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산 넘어 산

쌍용자동차가 이번 도장공장 점거 사태를 큰 불상사 없이 해결한다 할지라도 정말 산 넘어 산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쌍용차의 명줄을 쥔 정부와 산업은행이 이 첩첩 산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릴까 봐 두렵다. 노조는 결사투쟁으로 고작 Sudden death를 추구하고, 정부는 ‘노사-법원-채권 은행의 자율적 판단의 문제’ 운운하면서 SlowDeath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쌍용차의 명줄을 쥔 산업은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7월20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조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과 같이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시장경쟁력이 떨어지는 쌍용자동차의 생존 가능성도 대단히 낮다……쌍용차는 법정관리 상태로 회생 여부는 법원이 전적으로 판단할 것…….지금과 같은 생산 중단상태가 지속되면 쌍용차의 파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도 쌍용차 파업 사태는 노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그는 쌍용차가 청산으로 갈 때 국내 경제가 받을 영향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쌍용차의 시장 점유율은 2∼3%밖에 안 된다……쌍용차의 생산차종인 고급차, SUV(스포츠 유틸리티) 분야에서 경쟁압력이 조금 낮아지는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이장관과 임차관의 발언은 파업사태의 조기 해결, 즉 노조의 정리해고 수용과 농성 해제를 염두에 둔 ‘압박성’ 발언 일 것이다. 쌍용차 노조의 요구가 정부가 나서서 (산업은행의 목을 비틀든지 해서)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기에, 노사-법원-채권은행의 자율적 판단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 해결 이후 쌍용차가 넘어야 할 산이 얼마나 높고 험준한 산인지를 짐작하게 해 준다고 보아야 한다.

쌍용차의 호시절을 담보하던 조건은 다 사라졌다.

이장관과 임차관의 발언을 접어두고라도 쌍용차가 넘어야 할 산은 한 두 개가 아니다. 지난 7~8년간 쌍용차의 호시절을 뒷받침하던 조건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쌍용차의 주력 엔진에 들어가는 경유 가격은 가솔린 가격을 능가한다. 그 끝을 알길 없는 세계적인 고유가도 연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쌍용차에게는 불리하다. 무엇보다도 이전에는 SUV를 출시하지 않던 GM대우와 르노삼성이 상대적으로 가볍고 충돌안전성이 높은 모노코크 차체의 SUV를 출시했다. 현대.기아차가 판매하는 SUV의 품질성능 발전 속도는 아무래도 빠를 수 밖에 없다. 쌍용차는 열악한 개발비 사정으로 인해 C200(모노코크형 차체) 개발도 힘이 부치는데, 신형 엔진 개발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이번 일을 빌미로 국내외 경쟁사들은 쌍용차에 대해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회사라서 AS받기도 쉽지 않고 중고차 값이 똥값이 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 이는 쌍용차를 사려는 고객과 딜러 망을 개설하려는 딜러들을 멈칫거리게 할 것이다. 설상가상이라고 핵심 기술을 가진 부품 업체들이나 기술 용역 업체들은 쌍용차에 대해서는 현금 거래를 요구하거나, 거래 중단 위험을 감안한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쌍용차가 가진 자산의 핵심 중의 핵심인 경험 많은 우수한 기술 인력들은 튼튼하고 처우가 좋은 회사-현대기아차, GM대우차, 혹은 그 부품업체, 아니면 중국, 러시아, 일본 업체 등-를 기웃거리게 되어 있다. 이런 신용 공황, 인재 유출(기근) 현상은 협력업체에도 그대로 밀어 닥칠 것이다. 주요 협력업체 하나라도 부도가 나면 자동차 생산은 올 스톱되는 것이다. 쌍용차 임직원들이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협력업체가 파산해 버리면 일 못하는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정부와 금융의 통찰력의 위기

한국 자동차 산업 혹은 자동차 회사의 위기는 1980년~81년(현대, 기아, 대우 모두)에도 있었고, 1997년(기아차, 쌍용차), 1998년(삼성차), 1999년~2002년(대우차)에도 있었지만, 2009년 쌍용차가 맞닥뜨린 위기 정도는 아니었다.

1980년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산업통상 정책을 주무르던 관료들 및 신군부의 무지(역사적 통찰력)로 인한 위기였다.

1980년 국보위에서 경제정책(중화학 공업 투자 조정 정책)을 주무르던 미국 유학파 경제기획원 국장은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러 온 정세영 당시 현대차 사장에게 말했다. 이는 정세영 의 자서전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 267쪽 전후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같은 건 안돼요. 비교우위론으로 봤을 때 자동차는 수입해서 타는 게 나으니까 현대는 비교우위가 될 만한 걸 찾아서 그걸 하시오"

정세영 사장이 자동차 산업이 국가와 국민경제에 기여한 점을 설명하려고 애쓰자, 제대로 듣지도 않고 흥분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솔직히 얘기해서 자동차가 지금까지 잘한 게 뭐 있어요? 비싼 값으로 팔아먹고 고장 잘나고……국민의 피와 땀으로 살찐 게 자동차지 국가에 도움된 게 뭐 있어요?"

정세영 은 대한민국의 장래가 큰일이구나 싶어서 당시 경제정책을 총괄하던 신병현 경제기획원 장관을 만나서 자동차 공장은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신장관도 단호했다.

 

"포니는 품질도 나쁜 데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줬어요. 그거 아십니까? 자동차 공장 안 합니다!"

한편 1999년 말 대우자동차 글로벌 네트워크 –당시 대우의 국내외 생산 Capa는 250만대, 실 생산은 120~130만대, 부채는 22조~23조, 보수적 자산 평가가 9조 5천 억원이었다-처리를 앞에 두고도 금융계와 경영 학계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팽배했다. 그 요지는 공급과잉의 심화와 환경안전 관련 R&D 투자비 조달의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규모가 400~500만대 규모가 되는 5~6개의 선진메이커(미국 빅3,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 그룹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일본 혼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보다 생존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자동차의 미래 전망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비관적 전망이 대우자동차를 GM에 헐값(GM이 가져온 현금은 총4억 달러 였다)에 더러운 조건(대우 브랜드와 생산판매법인 대부분 인수 제외)으로 매각하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이다. 반대로 GM 입장에서는 GM M&A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으로 되었다. 한편 노조는 노조대로 해외 매각되면 부평 공장이 폐쇄되고, 단순 조립 생산기지로 잠깐 운영되다가 고철 처리 된다면서 지금 쌍용차 노조처럼 정부가 책임지라는 투쟁을 가열차게 벌리다가 기업 능력만 말아먹고, 정작 지켜야 할 것(대우 브랜드)을 지키지 못하였다. 지극히 가혹한 매각/인수 조건을 거부하고 독자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통찰력

한국에서는 정부, 금융, 노조의 머리를 근거 없는 괴담 수준의 얘기가 뒤흔들고, 자기 파괴적인 엄청난 닭 짓이 난무하는 동안 중국은 정부, 산업계는 합심하여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려나갔다.

1997년 당시 중국 자동차 업체 중 상위 5위 안에 드는 업체의 생산규모는 1위 上海大衆汽車(Shanghai-VW) 23만대, 2위 第一汽車集團(China FAW)가 17만5천대, 3위 天津汽車工業 15만9천대, 4위 東風汽車集團 12만7천대, 5위 長安汽車가11만9천대였다. 그나마 이는 승용차, 버스, 트럭을 다 합친 수치였다. (그런데 1997년 당시 쌍용차는 7만 9천대를 생산했다) 10년이 흐른 2007년 1위 上海汽車는 156만 1천대, 2위 第一汽車集團(China FAW)는 146만5천대, 4위 東風汽車集團은 115만9천대, 5위 長安汽車는 87만8천대를 생산하고 있다.( 天津汽車工業은 상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1997년 당시 순위에 없었던 많은 업체들이 자력으로 혹은 외국 업체와 합작으로 수십 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하여 2007년 현재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총 842만 9천대가 되었다. 중국 정부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400~500만대 규모의 5~6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괴담에 조금도 흔들지 않고 자동차 산업을 육성한 것은 어떤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표 1> 중국의 주요 자동차 생산업체의 생산대수(1997, 2007) 

 

그것은 첫째 폭발적으로 성장할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둘째 외국에 많은 공산품을 수출한다 할지라도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높은 관세장벽을 일정 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셋째 자동차 합작 회사 역시 외국 회사의 지분을 50% 이하로 묶어두어도 합작을 원하는 회사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넷째 후발자로서 자동차 관련 기술 캐치업이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 관련 정책은 모든 나라에서 다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국 시장이 크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핵심은 WTO체제 하에서 유치 산업보호 장벽이 허용되는 그리 길지 않는 시간에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학습 및 추격 능력이다. 한마디로 우수한 기술/기능 인력과 치열한 근로문화가 승패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중국과 한국은 이것이 있어서 성공했고, 말레이시아와 스페인 등은-어쩌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조차도- 이것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쌍용차의 기회 요인

쌍용차의 앞날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위기 요소는 너무나 많고, 기회 요소는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1970~90년대 한국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였다. 자동차 산업과 더불어 한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반도체, 조선 산업도 마찬가지였다. 기회 요인보다 위기 요인이 훨씬 많던 시절 이런 산업에 과감히 투자한 것은 정주영 과 이병철 의 위대한 통찰력이었다.

(박정희, 전두환 은 자동차, 반도체 산업에 관한 한 도와 준 것이 거의 없다. 박정희 가 도와 준 것은 현대자동차가 사채에 허덕이던 시절, 사유재산권을 전면 부정하다시피 한 1971년 8.3조치(사채이자 지급 정지 조치)하나 정도가 아닐까 한다.)

쌍용차 문제를 바라볼 때도 이런 통찰력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쌍용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쌍용차의 기회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선진국 시장은 답보 상태지만 중국, 인도, 중남미, 구소련, 중동(터키, 이집트 포함)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시장은 환경안전 규제가 그리 까다롭지 않고, 배기량에 비해 큰 차체를 선호하고, 가격에 특별히 예민하다. 또한 트럭의 비중이 높은 만큼 (쌍용차가 노하우가 많은) 프레임 타입의 차량에 익숙하다.

< 2> 주요 지역별 자동차 신규 등록/판매 추이

 

시장에서는 원래 중국, 인도 자동차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쌍용차는 모든 면에서 중국, 인도 업체들과 선진국 업체들의 중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각각 자신의 주력 시장에서 최적화 되어있는 자동차 업체들이 쌍용차의 매력까지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시장은 10~20만대 규모의 쌍용차에게 충분히 먹고 있는 틈새를 제공해 준다고 보아야 한다. 영업.마케팅을 잘하고, 중국, 인도, 러시아,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인구대국 업체와 손만 잡으면(물론 인수 방식으로) 연산 50만대 생산.판매 업체로 성장하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정도면 현재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에서 안정적으로 생존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현재 일본의 스바루(Subaru) 이런 규모의 독립업체이다.

< 3> 중국, 인도, 브라질, 구소련 자동차 신규 등록/판매 대수 추이

 

 2. 쌍용차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한국이라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쌍용차는 현대기아차를 떠받치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협력업체 네트워크를 상당 정도 공유한다. 또한 1980~90년대 한국이 배출한 우수한 자동차 산업 인력을 활용할 수가 있다. 1990년대 현대, 기아, 대우, 삼성 등이 주도한 과잉 투자의 상당 부분은 매몰비용으로 처리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인력들까지 매몰된 것은 아니다. 일종의 예비군 아닌 예비군이 된 이 인력들은 여전히 30~40대이다. 중국 업체에 대해서는 고급 기술 용역을, 일본 업체에 대해서는 하급 기술 용역을 하면서 떠도는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결집, 활용 한다면 향후 10~20년 동안 영업, 마케팅, 기술, 관리 등 여러 부문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신화는 쌍용차에서 만들어 질 수 있다.

3.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에서 스타일링 능력과 (기술, 기능) 조직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다른 능력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수많은 부품 업체와 기술/기능들이 완성차 업체 울타리 안에 있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서 이 부품들과 기술/기능들은 협력업체로 이전(외부화)되어 왔다. 독립된 협력업체들은 하나의 완성차 업체와만 거래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요 부품 업체들은 웬만한 완성차 업체보다 매출액 규모가 더 크다. 이는 쌍용차처럼 작은 회사에게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GM, Ford, 도요타, 현대기아가 주도적으로 키운 거대한 글로벌 협력업체와 거래를 통해 그들이 오랫동안 숙성시킨 노하우를 손쉽게 쌍용차에 탑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매력(Bargaining Power)의 한계로 인해 좀 비싸게 사야 하긴 하지만……. 실제 글로벌 5~6개의 완성차 업체만 살아남는다고 변죽을 올린 환경안전 기술, 부품의 경우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들은 글로벌 부품(협력)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여전히 완성차 업체 독자적으로 거액의 R&D 투자는 필요하지만 쌍용차 규모의 회사가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다른 자동차 부품도 엔진을 빼고는 거의, 심지어 미션 조차도 협력업체를 통해서 조달 된다. 자동차 부품들도 큰 모듈부품 생산업체를 경유하여 완성차 라인으로 들어온다. 완성차 업체는 과거에 비해 훨씬 짧아진 조립라인에서 이들 모듈 부품들을 조립만 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노조의 반발로 인해 완성차 공장내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을 충분히 짧게 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는 이번 기회에 선진국 자동차 업체 중에서 비용구조나 생산 방식이 가장 슬림 한 회사로 될 수 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은 사람이 치료를 잘못하면 골골하다가 일찍 죽지만, 치료를 잘하면 건강체로 되어 장수하는 것과 같다.

4. 자동차 산업은 패션(디자인) 산업적 성격도 많이 가지고 있다. 많은 기술, 기능들이 협력업체로 가면서 기술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고, 사람들의 요구와 취향은 점점 더 다양해 지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고 있는 튜닝차 시장과 개성있는 차 시장은 그 징표이다.

아무리 옷이 예쁘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개성과 취향을 가진 사람에게만 어필하듯이, 자동차도 고유한 개성이 있으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쌍용차의 스타일링은 수준급이다. 이는 쌍용차로서는 큰 기회 요인이 아닐 수 없다.

5. 쌍용차가 견실하게 살아만 있다면 2010년대 중반에 중국, 인도, 러시아 업체를 인수하여 규모와 지역의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 단적으로 현재 2007년 현재 총 286만 4500대(그 중 승용차는 248만대)가 판매 된 러시아에는 20여 개가 넘는 자동차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그런데 생산규모가 쌍용차 규모를 넘어서는 회사는 단 2개 업체뿐이다.

< 4>주요 러시아 자동차 업체 생산 규모(2007 현재)

  

쌍용차는 러시아 시장에 2005년 262대, 2006년 4018대, 2007년 11,277대를 팔아서 시장점유율 0.5%로 점유율 기준 28위 업체가 되었다. 현대는 147,843대를 팔아서 점유율 6%로 4위, 대우는 91,302대를 팔아 점유율 3.7%로 9위, 기아는 78,616대를 팔아 점유율 3.2%로 10위를 차지하였다. 그런데 쌍용차 보다 적게 판 유수의 자동차 업체가 수두룩하다. 시트로엥, 중국第一汽車(FAW), 크라이슬러, 스웨덴의 SAAB, 스페인의 SEAT(폭스바겐 그룹) 등.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말해 준다. 동시에 쌍용차가 영업마케팅력을 강화하면 팔 수 있는 시장이 꽤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따라서 러시아 업체의 경우 쌍용차가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전략적 제휴 내지 M&A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조만간 올 것이다. 하지만 쌍용이 중국 업체나 러시아 업체에 인수되면 지금의 르노삼성처럼, 르노나 니산이 진출한 시장에는 거의 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 5> 쌍용자동차 내수-수출 판매 추이

< 6> 쌍용차 지역별 수출 지역 비중(단위 만대)

 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 시장이 커지면서 쌍용차의 수출 비중은 늘어나고, 특히 서유럽 이외의 지역(특히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쌍용차는 최신 유럽 환경 기준인 유로 5를 만족하고, C200까지 출시되면 성장세가 뚜렷하리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가 있다. 현대기아차와 GM대우차가 힘차게 뻗어나가면 같은 토양을 가진 쌍용차도 뻗어나가는 것이 필연이다. 경영과 영업을 개판으로 하지 않는 한…….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을 타산지석으로

쌍용차는 정부, 금융, 지식사회, 노조의 자동차 산업에 대한 무지로 인해 너무 가혹한 조건으로 팔아버린 대우자동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대우자동차의 미래 전망을 암울하게 보고 투자 의지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해외매각은 최악(청산 내지 확실한 SLOW DEATH)을 피하기 위한 차악 내지 차선이었다. 하지만 최선은 정부와 은행이 대우자동차의 지배권과 브랜드를 유지하여 황금 똥을 싸는 코끼리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우중 회장의 엄청난 분식회계(불신 자초)와 잘못된 투자, 노조의 망동에 의한 대우자동차 부도, 대부분의 임직원들의 패기 상실(이것은 97~98년 기아 임직원들과 달랐다), 선진국이 퍼뜨린 괴담에 현혹된 금융과 지식사회가 합작한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은 너무나 아쉬운 사건이었다. 외환위기로 꺾인 대한민국의 국운이 다시금 꺾인 대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자동차가 10년 전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면 지금쯤 생산판매 규모도 300만대에 육박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대우자동차 네트워크를 매개로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벡, 카자흐스탄, 러시아, 베트남, 중남미 등지에 엄청난 교민들이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면서 누비고 있었을 것이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광고판이며, 완성차 회사는 수많은 산업을 일으키고 끌어가는 기관차이다.

요컨대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앙상해진 기술 인력을 보며 비관할 것이 아니라, 향후 후발국 자동차 산업의 태풍의 눈 내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 하나를 키운다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쌍용차 부흥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간 어찌어찌 연명시키다가 괜찮은 인수자 나타나면 폐닭 값이라도 받고 떠 넘기겠다는 시각으로 쌍용차를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2002년의 어리석음(대우자동차 해외 매각)과 2004년 어리석음(쌍용자동차 해외 매각)을 또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쌍용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어리석음

상하이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운영자금 고갈 상황에서 쌍용차 문제의 핵심은 수천억원의 새로운 투자(은행 대출 포함)를 받아 내는 것이었다. 쌍용차의 고비용 구조가 명백하고, 또 한국 완성차 업체 생산직 특유의 고용.임금의 경직성과 전후방 협력업체, 사무기술 노동, 소비자, 납세자에 대한 약탈성-모든 것을 파업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려고 한다-에 대한 우려가 비등한 상황에서는 이를 시정하려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경영진과 관리기술직과 합심하여 쌍용차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드는 비전을 만들고, 이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재원과 인재를 끌어오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진력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였다. 완성차 업체는 아무리 가혹한 구조조정을 거친다고 해도 노조는 여전히 엄청나게 강력하다. 적어도 경영 정상화 시 정리해고자를 우선 복직시키는 약속을 이행시킬 수 있는 힘은 있다. 게다가 쌍용차 생산직은 대우자동차에 비해서 젊은 층이 많기에 회사로서도 복직에 따른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그런 점에서 쌍용차 노조는 회사를 떠나는 쌍용차 임직원은 물론이고 살아남은,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생산직, 사무기술직들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쌍용차 노조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는 조건을 내걸고, 그것도 쌍용차에 목을 메고 있는 10~20만 명의 생존권을 볼모로 투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는 대중적 신뢰도 잃었고, 모든 노조 간부 및 활동가들은 총 퇴출의 위기에 몰아넣었다. 이번 사태 이후에도 쌍용차 노조는 여전히 간판을 유지하겠지만, 향후 들어설 노조는 지금 투쟁을 주도하는 노조와는 그 정신과 기질이 전혀 다른 노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정상화가 될지라도 정리해고자의 복직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노조는 지금 살아남은 사람을 인질로 잡고, 어리석은 투쟁을 벌렸으니!

항상 느끼지만 한국은 자신이 가진 엄청난 잠재력과 소중한 자산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80년의 현대자동차 위기 때도, 2000년을 전후한 시기의 대우자동차 위기 때도, 2004년 쌍용차 매각 때도! 나는 세계인의 시각으로 한국인과 자동차 산업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우자동차 밥을 근 9년 먹었는데(그 중 GM대우에서는 2년을 근무했다) GM대우에 부임한 GM 출신 경영자들이 후진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잘 모르지만 그들은 한국인의 창의, 열정, 특장점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그런 점에서 해외 매각을 통해서는 한국인의 위대한 특장점이 잘 발휘되지 않을 것 같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힘으로 쌍용차를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만들어야 한다.–끝-
www.goodpol.net / www.socialdesig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