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관련 글 하나를 준비하고 있어서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기술유출 및 먹튀 자본 논란에 대하여
자동차 기술의 성격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가 많이 떠돌아 다니더군요.
자동차 기술은 크게 생산기술, 제품기술, 관리기술로 나눕니다. 생산기술은 싸게 빨리 만드는 기술이고, 제품기술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생산기술과 제품기술은 기본적으로 경험기술입니다. 많이 해봐야, 즉 trial & error를 많이 거쳐야 축적되고 이 기술의 대부분은 암묵지 형태로 축적됩니다. 사람에게 축적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쌍용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그 네트워크에 축적됩니다. 도면에 나타나는 것은 극히 일부 입니다. 상하이차가 도면을 가져갔다고 해서 기술이 많이 유출된 것이 아닙니다. 그나마 이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가져간 것입니다. 상하이차를 비난 할 근거는 아닙니다. 오히려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비난할 거리입니다. 상도의는 있는 것이니까요.
코카콜라 만드는 비법이나 자동차용 고무를 만드는 기술은 그 프로세스와 성분을 알면 바로 베껴버리지만-그래서 특허도 안냅니다- 자동차 기술의 대부분은 그런 성격의 기술이 아닙니다. 자동차 품질 성능의 최종 단계는 결국 경험 많은 사람이 튜닝합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 이런 사람이 많이 유출되지 않을까 하는 것 입니다. 능력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나가면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술이 정녕 문제라면 좋은 자동차 많이 사와서 기술자들이 자세히 뜯어보고(tear down), 시험하고, 완성차 및 협력업체 퇴직자들을 모셔와서 기술 지도 받으면 됩니다. 한국은 일본 기술을 캐치업 할 때 그렇게 했습니다. 이것이 훨씬 싸게 먹힙니다. 추측컨대 상하이차는  노조에 질려 버렸을 겁니다. 이는 99% 확실할 겁니다. 한국 자동차 회사 노조는 보통 노조가 아닙니다. 

2. 지금 시점의 타협에 대하여
쌍용차가 고난의 행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투자자(채권자 포함)가 필요하고 이를 해서는 (유럽, 미국 수준의) 합리적인 노조가 관건입니다. 지난 4~5월 이라면 노조의 전향적인 제안이 수용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기에 무승부 상태로 가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경영측의 패배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경우 새로운 투자자 내지 인수자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영측은 이왕 이렇게 된 것, 노조를 확실히 꺾으려고 할 것입니다.

2000년 11월 8일 대우자동차가 부도나고, 그 이듬해 2월에 정리해고를 할 때도 그랬습니다. 당시 이종대 회장, 이영국 사장의 얘기를 들어봤는데, 처음부터 부도를 내려고 한 것도, 대량 정리해고를 계획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노조의 입지 때문에 이를 다 거부하면서 결국 정리해고 사태가 초래 된 것입니다. 자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수십만명을 희생한 것이지요.(그런 점에서 한국 정치세력의 행태도 노조와 다르지 않습니다. 학생도 없는 과를 유지하는 교수, 교사들도 다르지 않고요)

모든 전쟁은 초창기에는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엄청난 희생이 생기면 힘있는 측에서는 수도를 점령해서 적을 꺾으려 하기 마련입니다. 지금이 그런 상황입니다. 물론 그래도 노조는 살아있습니다. 여전히 강력한 노조입니다. 다만 1987년 이후 면면히 내려온 정신과 기풍이 죽을 뿐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자동차 회사 노조는 보통 노조가 아닙니다. 제말이 믿기지 않거든 주변에 자동차 회사 다니는 친구, 친인척들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이것을 망각하면 이번 사태가 이해가 안됩니다.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