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님 글에 댓글로 달았다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와서. ^^
비웃지 마십시요. 여러분도 제 처지 되면 이렇게 할 겁니다.


비고님께 초를 쳐서 죄송한데... 조금 전에 올라온 문화일보 기사는 암담합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0051901030123068002

일단 링크 걸어주신 폴리뉴스와 비교하면 시차와 응답율에 차이가 있습니다.(14-15일과 17-18일, 5%와 21%) 그냥 첫느낌으로만 이야기하면 폴리뉴스는 단일화 시너지가 극대화한 타이밍인 반면 문화 뉴스는 일종의 조정, 혹은 반작용이 일어난 시점이지요. 응답율로 보면 문화일보에 좀 더 신뢰가 갑니다만 제가 여론조사 전문가가 아니라 확신할 수 없네요.

일부 마이너 언론사 보도를 제외하고 한겨레를 포함한 메이저 보도를 보면 수도권 모두 10프로에서 15프로 정도 뒤지는 걸로 나옵니다. 숨은 10프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과연 보궐선거처럼 될까요? 위의 강물님 링크를 보니 투표 비적극층에서 오히려 오세훈이 압도하던데.

일단 여론조사 흐름을 보는 제 짧은 소견은 이렇습니다. 분명 지난 총선 이후 바닥 친 야당은 반등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나친 표쏠림에 대한 대중의 자성 분위기,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 등등. 그 결과가 보궐 선거 승리지요. 노무현 대통령 서거가 분수령이었을 것이고.

여기까지는 호조건입니다. 그렇다면 야당은, 특히 민주당은 이 흐름을 지속시킬 모멘텀을 찾아야했지요. 그때 김대중 대통령이 손해 보더라도 통합하라고 간절히 말씀했던게 그 때문이었을 겁니다.

버뜨, 통합 실패. 누구 책임인지는 따지지 않으렵니다.

그리고 지방 선거 국면을 맞이합니다. 정말 힘들다는 한나라당의 거듭된 주장은 엄살이라 보이지만 그럼에도 위와 같은 흐름이 죽어있던 건 아닙니다. 분명히 한달전 쯤 여론조사를 보면 희한하게도 야당 지지 흐름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지요. 제가 여기서 희한하다는 건 야당이 별로 잘한게 없음에도 그렇다는 뜻입니다. 대중은, 야당의 잘잘못을 떠나 여당 견제의 이유로 야당을 지지해줬지요. 한명숙 재판은 이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러면 이때 야당의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대중의 호의에 보답하는 선물이죠. 그래야 상호 작용이 일어나면서 지지선이 올라가게 됩니다. 전 미래의 비젼을 제시하는 리더쉽과 문화, 정책의 제시였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모두 죽었습니다. 민주당은 그들의 공과를 인정하는 조건에서 새로운 비젼을 보여줘야할 의무를 갖고 있었죠.

안타깝게도 그런 거 하나도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무상급식 정도였죠. 그러나 내세운 인물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습니다.

여기에 분기점을 이루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민주당의 서울 시장 경선 파행.

티브이 토론도 없이 한명숙 당선을 밀어부친 세력들의 생각은 이랬을 겁니다. "도대체 민주당내 경선에 관심 갖는 사람 얼마나 있어? 그런거 대세에 하나도 지장없어. 본선에서 이미지 빵빵, 분위기 몰아 바람 만드는게 최고야.'

과연 그럴까요?

이건 정말 형편없는 생각입니다. 자신들을 호의로 대한 대중들을 경멸한다는 점에서 싸가지에 해당하는 발상이죠. 이 점은 그냥 이 정도에서 그치겠습니다.

일단 경선 파행은 민주당의 문화가 얼마나 퇴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디제이 이후로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조차 저따위로 경선 치른 사례가 없습니다. 원칙도, 룰도, 매너도, 문화도 없는 최악. 당연히 대중은 반응합니다. 당장 이 곳 아크로만 해도, 제가 처음 한명숙에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을 때 저를 원망하던 몇몇 분들도 경선 파행 이후엔 입을 다물더군요.

이게 뜻하는게 뭐냐. 적극 지지층의 열기 둔화입니다. 소수의 적극 지지층이 입을 다물면 그 소수로 끝날까요? 그 주변이 소극 지지층도 변화합니다.

두번째로 조직이 이완되기 시작합니다. 경선에서 철저히 배제당한 비주류측의 조직이 과연 움직일까요? '니들 민주당 조직이니까 무조건 경선 결과에 따라 좇뱅이쳐!'소리치면 조직이 움직이나요? 조직이 움직일 땐 동기 부여가 중요합니다. 비주류 조직이 움직여야할 동기가 뭐죠? 없습니다. 비주류가 목격한 건 결과가 어떻든 철저히 자신들은 소외될 것이란 메시지니까요.

주류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는건 한계가 있습니다. 중요한건 자신이 왜 뛰어야하는가에 대한 동기입니다. 주류 조직도 한명숙을 내세워 뭔가 얻어 먹을 게 있는 상부야 움직이겠지만 하부로 내려갈 수록 파행을 목격한 조직원들은 의욕을 상실하게 되죠.

저야 진작 뻘짓을 보여줘서 더 고민하지 않고 진보 신당 지지로 맘을 바꾸게 해준 한명숙 측에게 감사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유시민의 근소한 차이로 단일화에 성공한 이유엔 바로 한명숙 사태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뻘짓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선 결과를 보니 민주당 조직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더군요. 배후에 어떤 음모와 계산(?)들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한명숙 사태를 본 조직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을 거란 짐작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뭐 미래가 보여야지!

그러면 유시민은 미래가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위의 문화일보 여론조사를 좀 과대 해석하자면, 대중은 민주당 혼내기용으로 유시민을 활용한 뒤 슬슬 용도 폐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는 것 같군요. 물론 거대 여당 경고용이란 용도가 남아있으니 어느 정도까지 지지율을 보일 겁니다. 또 모르죠. 여당의 거대 뻘짓이 있거나 스스로 새로운 뭔가를 보여주면 당선될 지도. 그 점은 송영길도 마찬가지고. 한명숙은 거의 비관적으로 보입니다만.

문제는 유시민이든 민주당이든 스스로 새로운 용도를 현재까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무현, 디제이 추모용, 여당 견제용에 머무르고 있죠. 다 아시겠지만 대중에게 가장 솔깃한 용도는 미래투자용입니다. 그렇지만 야당이 제시하고 있는 미래형 용도가 무엇이 있는지? 전 정말 모르겟더군요.

그래서, 전 선거 이후에 기대를 겁니다. 막장에 몰린 조직이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보면 뭔가가 나올 수 있다는 거지요. 여기서 제일 먼저 이뤄져야할 건 인적 쇄신입니다. 자신의 미래용도를 보이지 않으면 앞으로 살 길이 없는 이들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쌓아온 기득권만 갖고 있어도 먹고 살만한 이들과 싸워 승리해야 민주당의 미래가 열릴 겁니다.  물론 구시대 인물 중에도 이 흐름에 동참하여 징검다리를 할 인물도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목에 힘주고 다닌 이들중에선 그럴만한 재목이 별로 보이지 않는군요. (하기야 그랬다면 민주당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었겠습니까마는.)

전 태생적으로 비관론자입니다. 소심한 성격이죠. 부디 위의 제 예측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마지막 예측, 아니 기대마저 어긋난다면 저로선 정말 암담할 것 같군요. 어쩌면 개인적으론 더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