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유전학 중에 특히 IQ 연구가 여러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그들에 따르면 IQ 연구가 온갖 우생학적 조치를 정당화했다. 우생학적 조치에는 지능이 낮은 사람에게 자식을 낳지 않으라고 설득하고 지능이 높은 사람에게 자식을 많이 낳으라고 설득하는 식의 온건한 것들도 있고, 지능이 낮은 사람을 강제 불임시키는 식의 과격한 것들도 있고, 선천적인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인종을 절멸시키려 했던 히틀러 식의 무지막지한 것들도 있다.

 

우생학적 조치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지능을 상당히 그럴 듯하게 측정하는 IQ는 유전된다. IQ가 높은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자식도 대체로 IQ가 높다. 따라서 IQ가 높은 사람만 자식을 낳으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평균 IQ가 높아질 것이다. 즉 인류는 더 고상해질 것이다. 반면 IQ가 낮은 사람들이 자식을 더 많이 낳으면 인류는 타락할 것이다. 따라서 IQ가 높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자식을 더 많이 낳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어떤 면에서는 행동 유전학이 우생학적 조치를 정당화했다는 점은 명백하다. 행동 유전학은 우생학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논리의 근거로 쓰였다.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면 그에 대해 나는 반대할 생각이 전혀 없다.

 

문제는 행동 유전학이 우생학적 조치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행동 유전학이 틀렸다고 보거나 행동 유전학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생긴다.

 

 

 

행동 유전학이 우생학적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IQ가 지능을 상당히 그럴 듯하게 측정하며, IQ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유전된다는 행동 유전학자들의 말이 옳아야 한다. 둘째, 후세의 지능을 높이는 것이 인류의 지상 목표다라는 명제가 옳아야 한다. 첫째 명제는 과학의 교권의 명제인 반면 둘째 명제는 도덕 철학의 교권의 명제다. 두 명제 중 하나만 거부한다면 우생학적 조치를 반대할 수 있다.

 

나는 두 번째 명제를 거부한다. 나는 후세의 지능을 높이는 것이 낳고 싶은 만큼 애를 낳을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지상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강제적 우생학에 반대한다. 우생학이 정당화되기 위해 필요한 두 조건 중 하나를 거부했기 때문에 굳이 첫째 조건을 거부할 필요(?)가 없다.

 

IQ의 유전률(heritability)에 대한 행동 유전학자들의 쌍둥이 연구와 입양 연구 등의 결과는 이제는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증거로 보인다. 20세기 초반에 발표된 Cyril Burt의 쌍둥이 연구가 조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긴 하지만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20세기 후반의 온갖 대규모 연구들이 Burt가 제시했던 결과와 상당히 비슷하게 나왔다.

 

 

 

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밝히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내가 보기에는 그럴 만큼 머리가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내가 대신 그들의 생각을 추정해 보겠다. 내게 텔레파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첫째,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후세의 지능을 높이는 것이 지상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IQ가 유전된다는 행동 유전학자의 말을 받아들이면 강제적 우생학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은 강제적 우생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행동 유전학자의 말을 그냥 부정하기로 했다. 그들은 과학적 기준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둘째,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강제적 우생학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후세의 지능을 높이는 것이 지상 목표여야 한다는 조건도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다. IQ가 유전된다라는 명제만 있으면 강제적 우생학이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제적 우생학을 싫어하는 그들은 행동 유전학자의 말을 그냥 부정하기로 했다.

 

 

 

셋째,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강제적 우생학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강제적 우생학 옹호자들이 행동 유전학의 연구를 강제적 우생학을 정당화하는 데 써 먹는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다.

 

그들이 행동 유전학을 부정하는 이유는 순전히 과학적 기준 때문이다. Burt의 쌍둥이 연구가 조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공부를 너무 게을리 하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20세기 후반에 수 많은 쌍둥이 연구와 입양 연구의 결과가 Burt가 발표한 결과와 비슷하게 나왔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넷째, 셋째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이 20세기 후반의 수 많은 연구들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들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 수 많은 연구들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Burt의 연구만큼이나 쓸모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귀찮아서 그 심각한 결함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 아마 내가 생각해내지 못한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을 생각해 내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행동 유전학이 강제적 우생학을 정당화한다면서 행동 유전학을 거부하려는 자칭 진보주의자들이여, 자신의 생각이 어떤지를 구체적으로 나에게 알려달라.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당신들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야 비판을 하든지 받아들이든지 할 것 아닌가?

 

 

 

201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