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천안함

몇일 전에 거의 2달만에 블로그에 새 포스팅을 올리고 나니 평소 댓글을 자주 달아주시던 방문객 한분께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제 의견을 물어보시더군요. 사실 제 입장은 이렇습니다.

'뭔가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모르거나 석연찮은 부분이 아직은 너무 많다.'

저는 보수적인 분들이 어뢰, 진보적인 분들이 좌초로 한결같이 입장이 나뉘는 것도 잘 이해는 않됩니다. 어뢰나 좌초나 각각 그럴싸한 부분이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섞여있으니 말이죠.

아무튼 오늘 정부에서 결론이라고 발표를 하나 한 걸 보고 그동안 생각했던 것 중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을 밝혀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1) 고등학교때 배운 물리학


고등학교때 중력가속도와 낙하거리에 대한 공식을 배웠던 것이 있습니다.

낙하거리 = 1/2 x 중력가속도 X 시간 제곱

이걸 그림으로 그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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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따른 자유낙하 거리 (출처링크)



저게 뭐냐하면... 공기의 저항이 전혀없다는 가정에서 4.5초 정도에 물체는 100 미터정도 낙하한다는 거죠.

이 말은 국방부 발표(출처링크)대로 TOD 관측병이 100여미터 정도의 높이에 폭 20-30미터짜리 백색섬광을 봤고 그게 어뢰 폭발에 의한 물기둥이라면... 대략 폭발로 인한 물기둥은 최소한 9초에 걸쳐 치솟았다가 물벼락을 주변에 쏟아 부을 거라는 얘기죠 (4.5초 상승 + 4.5초 하강). 물론 현실세계에서는 공기의 저항이 있으니 이 과정이 10초 이상으로 늘어질 것이고 말이죠.

한번 실제 이번 천안함의 경우와 그럭저럭 비슷한 경우를 골라서 동영상으로 한번 보시죠.



이번 국방부가 추측한 북한제(?) 어뢰의 위력을 고성능화약 250kg 정도로 보더군요. 딱 입맛에 맞는 크기는 아니지만 미국의 Mk-48 중어뢰 (탄두중량: 295kg, 한 45kg 정도 더 무겁습니다. 제원링크)와 호주 해군의 구축함인 토렌스호(제원링크)의 조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천안함이 만재배수량 1200톤에 길이가 88m 라는데 (출처링크) 토렌스호는 2700톤에 107m로 천안함보다는 조금 더 큽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시고 보시기 바랍니다.




동영상이 너무 빠르다 싶으신 분들은 아래 연속 사진으로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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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48 중어뢰의 토렌스함 침몰 테스트 사진 (출처링크)

이 테스트 역시 어뢰가 선체를 직접 타격한 것이 아니고 근접신관에 의해 선체 하부에서 폭발하여 일종의 버블제트 효과를 유발하며 선체를 한번에 두 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경우입니다.

보시다시피 물기둥이 100여미터 정도 치솟아 오르고 선체를 거의 뒤덮다시피할 정도의 물보라를 일으킵니다. 물기둥의 출현에서 물보라가 끝나는데까지 대략 10초 조금 더 걸립니다. 물리법칙이라는게 지구 어디서나 동일한 거니까요.

토렌스호는 천안함보다 조금 더 큰 군함이죠. 물론 Mk-48 중어뢰가 이번 국방부 발표의 북한제 어뢰보다 탄두중량이 45kg 정도 더 나가기는 하지만 천안함이 약간 작은 걸 고려한다면 아마도 폭파 순간 동영상이 존재한다면 토렌스호의 경우와 꽤나 유사할 거라고 보입니다.

저런 상황에서 천안함에 승선한 견시병의 뺨이 젖을 정도였다고 국방부가 주장을 했는데......

저라면 국방부의 설명에 쉽사리 고개가 끄덕여지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저는 좌초설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여전합니다. 정말 침몰직전에 좌초로 문제가 있었고 침수문제로 해안쪽으로 급하게 항해하고 있었다면 누구보다 함장이 증언을 하지 않을리가 없을 거라고 보는거죠. 이미 폭파직전 함내의 CCTV 녹화영상이 6건 정도 복원이 되었다니 그 내용을 보면 쉽게 판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는 조금 더 차분히 기다려 볼 생각입니다. 천안함 견시병의 뺨이 젖었다는 국방부 발표에 고개가 갸우뚱해진 것이 저만은 아닐 겁니다. 세계 각국에 전문가들이 있으니 공식, 비공식적으로 의문제기가 들어올테고 국방부도 바보는 아니니 조금은 더 과학적인 설명을 할 준비를 하겠죠. 지금까지야 경황이 없어 중언부언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번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어뢰 일부도 찾았으니 어떻게든 스토리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정치적 해석은 오늘은 생략합니다.

추신: 저의 이번 포스팅에 몇가지 지적이 들어왔습니다. 가령 천안함이 일정 속도로 진행하고 있고 더불어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는 상황이라면.... 의외로(!) 물기둥이나 물보라가 견시병에게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