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지역주의 관련 논의는 대형 떡밥이다. 이미 영호남 관련해서 수천 수만개의 게시물을 '영남은 나뻐'  한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는 남프라이즈류의  사이트도 몇개 있었고, 조선일보 백자평처럼 수천 수만개의 게시물이 '호남은 나뻐' 라는 한문장으로 요약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 토론의 현주소이다.  따라서 만약 그런 주장들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논의하고 싶으시다면 그곳으로 가서 하시라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논의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런 이야기들을 맘껏 할 수 있는 사이트들은 차고 넘치니, 여기서는 쫌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아크로에서 그런 논의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태도도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충분히 근거가 있고 지역주의의 발전적인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는 글들은 메인게시판 전부를 차지할지라도 허용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영남은 나뻐'라는 한문장으로 요약되는 글들은 아크로에서만은 자제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아크로가 그런 글들에 대해 관대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순간, 장담컨데 아크로 역시 또 하나의 '영남은 나뻐' 류의 사이트가 되고 말리라는 것이 솔직한 나의 걱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영남은 나뻐' 혹은 '호남은 나뻐' 류의 글들을 읽으면서 들었던 나의 의문을 피력해보겠다. 그런 글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지역주의가 한국 사회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영호남 각 개인들의 정서의 문제라는 우파적 시각에서 작성된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영남인들이 정신차리고 착해지면 지역주의가 해결될거라는 식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지역주의가 정말로 계몽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 도덕성의 문제일까?

한국 지역주의 문제의 근본 배경은, 자본은 쪽수가 작고 노동대중은 쪽수가 많다는 민주주의의 근본 속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계급 갈등이 그 배후에 숨어있다는 뜻이다. 하이에크같은 시장원리주의자들이 민주주의 제도의 다수결 원칙을 시장의 적으로 취급하고 못마땅해하는 것이 괜히 그러는게 아니다. 그러므로 자본이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사회 전체를 지역으로 가르고 가장 쪽수가 많은 특정 지역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서 자신들의 이익을 담보하는 정당에 투표하게끔 만드는 것밖에는 없다. 이런 탁월한 전략을 갖추지 못했던 유럽의 자본들이 민주주의 제도에 의해 어떤 꼴을 당했는지는 자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바로 영남이다. 영남인들이 선택된 것은 절대 그 들의 본성이 욕심이 많고 악질이어서가 아니다. 단지 쪽수가 많다는 이유 그것 하나다. 이 구조를 알아야 왜 영남지역주의가 보수정당, 재벌, 반공주의와 한몸으로 뭉쳐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도 비로소 논의가 가능하다. 즉 한국의 자본과 영남은 다른 것이 없이 떡고물과 투표권을 사고 파는 관계라는 것이다. 이것이 영남패권주의와 지역주의 문제의 본질이다.

영남에 뿌려지는 떡고물은 두가지의 방법을 병행해서 뿌려진다. 첫째가 특정 지역에 대한 비교 우위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로 호남을 차별하고 약화시켜서 상대적으로 영남이 받은 것이 많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호남 차별의 본질이다. 둘째가 실제적인 이익이다. 즉 개발 이익의 기회와 인맥 참여의 기회이다. 이것은 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 두가지의 떡고물만 계속 뿌려주면 영남인들의 투표권은 영원히 보수정당의 표가 될 수 밖에 없다.

부산 경남이 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드높은 지역이었다가 갑자기 배신을 때렸는지 궁금하신가? 이것을 그저 YS 개인의 배신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략 낭패이다. 그들을 배신하게 만든 진정한 힘은 '우리가 남이가'도 아니고 '호남 혐오'때문도 아니다. 그저 자본의 떡고물에 대한 약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때문에 '영남은 나뻐'라는 식의 주장들이 얼마나 헛발질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므로 선진국들의 지역주의 사례를 들어 한국의 지역주의도 어쩔 수 없이 당연하다거나, 그 해결 방법을 분석하려는 시도들 역시 죄다 헛발질일 뿐이다. 한국처럼 자본에 포섭된 지역주의가 과연 선진국 어느 나라에 존재하던가? 한국의 지역주의가 아직도 해결 난망인 것은, 애초에 문제의 파악이 잘못되었고, 따라서 그 해결방안들도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떡고물인데, '호남의 영남정치인 밀어주기'  혹은 그 반대로 '영남인들 욕하기' 같은 것으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순진한 발상인 것이다. 노무현처럼 민주당이 밀어준 영남출신 대통령보다 떡고물이 더 좋고, 욕들어 먹어도 떡고물이 더 좋은 것이다. 그게 당연한 거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몇가지로 간단하게 좁혀진다. 첫째가 자본이 뿌려주는 떡고물보다 더 큰 떡고물을 뿌려서 마음을 돌리게  하는 것이고, 둘째가 나머지 지역이 똘똘 뭉쳐 영남보다 쪽수가 더 많음을 과시해서 떡고물의 대상을 바꾸는 것이고, 셋째가 영남의 떡고물 자체를 차별적으로 뿌려서 분열시키기이고, 넷째가 아예 떡고물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어 포기하게 만들기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첫째 둘째 셋째의 방법을 모두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제 남은 방법은 바로 넷째이다.

이 방법도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을 약화시켜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의 문제의 본질에 곧장 접근하는 방법이라서 실효성도 가장 높다. 사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이 방법을 써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 되려 신자유주의다 뭐다 하면서 자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버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지역주의 관련해서는 최악의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결국 정권도 뺏기고,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되었고, 자신감을 얻은 자본은 이제 다시는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작전을 진행중이다. 오늘의 미디어법 사태는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뿐이다. 더불어 이제 영남보다 쪽수가 많음을 과시한 수도권을 향해 유혹의 떡밥을 던지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일련의 작전들이 성공한다면, 아쉽지만 지금까지 영남을 향해 뿌려지던 떡고물은 그 즉시 중단될 것이다. 박근혜와 친박연대의 돌출행동들은 그 전환 작업의 갈등을 드러내는 현상일 뿐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