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이 유전자 결정론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의미로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개념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나중에 여러 비판자들의 글을 직접 인용할 생각이다>>>

 

이런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이 엉터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한국 사람은 우리가 잘 아는 어떤 동물을 라고 부르며 미국 사람은 dog라고 부른다. 만약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한국인의 유전체(genome) 어딘가에 라는 정보가 들어 있는 반면 미국인의 유전체 어딘가에는 dog라는 정보가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터무니가 없는 주장이다. 한국인이 낳은 갓난 아기가 미국에 입양된 경우가 꽤 있는데 그들은 한국인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가 아니라 dog라는 단어를 쓴다.

 

문제는 이런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은 주창하는 행동 유전학자나 진화 심리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행동 유전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유전율(heritability)이다. 어떤 행동 유전학자가 IQ의 유전율이 75%라고 주장했다고 하자.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유전자가 IQ 75%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25%는 다른 무언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유전율이 100%가 아닌 이상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포유류나 조류의 성별처럼 거의 100%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행동 유전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여 연구하는 것 중 절대다수의 유전율은 100%에 많이 못 미친다. 유전율이라는 개념 자체가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과 유전자가 결정하지 않는 것을 나누어서 고려하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진화 심리학자들 역시 환경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 언어 학습 메커니즘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dog과 같은 단어는 해당 문화권에서 배우는 것이지 유전자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피아노 연주 메커니즘이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 진화 심리학자는 한 명도 없다.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에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의미의 유전자 결정론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마 세 가지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첫째, 너무 머리가 나빠서 구제불능이다. 그런 사람은 불쌍할 뿐이다.

 

둘째,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들도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에서 환경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데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성이 더러워서 상습적으로 사기를 치는 인간인지도 모르고, 진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그런 거짓말쯤은 해도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이며 진보를 바라지만 그 따위로 뻔뻔스럽게 거짓말하는 사람을 경멸한다.

 

셋째,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식의 말은 수사적 표현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시위 현상에 가 보면 노동자를 다 죽이는 이명박(또는 다른 대통령)이라는 식의 연설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했듯이 이명박이 한국의 노동자를 모두 학살하려고 한다는 의미로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동자를 다 죽이는 이명박노동자를 못 살게 구는 이명박을 수사적으로 과장한 말일 것이다.

 

나는 시위 현장에서도 그런 식으로 무지막지하게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술적 논쟁에서 진화 심리학자는 유전자의 역할을 과장한다는 말을 진화 심리학자는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한다라는 식으로 터무니 없이 과장해서 말하는 것은 결코 잘 하는 짓이 아니다. 진화 심리학을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제발 글자 그대로 말하는 것인지 수사적 표현인지 밝혀주기 바란다. 그들이 학술적 논쟁에서는 수사적 표현보다는 엄밀한 개념을 쓰는 것이 낫다는 점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