합니다. 닭은 95마리 정도의 닭을 기억해서 서로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닭은 쪼기서열이 있습니다. 수탉이 사람을 공격할 때는 줄로 발로 차서 공격을 하는데, 2단옆차기, 3단옆차기, 원투 스트레이트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닭의 홍채는 고정된 크기여서, 밤에는 사물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닭은 높은 횟대에서 잠자기를 좋아합니다. 연못 속의 잉어들에게 모이를 주면 순식간에 모여드는데, 닭들도 이와 같습니다. 닭의 질병은1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하며, 양계장을 시작한지 3년이 지나면 각종 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닭똥은 질소질이 많은 비료이므로 어떤 작물에는 적합하고 어떤 작물에는 해가 된다고 합니다. 닭똥으로 퇴비를 만드는 방법이 여럿 있습니다. 닭은 특히 깃털이 빠져서 도망가는 닭을 공격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닭은 여러 닭이 합동으로 공격해서 죽이려고 할 때, 별다른 저항 없이 가만히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11. 케이지식 양계에서는 계란을 잘 낳는 온도에 맞추어 통풍을 시킵니다. 온도조절을 위해서 열이 잘 차단되는 계사를 만들고, 자동화된 환기장치와 보일러시설을 합니다. 자연양계에서는 계사의 벽을 닭장 철망으로 만들어 통풍을 돕고, 남쪽 천장과 북쪽 천장의 높이차를 두어서 이 사이로 더운 공기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하며,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거나 기온이 영하 5도 이하인 때는 비닐 커튼을 내려줍니다.

12. 귀농하여 자연양계식 양계장을 운영하려고 한다면, 미리 잘 알아보아야 합니다. 이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계사를 야마기시식으로 짓는 것입니다. 제대로만 지어 놓으면 두고두고 일이 아주 편할 것이고, 제멋대로 지으면 두고두고 일거리가 생길 것입니다.

13. 전라남도 보성군 마동면에 가면 정심원이라는 양계장이 있습니다. 야마기시식을 변형한 계사들 중에서 아마 제일 좋은 계사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넷에서 정심원으로 검색해 보십시오. 제가 정심원을 방문해서 찍은 사진은 많이 있지만,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14. 오리지널 야마기시식은 남북으로 8.2미터, 동서로 4미터 폭으로 한 칸을 만드는데, 이러면 거의 10평이 됩니다. 이 한 칸 옆에 다시 한 칸을 붙이고, 또 그 옆에 붙이는 식으로 규모를 늘려갑니다. 한 칸에는 수탉:암탉을 1:10~1:17 정도의 비율로 넣되, 100마리~170마리 정도를 넣습니다. 10칸으로 1동을 만든다고 하면, 1동마다 1000마리~1700마리를 키우게 됩니다. 케이지에 안 넣으니, 닭들이 이 칸 안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자라게 되고, 이게 운동이 되어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칸을 나누어 닭을 키우면 서로 싸우지 않고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서 하던 양계장은 이런 칸을 안 나누고 한 칸에 1000 마리씩 넣어서 키웠더니, 수탉들이 서로 싸워 많이 죽기도 하고, 모이를 줄 때마다 닭들이 몰려들어서 싸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유정란은 이렇게 암탉과 수탉이 서로 섞여 있는 계사에서 생산되는 계란입니다.

15. 한편 방사란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계사 밖에 밭이나 언덕을 닭장철망으로 둘러싸고 방사장을 만들어서, 닭들이 매일 방사장에 나가서 풀도 먹고 지렁이도 먹고 흙도 파헤치고 푸드덕거리며 놀 수 있게 만들어 둡니다. 계사 안에는 사료통도 있고 관할구역 같은 게 있어서 마구 돌아다닐 수가 없지만, 방사장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됩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방사장에 닭을 내보내면 햇볕도 쬐고 그럴 것 같았는데, 의외로 그늘로 들어가는 닭들이 많더군요....

16. 닭을 키울 때 쓰는 사료는 세 가지 방식이 가능합니다. 농협 사료공장에서 몇 톤씩 되는 차가 와서 양계장에 있는 사료저장고에 부었다가 매일 조금씩 먹입니다. 300마리 정도의 소규모로 키울 때는 20킬로그램 사료포대를 직접 사 와서 조금씩 먹입니다. 발효사료를 만들어서 농협사료와 섞어서 먹입니다. 

17. 발효사료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EM효소를 구입해서 당밀 등에 넣어 며칠 동안 발효시켜 EM효소를 늘리고, 이것을 농협사료와 섞어서 먹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산에서 낙엽이 떨어져서 흙처럼 잔잔한 가루가 된 것을 산의 흙과 같이 퍼 오고, 이것을 부엽토라고 하는데, 여기에 농협사료를 섞어서 가만히 놔 두면 발효가 되는데, 이렇게 발효된 것을 농협사료와 섞어서 먹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리지널 야마기시식 양계법에서는 발효사료를 만들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발효사료를 굳이 만들어서 쓰는 이유는 사료값이 줄어들고, 닭똥냄새가 거의 나지 않게 되고, 질병에 걸리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닭을 키우는 양계장에서 닭똥 냄새가 안 난다면 믿어지십니까? 그런데 실제로 가 보면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서 놀라게 됩니다.

18. 제가 산란계 양계사업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할 겁니다. 먼저 땅을 사야 합니다. 평지보다는 골짜기가 더 좋습니다. 지하수가 많이 나오고,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이 적을수록 짓기가 좋을 테니까요. 한 칸은 10, 한 칸에 100마리씩 넣는다고 치고, 첫 해에는 500마리를 키우지만 최종적으로 3000마리를 키울 것이므로, 계사를 짓는 데에만 300평이 필요합니다. (정심원식으로 짓는다면, 한 칸에 11.5평이 필요하고, 345평이 필요합니다.) 햇빛과 바람이 잘 들어오도록 이 계사들 사이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200평이 추가 됩니다. 닭똥을 모아서 퇴비로 만들 퇴비사를 지을 땅도 45평이 필요합니다. 계사의 건축비는 평당 20만 원~30만 원이 들므로, 1개 동에 2천만 원~3천만 원이 필요합니다. 퇴비사는 콘크리트나 벽돌로 벽을 만들고, 지붕을 덮기만 하면 되므로 건축비가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환경규제가 있어서, 양계장을 지으려면 주민의 동의서를 얻어야 허가가 나옵니다. 또 퇴비사를 따로 지어 준공허가가 나와야만 계사의 준공허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발효사료를 만들거나 자재를 보관하려면 창고가 필요하고, 계란을 모으고 선별하려면 창고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20/10평이 칸이 나뉜 30평짜리 창고를 짓겠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서너 대를 주차할 마당이 필요합니다. 양계장을 하면서 살 집도 30평 정도는 되어야 하겠죠. 지하수를 파서 닭들에게 물을 주어야 합니다.

19.
산란율은 대개 95% 정도에서 시작해서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낮아집니다. 80%정도의 산란율을 유지하려면 1년간만 달걀을 낳게 할 수 있다고 짐작합니다. 3천 마리가 80% 산란율을 보인다면 하루에 2400(80)의 계란이 나온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인터넷 거래로 팔자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양이고, 도매로 팔자면 매우 적은 양입니다. 이 많은 계란을 파는 것이 그리 쉬울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3000마리를 키울 것이 아니라, 500마리에서 시작하고, 고객이 늘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20. 밭에는 쥐가 구멍을 파고 삽니다. 양계장에는 닭이 먹는 사료가 있는데, 쥐가 이 사료를 훔쳐먹으러 들어오곤 합니다. 사료만 먹으면 그나마 위험이 덜한데, 가끔은 닭을 잡아먹는 쥐가 있는 모양입니다.(쥐인지는 불확실합니다.) 계사 바닥에 앉아서 자는 닭을 쥐가 와서 물면, 다른 동물이라면 발악이라도 할 테지만, 닭은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립니다. 쥐가 있다 보면, 야생 고양이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고양이가 쥐만 잡아먹는 게 아니고, 어떻게든 계사 안으로 들어와서 닭을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야밤에 닭들이 놀라서 꼬꼬댁거리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추측컨대 이 고양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계사를 지을 때 닭장 철망을 빈 틈 없이 지어야 합니다. 

21. 저희 양계장에서 닭이 알을 낳는 시간을 가늠해 보면 대체로 이랬습니다. 오후 3시부터 이튿날 아침 8시까지는 20%,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는 60%,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20% 정도를 낳습니다. 그래서 달걀을 걷는 시간대는 아침에는 9시30분에 시작해서 1시간 정도가 걸렸고, 오후에는 2시30분 정도에 시작해서 2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나중에 산란상을 개선했는데, 계란 걷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22. 닭이 계란을 낳을 때, 힘을 주다 보면 닭똥이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란상 안에 닭똥이 있기 마련입니다. 닭은 닭똥을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밟고 다닙니다. 그래서 오염된 계란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면 이걸 상품으로 내놓기 전에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문제는 계란 껍질에는 1만 개 가량의 기공이 있어서, 여기로 물이 들어갈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냥은 물이 안 들어가는데, 계란 내부와 외부에 온도차가 있으면 진공펌프가 있는 것처럼 물을 빨아들이게 되고, 세균이 함께 들어가게 되어 결국 계란 내부가 오염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케이지식 양계장에서 사용하는 계란을 세척하는 기계는 처음에 세척할 때의 물의 온도보다는 나중에 헹굴 때의 물의 온도가 더 높게 되어 있습니다. 이 세척기계는 중고기계가 2500만원 정도일 정도로 비쌉니다. 시간당 6천 개 이상의 계란을 씻어서 말릴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자연양계식 양계장은 영소해서 돈이 없어서 이런 기계를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손으로 계란을 일일이 씻거나 물에 적신 행주 등으로 닭똥을 닦고 헹굽니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실제로는 완전히 깨끗한 게 아니지요. 기계로 씻어도 100% 깨끗하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계란을 삶을 때에는 계란을 먼저 잘 씻어서 삶아야 합니다. 프라이를 할 때는 나중에 손만 잘 씻으면 됩니다. 계란을 세척할 때 솔 같은 것이 표면의 큐티클 층을 손상시키게 되는데, 이 큐티클 층이 세균을 막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세척한 계란은 반드시 기름으로 코팅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연양계에서는 기계를 구입해서 기름으로 코팅할 수가 없으니, 가능하면 세척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23. 오리지널 야마기시식 산란상에서 계란을 걷으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므로 나중에 허리가 아플 것 같습니다. 또 저희 양계장에서 900개의 계란을 씻고 말리고 크기에 따라 분류하는 데에 보통 4시간30분, 5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이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세 가지 해결책이 있습니다. 첫째는 오리지널 야마기시식 산란상을 케이지식 산란상으로 바꿔야 합니다. 케이지식 양계장에는 바닥의 알판을 약간 비스듬히 기울여 놔서 계란이 그대로 굴러나옵니다. 이 케이지를 응용해서 산란상을 만들면 됩니다. 정심원에서 만든 산란상은 이런저런 점을 고려해서 만들어 놨습니다. 그래서 자연양계를 할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 견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산란상의 사진도 갖고 있고, 치수와 도면도 갖고 있습니다만, 비공개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여기에 올릴 수는 없습니다.) 양계장을 처음 지을 때 정심원처럼 산란상을 만들어 놓으면, 하루에 2시간 정도면 모든 일이 끝나게 될 것입니다. (매일 설렁설렁 2시간만 일하고 월수입이 150만 원~900만 원이 된다면 정말 좋은 사업이 아닐까요?) 둘째는 자연양계 단지를 만들어서, 세척기계를 공동구매/공동사용하는 것입니다. 꼭 자연양계 단지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차량을 운행할 수만 있다면, 1군에 1대씩 세척기계를 구매해서 공동사용하면 어떨까요? 셋째는 자연양계 계란만 전문적으로 유통 도매하는 회사가 계란세척을 대행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광주에선가 이렇게 하는 조합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24. 자연양계식으로 계란을 생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유통과 판매에는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계란 껍질은 단단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가 없습니다. 생산비를 넘어가는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직거래를 해야 합니다. 택배업체를 주로 이용하게 되는데, 중간에 깨져서 소비자가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포장용기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양계협회에서는 아무 대책을 안 세우는 모양입니다. 하루에 2400개의 계란이 안정적으로 생산되기도 어렵지만, 한꺼번에 납품을 받아주는 곳을 찾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제가 23번 문단에서 월수입을 150만 원~900만 원으로 표기한 것은 바로 이 판매 때문이었습니다. 가족 친천 친구 등을 통해 판로를 개척하고, 카페를 개설해서 계란판매를 위한 홍보를 하고, 직접 도시를 찾아가서 판촉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3000 마리를 키울 것이 아니라, 500 마리에서 시작하여 판매 확장에 따라 점점 늘리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25. 이제 한 가지 더 자연양계의 치명적인 약점을 말해야 합니다. 야마기시식 자연양계의 기본 개념은 닭을 행복하게 만들면, 그런 닭이 낳은 계란은 매우 건강하고 인간에게도 유익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닭을 케이지에 넣어 기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널찍한 공간에 넣어 기릅니다. 또 수탉을 넣어 유정란을 만들고, 방사장을 만들어 하늘과 땅과 나무들을 보면서 살도록 방사합니다. 이렇게 길러서 낳은 계란을 케이지식에 비해서 3배~4배의 가격을 받고 팝니다. 그런데 케이지식 계란과 자연양계식 계란에 명확하고 큰 차이가 있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한 자연양계업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이 둘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게 했답니다. 맛에서는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계란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거의 없다는 점이 자연양계 계란의 유일한 장점이랄까요. 또 자연양계에서는 항생제를 쓰지 않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이것도 꽤나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만, 과연 이런 장점 정도로 3~4배나 되는 가격으로 파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요?

26. 앞으로 양계업을 할 생각이 있다면 정부정책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올해 11월부턴가는 계란을 반드시 포장해서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산자의 정보가 포장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경우는 모든 계란을 세척하고, 그 표면을 기름으로 코팅해서 팔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고도 계란 유통기간이 7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은 이렇게 엄격하게 계란을 생산 유통하고 있습니다. 자연양계를 하는 소규모 양계업자는 계란세척도 어렵고 계란코팅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어쩌면 조만간 이게 엄격하게 실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7. 닭들은 종종 싸우고, 아침까지 멀쩡하던 닭이 오후에 죽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을 모르므로 사람이 먹기는 꺼림칙합니다. 죽은 닭은 원래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데, 대개는 삶아서 개를 주거나 닭에게 도로 먹이곤 합니다. 그래서 양계장에는 닭을 삼는 야외 아궁이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시험삼아 닭을 삶지 않은 채로 깃털을 뽑아 봤습니다. 2시간이 넘게 걸리더군요. 양계장에는 닭털을 뽑는 기계가 있습니다. 피냄새도 역겹고, 모가지를 비트는 것도 왠지 죄의식이 생깁니다. 이런 어려움도 있습니다.

28. 재미나는 일도 있습니다. 겨울 아침 8시쯤에 방사장에 채소를 뿌려 둡니다. 이 채소는 어떤 기업에서 하우스에서 기른 브로콜리인데, 박스에 포장하고 남은 것들을 여러 축산업자들이 얻어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 10시에 방사장으로 통하는 문을 엽니다. 그러면 닭들이 밖으로 나가는데, 나가다가 채소를 발견하면 그 때부터 전력질주를 합니다. 여러분은 닭이 전력질주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 ^ 보통은 날개를 몸에 붙이고 뒤뚱거리면서 달리는 정도인데, 먹을 것을 보면 날개를 퍼덕이며 달린답니다. ^ ^ 수백 마리의 닭이 똥줄이 타게 달리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우습고 한편으로는 흡족합니다. 아마 생사여탈권을 쥔 왕처럼 느껴져서인 것 같습니다.

29. 제가 알기로 레그 호온 종이 흰 색 계란을 낳는데, 옛날에는 이런 흰 색 계란이 많았거든요. 요즘은 흰 색 계란이 거의 없습니다. 왜 그리 되었느냐 하면, 닭똥이 묻어 있는 것이 눈에 잘 뜨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흰 색 계란 구매를 기피했다고 합니다. 또 왠지 껍질이 얇아 보여서 기피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레그 호온 종이 산란율도 높고 계란 껍질도 다른 종류에 못지 않게 두껍답니다. 저희 집에서 기른 산란계는 하이라인 크라운이라는 종으로 갈색 달걀을 낳습니다.

30. 동물보호협회의 노력 때문인지 유럽에서는 케이지식 양계가 금지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08년부터 이미 케이지식 양계장의 신규건축허가가 안 나고 있고, 다른 유럽 국가들은 2012년부터 신규건축허가가 금지된답니다. (기존의 양계장은 유예기간이 아마 있을 겁니다.) 그래서 빽빽하게 키우지 않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키우는 새로운 케이지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읽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31.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반경 3.5킬로미터 안에 있는 양계장의 닭은 모두 살처분됩니다. 이건 강제사항이라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 번 발생하면 양계사업은 물거품이 되는 겁니다. 생산 유통이 안 되므로 당연히 판로도 모두 없어지게 되지요. 제일 겁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32. 왕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쌍란이라고도 하지요. 대개 늙은 닭이 내부에 문제가 발생해서 제 때에 산란하지 못하고, 두 개의 난자가 겹쳐서 한 개의 계란이 되는 경우인 모양입니다. 크면 얼마나 큰 계란이 나올까 싶겠지만, 정말 큰 계란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무슨 타조알처럼 크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 ^ 계란은 닭 뱃속에 있을 때는 말랑말랑한데, 몸 밖으로 나오면 공기와 접촉하면서 껍질이 단단해집니다. 

33. 계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개만 먹으면 콜레스테롤은 충분히 섭취하게 됩니다. 그러면 두 개 이상의 계란을 먹으면 콜레스테롤을 과다 섭취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그 이치는 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결론은 분명히 그렇다고 기억합니다. 

34. 계란은 완전식품이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왜 완전식품이라고 불리는 걸까요? 계란을 기준점으로 삼아서 다른 식품의 영양분을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인지도....)

35. 계란의 흰자를 영어로는 알부민이라고 쓰더군요.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이 알부민 단백질은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해서 주사한답니다. 창백한 얼굴이 화색이 금방 돈다나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도 아니고, 의학지식인지도 잘 모르므로 확실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6. 닭은 예민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요. 그래서 '무창계사'를 만들어서 키우는 양계장이 있는 모양입니다. 창을 없애서 빛도 바람도 기온도 소리도 차단하고 인공적으로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달걀을 안정적으로 많이 낳도록 하려는 것이지요. 자연양계는 반대입니다. 가능한 한 자연상태로 두어서 닭이 가진 본래의 힘으로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입니다.

37.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래의 방법으로는 똥과 지푸라기와 오줌을 섞어서 한 3년 썩히는 것이 퇴비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친환경적이지도 않고, 똥냄새가 솔솔 나는 방법입니다. 발효방법을 쓰면 이 모든 단점을 없애게 된다고 합니다. 닭똥을 나뭇잎 등과 섞어서 발효시켜 퇴비를 만들어야 하는데, 저는 이것을 직접 해 보지 못하였습니다. 오리지널 야마기시식 양계에서는 먼저 닭을 키워서 퇴비를 얻고, 퇴비를 뿌려서 쌀농사 밭농사 풀농사를 짓고, 풀을 걷어서 다시 닭에게 먹이는 겁니다. 이런 순환에 가장 중요한 게 닭똥 퇴비라서 제일 중요하게 취급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