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중에는 아주 노골적인 것도 있지만 은근히 암시하는 것도 있다. 은근히 암시하는 경우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런 것 같다.

 

한국 여자들은 음담패설(성적인 것을 은근히 암시하는 광고 등도 포함)을 진짜로 못 알아듣는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숭을 떠는 것일까? 이것은 심도 있는 설문조사, 거짓말 탐지기를 동원한 조사, 애인이나 남편과 같은 편한 상대를 동원한 조사 등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

 

다른 문화권의 여자도 남자에 비해 음담패설을 못 알아듣는 것일까? 나는 여러 문화권에 대해 이런 문제를 광범위하게 조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 글에서는 논의의 편의상 여자가 남자에 비해 음담패설을 못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인류 보편적이라고 가정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진화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째, 여자가 내숭을 떨도록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백지론자라면 여자가 내숭이 심하도록 알게 모르게 교육 받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만약 여자가 내숭이 심한 것이 인류 보편적이라면 백지론자는 왜 그런 보편성이 생겼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여자는 성적인 면에서 내숭을 떨어야 할 이유가 있다. 인간은 결혼을 하며 남자는 결혼을 할 때 다른 남자와 쉽게 성교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를 고르려고 한다. 왜냐하면 아내가 다른 남자와 성교를 하면 유전적으로는 남인 자식을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아예 여자가 음담패설을 못 알아듣도록 설계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음담패설을 잘 알아들으면 성적으로 자유분방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못 알아듣도록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좀 더 정교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자가 상황에 따라 음담패설을 상당히 잘 알아듣기도 하고 잘 못 알아 듣기도 하도록 설계되었는지도 모른다. 즉 바람을 피우고 싶을 때에는 잘 알아듣고, 남편감을 구할 때에는 못 알아듣는 식이다. 현대의 상황으로 이야기하자면, 나이트 클럽 가서 부킹할 때에는 잘 알아듣고 선 보러 갔을 때에는 못 알아듣는 것이다. 섹시해 보이는 것이 유리할 때와 청순해 보이는 것이 유리할 때에 음담패설과 관련된 여자의 인지 메커니즘이 다르게 작동한다고 보는 가설이다. 머리를 써 보면 이 가설을 검증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셋째, 오류 관리 이론(error management theory)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Error_management_theory 에 있는 내용과 거기에 링크된 글을 참조하라.

 

남자는 여자의 눈빛을 지나치게 추파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David Buss에 따르면 여자가 실제로 추파를 보냈는데 남자가 못 알아차렸을 때(false negative)에 치르는 번식 손해가 여자가 실제로 추파를 보내지 않았는데 남자가 추파로 착각했을 때(false positive)에 치르는 번식 손해보다 크다. 추파를 못 알아차리면 짝짓기 기회가 날아가지면 추파가 아닌데 추파로 착각하면 잠깐 뻘쭘해지면 그만이다. 따라서 추파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추파로 해석하도록 남자가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에는 침팬지와 달라서 발기한 성기를 보여주거나 엉덩이를 얼굴에 들이대는 식으로 성교 초대를 하지 않는다. 이미 성교를 많이 해 본 사이가 아니라면 은근한 눈빛이나 암시적인 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자가 눈빛을 지나치게 추파로 해석하도록 설계된 것과 마찬가지로 여자의 말을 지나치게 성적인 의미로 해석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남자가 이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은근한 음담패설을 여자보다 더 잘 알아듣는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성교를 더 많이 원하는 쪽은 보통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의 은근한 유혹을 잘 못 알아차려도 손해 볼 것이 적다.

 

 

 

2010-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