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오해하셨을 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멩기스투를 옹호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요즘 아랍어를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아랍어권 북아프리카(마그레브 및 이집트)와 이와 역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된 지역들(수단, 모리타니, 에티오피아, 지부티, 에리트레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제가 관심의 축으로 삼고 있던 3개 개발도상국은 터키, 태국, 이란이었는데, 이 중에서 파도 뭐 나오는 것도 없어 보이는 이란은 접고 당장 국제적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이집트 등의 방면으로 눈을 돌리는 게 낫겠다 싶네요. 현대 페르시아어도 고전 형태에서 너무 간소화되다 보니 문법적 골격이 유럽 주요 언어들과 너무 비슷해져서 언어학적으로도 딱히 이쪽은 건질 게 없어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위의 국가들 목록을 보면 당장 에티오피아가 좀 돋보입니다. 다른 국가들은 거의 순종 이슬람국이거나 적어도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반면에, 에티오피아는 굉장히 긴 역사의 독자 정교회를 가지고 있는 기독교도 다수의 국가죠. 역사를 살펴 봐도, 아프리카에서 이집트와 수단 정도 외에는 이에 비길 정도로 긴 역사를 가진 국가가 없고요. 뿐만 아니라 역사의 장면마다 상당히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중세 에티오피아는 악숨 제국으로 번성하면서 동아프리카에서 이슬람의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되었던 세력이었고, 나중에 유럽 확장기에는 독자 군주제를 이어 가면서 나름대로 근대화 노력도 기울였죠. 이탈리아와의 1차 전쟁에서는 그 엄혹했던 제국주의 극성기에 이탈리아군을 힘으로 누르고 승리해서 독립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이후 2차 전쟁에서는 패해서 2차대전기에 잠시 이탈리아 식민지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 봐야 몇 년 정도였고요. 이렇게 에티오피아가 나름대로 20세기 중반까지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쌓아 올리다 보니 당시에 에티오피아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가 흑인 민족주의의 영도자 대접을 받으면서 아프리카의 희망으로 떠오르게 되기까지 했지요.

이 시점에서, 한국인이라면 잘 아는 바와 같이 에티오피아는 한국전쟁에 군대를 파병합니다. 근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파병할 정도로 당시 에티오피아가 경제적으로 잘 나갔다는 걸로 추론을 하더라구요. 종종 에티오피아 역사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말이죠. 그러면서 그 근거로 바로 위에 기술한 바와 같은 자랑스러운 에티오피아의 역사를 듭니다. 그러다가 멩기스투가 한판 크게 뒤집어 엎고 에티오피아 경제가 현재와 같이(세계 최빈국) 폭삭 망했다.. 로 논리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헌데 일단 위와 같은 자랑스러운 에티오피아의 역사는 어디까지나 정치와 문화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경제면에서 과연 에티오피아가 멩기스투 이전에 잘 나갔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저도 문헌을 많이 뒤지거나 하지는 않아서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1950년과 1973년의 1인당 GDP 통계(1950년 통계, 1973년 통계)를 비교해 보면(참고로 멩기스투 쿠데타는 1974년) 그때나 요즘이나 에티오피아가 최빈국인 것은 다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 뭐 수도나 몇몇 중심도시들에 부가 집중되어 있어서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는 상당히 발전해 있었다거나 한 걸까요? 에티오피아의 당시 경제 상황에 관해서 아시는 분이 계시면 좀 알려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