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석기 내란음모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네가지 의문을 제기했었습니다.

1. 검찰의 RO의 실체성 입증 실패
2. 국정원 녹취록 증거로서의 불충분성
3. 이석기 변호인단이 '부림사건' 등을 거론함으로서 사건을 포퓰리즘으로 몰고가려 한다....는 징후
4. 녹취록이 있었던 당시의 정치 상황 상 긴급피난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음.(사상의 자유)
(출처는 제 글 "이석기 내란음모죄와 DJ 내란음모죄... 그리고 긴급피난"을 클릭)


4번은 제가 관련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었죠.(3번이 포함된 사항)

검찰은 최근 재판부에 '내란음모 및 선동의 법리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를 통해 검찰은 "1980년 대법원은 '김 전 대통령이 학원의 폭력시위를 조장하고 전국민적 봉기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해 내란음모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밝혔다. 무려 30여 년 전 군부독재 시절에 나온 판결문을 인용한 것이다.


검찰은 다만 "2004년 재심 재판부는 '김대중 등의 내란음모는 전두환의 헌정질서 파괴범죄 저지를 위한 정당한 행위여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라며 "재심 재판부도 당시 행위가 내란음모죄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황당한 인용을 백번 양보하여 인정한다고 하면 검찰 스스로 '긴급피난'을 인정한 것인데 왜 이석기 건에 대하여는 '긴급피난'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았을까?


이 부분은 검찰과 변호인단의 법리 공방 부분을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만 다음과 같이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도 되겠죠.

1. 긴급피난이 성립되지 않는다. (즉, 한그루의 법적 과잉해석)
2. 변호인단의 게으름
3. 또는 검찰의 '황당한 인용'을 변호인단이 몰랐을 가능성(법적 공방에서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가능성 0%는 아니죠)

따라서 제가 제기한 문제 3번과 4번은 판결문 뿐 아니라 법리 공방 부분을 샅샅히 뒤벼보아야 하는데.... ㅠ.ㅠ;;; (아마 제가 게을러서 안할듯...)


그리고 제가 제기한 2번. 국정원 녹취록 증거로서의 불충분성.(즉, 조작 의혹)

조작이 되었다....라는 문제제기.... 실제 조작이 있었는지, 조작의 정도에 따라 '법적 효과가 있는지' 등등.... 역시, 법정공방문 전부를 뒤벼봐야 증거물에 대한 판사들의 '기준'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목적인 1. 검찰의 RO의 실체성 입증 실패.....

딴지일보에서는 이렇게 설명해놓았군요. (기사 전문은 여기를 클릭)

이 글을 쓴 딴지일보 기자가 법정공방 과정과 판결문을 잘 해석했다는 가정 하에서 말한다면 판사와 딴지일보 기자가 저보다는 낫군요. 뭐가?

법적 해석력이야 당연히 판사는 말할 것도 없고 딴지일보 기자가 저보다 몇 수 위겠지만 법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법에 적용하는 능력을 갖춘 판사, 그리고 그 것을 해석해낸 딴지일보 기자의 혜안 말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석기와 그의 동료들이 이 RO 라는 조직을 건설했고, 이 조직은 비상연락망도 갖추고 있고 지휘계통이 성립된 실체가 있는 조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아무리 정치 판타지 같은 얘기지만 실제적인 내란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오간 그 회합은 이 조직의 회의였다고 승격시켜 준 것이다. 즉, 내란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기려고 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내란에 대한 계획이 오가는 회의가 이 RO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 함께 실체까지 갖추고 있는 조직 안에서 논의가 되었다는 점. 이 점을 집어낸 것이다.

내란을 모의하는 사람들이 그냥 술자리에서 농담으로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이름의 조직까지 갖추고 비상연락망에 명령계통, 지휘체계까지 갖춘 조직을 결성한 것, 그리고 그 조직의 수장이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 이런 논리가 완성된 것이다.

비록 현실과 완전히 괴리된 판단이며, 국정원도 검찰도 저게 얼마나 우스운 논리인지 잘 안다. 그러나 판결문 자체로 보자. 이석기 일당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떤 일을 해온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판결문만 본다면,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논리적으로는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국회에서는 어떨까? 법원에서 국보법같은 사소한 범죄 (실제로 국회에는 국보법 위반 전과가 있는 의원들이 버글버글하다.) 말고 무려 형법상 내란음모죄라는 거창한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이원을 국회에서 활동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전두환 노태우가 내란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시라. 의원직 제명안은 순식간에 의결될 것이다. 거기다가 이석기 의원에게 내려진 처벌에는 자격정지 10년도 포함되어 있다. 대법 판결이 나게 되면 어차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는 골목마다 “내란음모 세력(과 한통속인 민주당을) 척결하자”는 플래카드가 펄럭이게 된다. 안철수 신당에서는 “내란음모는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내란음모 없는 새정치를 하고자 한다.” 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이게 바로 박근혜 정권이 원하는 결론이다. 아닌가?

그리고 대선이 끝나고 국가 권력기관이 대선에 개입했다는 비난의 여론이 비등하면서 국정원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게 되자, 터트려 버린 것이 바로 이 내란음모 사건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정보기관이 권력을 만들어내는 것에 앞장서고, 그 권력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확보하고 세력을 넓히기 위해 현실 정치에 앞장 서서 참여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사회라는 것이다. 중정이 지배하던 70년대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이들은 심지어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공문을 통해 당신들 공문서위조라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수사하겠다고 해도 눈 깜빡도 안하고 버틴다. 권력이 지켜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진보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교훈...


과거의 향수에 젖어 대접받기를 원하지 말자. 그거 우리들이 항상 욕하는 꼰대들의 전형적인 행동방식이다. 새로운 운동방식이 필요하고, 새로운 노동 투쟁의 방식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추억.....

무려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으로 50년이 넘는 실형을 받은 당사자들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죄스러운 기분이 든다. 우리 모두가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당신들은 독박을 쓰고 고통을 겪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당신들이 좀 더 잘했어야 한다”라는 매몰찬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이 결코 평온하지 않다. 한 때 우리 모두는 함께 어깨를 걸고 시가지를 누비지 않았던가.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