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꾸로 돌려 과거로 돌아가면 우리는 과연 역사를 제대로 보고 판단하고 기록할 수 있을까? 내 개인의 역사를 돌이켜 조명해 보아도 나는 나 자신의 역사마저도 객관적으로 기술(표현)할 자신이 없다. 지금은 필연이라고 생각되는 만남이지만 그것은 지극히 우연한 출발이었다. 혹은 또 다른 만남을 예비하기 위한 하나의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더 나아간다면, 아직 그분과의 인연이 다한 것은 아니니 어쩌면 더 큰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고···. 개인의 소사(小事)지만 정확하게 기술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다.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던 나는, 어느 날 퇴근하다 우연히 어떤 스님과 조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난닝구 스님과의 만남이었다. 하필 그 시간 대에 그 열차에 타고 있었기에 그 분이 나의 책 읽는 모습을 보시고는 말을 거셨던 것이다. 정확히 한 칸만 앞.뒤쪽에 탓더라도 그분과의 조우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읽고 있던 책이 정확히 무슨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난닝구 스님의 눈길을 끌기에 족했던 어떤 책이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을 해 본다.

 

어쨌든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는 한반도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명상을 하면서 정신세계를 여행하던 내게는 그것은 그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통해서 인간의 역사를 직접 살펴보고 내가 확실하다고 여기는 것만을 인간의 역사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1년에 물리학을 전공하시고 명상을 하던 선배를 만나 기수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수련을 해 왔었던 터였다. 그 때 들은 이야기는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웬만한 이야기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면역력을 갖추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부정하는 놀랄만한 이야기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이다. 그렇게 작은 파문을 일으켰던 스님과의 만남은 내 역사의 한 모퉁이에 기록된 채 시간이 흘러갔다.

 

역삼동 사무실 근처에서 빌딩을 타며 방문영업을 하던 어느날 나는 한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실례합니다! 하고 큰소리로 외치고 불쑥 인사를 드렸는데, 고서(古書)가 가득 찬 연구실에서 무언가를 하시던 연세 드신 분이 뭔 일이냐? 며 불청객의 방문에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시는 것이었다. 연구실을 휘이 둘러본 나는 약간은 당황한 채 잠깐 동안 할 말을 잊었다. 그런데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어떤 스님을 만나 조선의 역사는 중국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 분이 아니냐고 여쭤보았다. 맞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는 물어오시는 게 아닌가. 이런 기가 막힐 인연이 또 있겠는가! 이리하여 김종윤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고, 그날 대륙조선사라는 새로운 역사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만나게 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난닝구 스님과의 조우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 역사는 어디로 어찌 흘러갔을까?

................... (To Be Continued) ......................   


<깜딱 Q> : 여서 난닝구의 뜻은 무엇일까?

<덧글>
광인일기를 시리즈로 써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
나는 정해진 대로 프로그램된 사람들이 보기에 미쳤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과의 만남을 써도, 방외고수 정도는 될꺼야 아마...

근데 '미쳤다'다는 판단은 뭔 기준으로 그리 판단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