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흉아 이해가 안돼. 그래, 흉아 말대로 좌파에 대해 잘 모르고 비판했다 쳐. 그러면 안돼?


그리구 말이쥐, 좌파는 좌파가 잘 알까? 아니면 좌파 아닌 사람이 잘 알까? 내가 누군지는 내가 잘 알까, 나 아는 사람들이 잘 알까? 얼핏 좌파는 좌파가 잘 알고 난 내가 잘 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적절히 균형 잡을 거리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난 날 잘 모르고 좌파는 좌파가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 않아? 자신이 이기적이라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실제론 남에게 피치 못해 준 사소한 피해조차 상처가 될 만큼 여린 사람인 반면 늘 자신이 손해본다고 징징거리는 사람이 극도로 이기적인 경우가 허다해.


자...흉아는 좌파가 뭐가 환원적이냐고 물었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했지?


많고도 많지만 딱 하나만 예로 들어볼께. 대학 평준화.


좌파들 논리는 그러해.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근본적으로 대학서열체계에 기인한다. 고로 서울대 해체하고 대학 평준화를 하면 해결된다. 벌써 환원적이고 근본적이지? 아마 흉아는 현실적인 대안이 있다고 주장할지 모르겠어. 사립대학 비중이 70프로라는 걸 감안해서 국공립대 평준화나 평준화 네트웤을 우선 실행한다.


얼핏 그럴 듯하지. 좌파 말만 들으면 좌파가 집권해서 대학 평준화만 실행하면 입시 지옥에서 해방되고 대학 경쟁력은 올라가고 각자는 자신의 개성을 맘껏 발휘하고 개천에선 줄줄이 용이 승천하고. 그치?


그러면 각론을 한번 뒤벼볼까? 내가 이 문제갖고 진보누리에서 누차 논쟁해봤는데 말이쥐...


일단 국공립대 평준화부터 살펴보지. 내가 장담하건대 국공립대만으로 평준화하면 그때부터 유학이 증대할 거고 연고대 중심의 사립대 서열이 만들어 질거야. 모르긴 몰라도 연고대는 만세 삼창할걸? 당연히 서열의 정점을 차지하는 연고대는 국가 지원 배제를 전제로 등록금을 올려대겠지.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어떤 멍청한 좌파는 평준화 네트웤이 되면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어서 자신의 스펙이 아니라 개성과 평등을 중시할 거니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거라 하더군. 미친 삭히. 구 사회주의 국가들도 결국 실패한 인간의 욕망 제거가 대학평준화로 가능할 거라고 믿는 정신병자 같은 소리라고 난 생각해.


자...거기에 또 문제가 있지. 일단 교대 같은 학교도 평준화 대상인가? 걍 서울 3대학쯤 되는건가? 그리고 의대나 법대, 경영대 등은 어떻게 되지? 평준화 한다 그러면 그런 인기과에 절반 이상이 몰려들 텐데 일단 다 받아줄건가? 그래서 1-2년 가르친 뒤 7-80프로 잘라내?


흉아는 그게 얼마나 좋으냐고 말할지 모르겠어. 입사 시험용 공부가 아니라 진짜로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얼마나 보기 좋으냐고...그게 졸정제의 목표라고. 풋. 간단히 말해주지. 고3 입시 지옥이 대학 2학년때 벌어지는거야. 거기에 결국은 잘라낼 7-80프로를 가르치기 위해 쓰인 교육비는 그냥 낭비되는거야. (무상이라매!) 물론 잘린 7-80프로의 사회적 낭비는 차치하고 말야.


거기에 또 문제가 있어. 가령 지금 수도권의 국공립대는 서울대, 서울시립대, 교대 정도 있을 거야. 반면 수험생은 절반이 몰려있지. 이거 어떻게 수용하지? 국공립대를 마구 더 짓는다? 안그래도 대학이 남아도는 형편인데? 그러다가 우르르 지방대가 무너지면 어떻게 할 건데?


아...그러면 흉아는 그러겠지. 평준화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사립대까지 평준화 대상으로 끌어 들인다고.


연고대가 미쳤어? 없어진 서울대 자리가 눈 앞에 보이는데, 드디어 꿈에 그리던 사립대 중심의 한국판 아이비리그가 펼쳐질 기회를 걍 ‘진보 진영의 평등이념에 동참하여 저희 대학 재단을 진보 정당의 제단에 바치겠나이다’하게?


그러면 또 흉아는 그러겠지? 평준화 네트웤에 들어온 사립대에만 의대와 로스쿨 인가를 내줄 텐데 지들이 안들어오고 배기겠냐고...


흉아. 내가 장담하는데 평준화 네트웤을 근거로 연고대의 의대, 법대 폐지는 제꺽 위헌 심판감이야.


좋아. 좋아. 기적처럼 연고대까지 평준화 네트웤에 들어와서 전국 대학이 평준화된다고 치자고.


그러면...또 묻지. 교수 월급은 어떻게 되지? 전국의 모든 단과대와 기타 등등 상관없이 평준화인가?


그러면 역시 장담하건대 우수 교육 인력은 줄줄이 해외로 뜰거야. 아니, 능력별 차등화인가? 전국 수만명 교수들을 뭘로 평가할 건데?


또 묻지. 실력있는 교수들은 아마 서울 혹은 대도시에 있고 싶겠지. 그러면 지역 소재에 따라 교육 능력의 차가 발생하지 않겠어? 이게 지금처럼 경쟁의 결과라면 이해되는데 평준화 한다 그래놓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처리할건데?


그때는 사람들이 개성과 삶의 질을 중시할 거니까 절대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 후하. 대학 평준화만 하면 대한민국,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토피아 되겠네. 젠장.


또 있어. 평준화 네트웤 들어온 지방의 사립대들은 대부분 의대나 법대 인가해달라고 할 텐데 뭘 기준으로 판정할꺼야? 그냥 평등하게 수십명씩 쪼개서 인가해줄까? 법대는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의대는 수련병원까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지을거야? 돈이 남아나? 한국은행에서 마구 찍으면 되나? 아니면 부유세 신설해서 2억 이상 재산 가진 사람들에게 1년에 10프로씩 재산세 물리면 되? 아....있겠다. 건설 토목 산업 안하면 되는거야?


흉아 있지... 지금 진보 정당 주장대로 건설 토목 사업 중단했다간 3년내에 imf행이야. 메이저 5대 건설사 빼고 줄 부도고 (특히 지방 경제엔 치명타고) 거리엔 노숙자들이 득시글 거리겠지.


아...말이 좀 샜네. 의대 법대 신설도 어영 부영 됐다고 쳐. 그 다음 각 대학 예산은 어떻게 되지? 정부에서 일괄 책임? 그러면 말야 지방의 족벌 재단은 만세삼창이야. 너무 고마와 눈물까지 흘릴걸? 요즘 입학 정원도 제대로 못채우는 형편인데 정부에서 서울대, 연고대 급으로 재정을 확충해주겠다니 이 얼마나 고마와?


대한민국 돈 남아돌아? 대한민국이 프랑스나 독일보다 몇배 잘 살아야 이런게 가능할걸?


아...흉아는 또 그럴거야. 유럽에서 다 하고 있다고...핀란드를 보라고.


흉아, 있지. 핀란드나 스웨덴의 역사는 우리와 아주 달라. 걔들은 수백년동안 단일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온 애들이야. 가령 삼성보고 본받으라는 스웨덴의 무슨 재벌 있지? 그 재벌은 오랜 세월 스웨덴과 함께 살아온 재벌이야. 그 재벌이 무너지면 스웨덴도 무너지고 거꾸로도 성립되지. 그러니까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는 거야. 국가 규모가 큰 독일이나 프랑스만 해도 핀란드 모델을 적용하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지.


그리고 유럽은 대학 진학율이 우리와 달라. 중고등학교때 걸러지지. 한국처럼 85프로씩 대학가는 곳이 아냐... 그리고 있지... 프랑스 대학생들이 공부 열심히 한다는 구라는 좀 안믿으면 좋겠어. 하는 애들은 하지만 걔들, 동기부여가 안되서 별로 열심히 안해. 특히 취직도 잘 안되는 반면 들어가기는 쉬운 인문대엔 대학생 혜택만 받겠다는 애들로 득시글거려.


아...흉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총론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대학 평준화는 실제 각론에서 이렇게 어마어마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물론 말야. 난 대학 평준화,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난 진보 진영이 장기적 목표나 비젼으로 갖겠다면 불만 없어. 언제나 비젼은 필요한 법이고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인생은 의미를 갖는다고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신일숙 화백께서 말씀하셨지. ^ ^)


그러면 말야...진보 정당이 제대로 실력 발휘할 각론은 뭘까?


흉아. 또 예를 들지. 그건 말야. 참여정부 당시 벌어졌던 교육 이슈들을 떠올렸으면 좋겠어. 크게 세가지가 있지. 로스쿨, 의전, 내신 위주 입시.


흉아는 진보 정당이 저 세가지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었는지 알아? 난 잘 모르겠어. 아, 물론 그들이 대충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는 알아.


“근본적 해결이 되지 못하므로 반대.”


아놔. 이게 무슨 입장이야? 가령 말야. 로스쿨을 보자고. 진보 정당이 반대한다는건 알아. 교육비 부담이 커졌고 어쩌고 저쩌고 이유는 많겠지.


그런데 내가 까놓고 말할께. 그런 입장이라면 나도 허구헌날 내놓을 수 있어. 당장 묻지.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사시 고수야? 그래서 안그래도 출세길 열린 애들에게 무상으로 연수원 교육까지 시켜줘?


사시후 로스쿨이야? 그러면 로스쿨 배정 못 받은 대학들은 정말로 난리날걸? 거기에 확실한 손님을 받으니 교육비는 장난 아니게 (지금 로스쿨보다 훨씬 더) 치솟겠지. 그게 진보 정당 이념과 맞아?


그러면 로스쿨의 저소득층 학비 전액 지원을 말하겠지. 이 것도 문제가 있어. 기본적으로 로스쿨 졸업한 뒤엔 잘 먹고 잘 살 애들에게 지원하는게 맞아?


그러면 모든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지원을 말하겠지. 흉아. 내가 물어본건 참여정부 당시 로스쿨에 대한 입장이야. ‘진보 정당은 저소득층 대학새들을 전액 지원합니다’이런 선전 말고 참여정부가 집권하던 당시 당장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은 학비 무상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로스쿨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를 물어본거야. 그냥 사시 고수인가, 사시후 로스쿨인가, 로스쿨 대학과 대학원 병행 체제인가 등등.


아직도 이해 안되면 의전으로 가자고. 난 말이지. 의전 이거 진보 정당에선 ‘결사반대’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저소득층 학비 지원 이런 거 말고 그냥 결사반대했어야 한다고.


왜냐. 의료보험과 물려있거든. 의료 교육비 증대는 장기적으로 의료 비용 증대로 이어져. 그렇지 않겠어? 당장 의전에서 비싼 돈 내고 교육받은 의사들은 당연히 본전 욕심에 돈되는 성형, 안과에 몰리겠지. 그러면 의료보험의 주축인 메이저 5과의 위기는 가속화되고 이를 막기 위해선 그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야하고. 거기에 장기적으로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고 해봐. 4+4는 2+4보다 더 교육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정도도 뻔하지 않아? 이건 그냥 의사들 욕심만 욕한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랬나? 역시 하나마나한 입장만 내놨지. 무상교육이 실현되지 않으므로 반대. 내참. 이걸 입장이라고 내놓는 거야? 자신들의 비젼인 무상 교육, 무상 의료에 입각했을 때 당장 나온 의전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파악하고 그걸 근거로 자신의 지지자들과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지 않겠어?


그랬나?...........내 기억엔 전혀. 아마 의전 반대한 서울대보며 ‘우수학생 뽑으려는 욕심 덩어리들’이라 욕하고 참여정부에 대해선 약간의 호감과 함께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부르주아적 개혁의 한계로서 계급적 기반이 다르다’고 했을 거고...그리고 우아하게, 그렇지만 참으로 내용이 빈약한 반대 의견 내놓고 끝 아니었나? 난 이 문제를 놓고 진보누리에서 정말 많이 논쟁했는데 말이지... 정말로 단 한번도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입각한 구체적인 입장을 본 기억이 없어. 항상 끝엔 이런 이야기나 튀어나오더군. “너 서울의대 나온 삭히지?”


내신 위주 입시는 어땠어?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 그때도 대충 반대 정도였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난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아. 무상 교육은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거지? 그런 나라에서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나라 있으면 알려줘. 내가 알기로 단 하나도 없어. 이건 말야.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와. 오히려 대학별로 자율화된 나라의 경우 대학에 따라 내신을 중시해. 이것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답이 나와. 서울대에서 지역균형 선발제 비중을 높이는 것과 똑같은 이치야.


참여정부 입시제도가 실패한 뒤 나오는 의견들 보니 기가 차더군. ‘역시 한국의 교육 문제는 대학 입시 제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서열 체제 자체를 파괴해야 해결된다.’


오 마이............마이.................................갓100


내 귀에 이런 주장은 대학 평준화될 때까진 입시 제도에 대해선 손 놓고 있겠다로 들리는데 내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런거야? 이제 왜 환원론이 위험한지 알겠어?


흉아는 무상 교육이나 무상의료를 장기적 비젼으로 설정하는 것에 이의없다는 내 말을 유념해줬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난 말이지. 당장 소수 정당으로 있는 진보정당들이 자신들의 장기적 비젼에 맞춰 위와 같은 각론들에서 어떻게 지금 가능한 정책들을 만들고 다듬고 현실적으로 구현하는지를 보고 싶어. 왜 요즘 유행어 있잖아?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하지 않다. 오늘 제대로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진보 정당의 장기 비젼은 그냥 일루젼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리고 흉아는 있지. 없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들의 입장을 강조하는데 말이지. 흉아의 선의는 인정해. 그런데 말야. 이것도 알았으면 좋겠어. 대부분의 부모는 자기 자식을 사랑해. 그렇지만 자식을 사랑한다고해서 자식을 제대로 키우느냐면 그건 그렇지 않아. 그리고 자식을 사랑함에도 자신의 능력 한도에서 결국 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눌 수 밖에 없다는 걸 대부분의 부모는 잘 알지.


진보정당은 없는 사람 편이므로 그들이 집권하면 없는 사람들이 살기 좋아진다..... 이 말은 내 귀에 어떻게 들리냐면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므로 부모의 양육법이 곧 최선이다,라는 식의 무의미한 구호로 밖에 들리지 않아.


그리고 흉아가 사랑하는 없는 사람들은 그런 선의를 내세운다고해서 바로 찍어줄 만큼 멍청하지 않아. 선의보다는 능력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아주 잘 아니까 말야.


Show me your a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