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 자신을 위한 변명부터 하자면(-_-;) 나는 예전부터 국개론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입장이었지만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는 어느 정도 알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파악하기로 많은 사람들이 국개론에 학을 떼는 이유는 바로 국개론을 내세우며 국민들이 개ㅅㄲ니 개ㅂㅅ이니 이들이 멍청해서 위대한 인물들을 알아보지 못한다느니 열렬하게 주장하는 자들 혹은 그들이 추앙하는 인물들 자신이 그 ‘국개’들에 비해 지능이나 도덕성 면에서 특별히 나을 게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도덕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도덕성은 더욱 엄격하게 체크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하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그런 인물들의 더 형편없는 도덕이 드러난다면 그건 곤란하다. 그리고 내가 보기론 특히 정치인과 그 빠그룹들 가운데 국개론을 대놓고 떠들어낸 인물들의 수준은 분.명. 형편없었다.

그런데…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국민들이 개xx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해야 되겠다. 내가 국개론에 대해 호감을 가지는 근본적 이유는 이렇다. 우선 그 반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은 현명하다”는 말은 옳고 그름을 떠나 너무 촌스럽고 유치해서  입밖에 내기가 무지하게 어렵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착하고 정직하게 살면 저절로 복이 온다”는 소리와도 비슷하다. 이건 물론 사실도 아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말이 너무나 진부해서 미학적으로 심한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하긴 요즘은 “대중은 어리석다”는 식의 표현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기에 그다지 신선한 느낌이 없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더 쿨하게 들린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두번째로 따져볼 것은 “국민들은 현명하다”는 명제가 맞다고 하자. 그 다음에 무얼 어쩌자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민주주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당연히 인정할 것이다.  (뭐 극도의 엘리트 주의자들은 거부하려나? ^^) 그런데 결과에 승복을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국민들이 현명하다고 하건 멍청하다고 하건 달라지는 점이 없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면 오로지 ㅆㅂㅆㅂ하면서 속으로 삭이거나 ‘네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하며 굽신거리거나 그 차이뿐인데 후자의 경우 좀 비굴하다는 감이 없지 않다. 이문열이 전에 쓴 글 가운데(맛이 가기 전이었나 후였나 좀 애매하긴 한데…) “옛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임금에게 아부를 했다. 요즘은 그와 마찬가지로 지식인들이 국민 및 대중들에게 아부를 하고 있다.”는 구절이 있었는데 그의 말을 다 받아들이진 않더라도 인간이 하는 결정(여러 사람이 내리는 결정이라도 예외는 아니다)에 아무 견제없이 따르기만 한다는 것은 좀 위험한 점이 없지 않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말 현명한지 어리석은지 실제로 따져보자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검증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보며 그 결과 내 나름대로의 판정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겨루었고 3당 합당의 김영삼이 상당히 큰 표차로 승리했다. 자, 이 때 국민들의 선택이 옳았으며 김영삼이 더 뛰어난 대통령감이었는가? 그에게 장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무식함에 대해선 여러 권의 책이 출판되었을 정도였고 결국 IMF를 당한 것도 그 정권하에서였다.

2. 영남에서 전두환 노태우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감정을 대놓고 부추기는 자, 선거법 위반자, 고문경찰, 공안검사, 심지어 성범죄자들 전부를 자당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놓고 압도적으로 당선시키고 있다. 이 역시 현명한 일인가?

3. 조중동 등 언론의 프레임에 모든 국민이 갇혀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대 언론이 작정을 하고 몰아가면 그쪽으로 여론이 상당부분 변화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꼭 조중동의 보수적 몰이만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탄핵 당시의 노무현과 열우당에 대한 열혈지지나 광우병 사태 당시 정권을 뒤흔든 촛불 시위에 KBS, MBC 등 방송사의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가? 이쪽으로 움직일 수 있으면 같은 식으로 저쪽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법… 결국 대중은 조종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4. 요즘 우리나라의 TV 드라마를 보자. 소위 인기 있다는 것은 거의 모두 잘 알려진 대로 막.장.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기를 끌기 위해선 막장이기만 해서는 안되고 대중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막장이 막장 아닌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는 한 이는 그저 하나마나한 소리다. 막장으로 대본을 쓰기만 하면 누구나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는 없을 테니까…)

내가 대중이란 어리석다고 주장한다 해서 (그런데 정말 그랬나? -_-a) 그건 내가 대중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내 의견은 이렇다. “대중은 대부분의 경우 변덕스러우며 예측하기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언론에 끌려다니는 존재라서 조종하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가끔씩 현명한 일도 하고 어리석은 일도 벌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어리석은 일이 더 많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택하는 이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지 그들의 결정이 특별히 올바르기 때문은 아니다. 그리고 – 매우 다행히도 – 이들을 다루는 것은 나의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