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글(http://acro.pe.kr/zbxe/?mid=BulletinBoard2009&document_srl=15739&listStyle=&cpage) 에서, 칼도님의 덧글을 읽고 있자니 다음 부분에 관해서 약간 생각이 걸리적거리더군요.
과학의 가치중립성 테제와 관련된 논쟁에서 공히 인정되어야 할 것 같은 것들:
3. 과학활동/실천이 가치판단에 의해 인도된다는 것
- 어떤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택할 것인가 및 가설 구성에 수많은, 문화적으로 매개된, 가치판단들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
- 한 연구대상에 대해, 실험/관찰/여타 이론들과의 정합성의 정도 만으로는 결정이 불가능한, 경합하는 이론들이 여럿 있을 때 어떤 이론이 더 지지를 받느냐에 가치판단들이 영향을 끼친다는 것. 이를테면 더 우아?하고 단순한 이론을 지지하는 경향 

저는 3번 테제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쪽이고, 그렇기 때문에 추가로 덧글을 달지 않고 새로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주제넘게 개인적인 코멘트를 달자면, 여기서 칼도님이 주장하시는 내용은 '과학활동/실천이 수많은 문화적 매개에 의한 가치판단에 의해 (일부) 인도된다는 것'인데, 일단 그 범위부터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우선 '문화'라는 것의 외연부터 좀더 명약관화하게 해야 할 텐데요… 이른바 '과학자 사회'에서 습득되는 비-학술적 요소들을 이 '문화'에 집어넣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을 듯하니, 과학자 사회 바깥에서 어떤 '문화적 요인'들을 끌어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논의도 좀더 필요할 것 같군요. 이에 관해 저는 (아마도 그 말씀하시려는 바에 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만, 제 생각에 이것은 '공히 인정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좀더 엄밀히 격을 갖추고 나서 정당화해야 할 것'입니다. 문화의 범위와 영향력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갈리니까요. 또한 너무 넓은 범위로 펼쳐버리면 사실상 의미 없는 주장이 될 위험도 분명히 내재하고 있구요.)

여기서 예시로 드신 부분으로 '우아하고 단순한 이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철학적 기본 원칙의 과학적 탐구 버전을 지칭하시는 것이겠지요. 제가 이 글에서 논하려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우아하고 단순한 이론을 지지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실제로 어떤 면에서는 이 경향성이 과학적 탐구의 암묵적 일반 원칙으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의문시하는 점은 도대체 그러냐는 것입니다. 이것은 얼핏 봐서는 전혀 근거가 없는 의사결정과정입니다. 말씀하신 바대로 문화적 요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요. 더구나 많은 과학자들은 '이론의 미학성'을 들고 나오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실제로 이 과정을 이론 선택에 적용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 과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입니다. 정당화될 수 없다면 이 과정을 선택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거부되어야 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이 이미 나와 있을 때, 완전히 동등한 다른 이론을 수립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추가로 들이는 것은 다만 별 가치가 없는 두뇌 유희에 불과해지기 때문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과정이 충분히 (문화적 요인 등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에서는 이에 관한 주장을 전개할 것입니다. 다만, 제 과학철학에 관한 관심도와 지식의 정도가 별로 대단치 않은 상황에서 많은 부분을 직관에 의존해서 풀어나갔기 때문에 올리기가 좀 두렵군요…


0. 기본 용어들의 정의

우선 과학적 이론을 구성하는 방법론을 단순화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용어를 가정할 것입니다. 분명 엄밀하지 않은 부분은 있습니다만, 추상적인 논쟁에 매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한 직관적으로 정의를 구성하려 했습니다. 또한 '술어', '관측', '정당화'와 '정당화 가능', '검/반증'과 '검/반증 가능' 등의 용어에 관해서는, 여기에서 별도로 어떤 논의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모두 쟁쟁한 논쟁거리이니.. 아쉽게도 여기서는 모쪼록 상식에 호소하는 수밖에요.)

(D1) 과학적 이론(이하 '이론')은, 적당량의 술어로 이루어진 가정들의 집합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정이란, 술어들로 이루어진 명제를 뜻하며, 또한 이들 가정 각각은 서로 독립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합니다.
(D2) 현상이라는 것은, 과학자(관측자) 혹은 과학자 집단이 경험했다고 적절한 근거에 기초한 합의에 의하여 믿어지는 것을 적당한 술어를 이용해 기술한 것을 말합니다.
(D3) 어떤 이론의 한 원소로서 현상 M은, 'M이 그 이론 내에서 정당화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명제적 지위를 갖습니다.
(D4) 어떤 이론이 어떤 명제 P에 대해 설명력을 갖는다, 또는 설명해낸다는 것은, P를 기술하는 술어들과 이 이론을 이용하면 P가 정당화 가능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D5) 어떤 이론이 갖는 설명력은 그 대상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에는 기존 현상을 설명하는 본래적 설명력과, 필요한 가상적 현상, 즉 기존에 관측될 수 있었지만 관측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되는 가상적 현상[1] 혹은 이후에 관측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가상적 현상[2]을 설명하는 잠재적 설명력이 각각 해당합니다.

※ 이 글에서 이론의 정합성은 일단 논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두 이론을 비교할 때는, 논의상의 편의를 위해 일단 두 이론 모두 최대한의 이상적인 수준에 근접한 정합성을 달성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가능한 어떠한 이론적 도구를 이용해서도 이론 내부적인 모순은 일어나지 않았고, 않을 것이라고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1. 단순함의 두 가지 층위

직접 이론의 단순성을 논하기에 앞서서, '이론이 단순하다'는 것이 두 가지 층위를 구별해서 사용해야 하는 용어임을 지적해 두겠습니다. 예시를 들어 보지요.

(E1) 관심에 두는 모든 현상들의 집합을 성공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 모든 현상들을 포괄하는 이론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장 나이브한 이론(이론 A)은 '모든 현상들의 집합' 이 됩니다.
(E2) 그런데, 한 과학자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얼마간의 보편 원리 1, 2, 3을 가정하고, 얼마간의 현상들을 이 원리와 보다 적은 현상들의 조합으로 설명해냈습니다. 따라서, 이론 A보다는 조금 더 정교한 이론 B가 탄생했습니다.
(E3)  과학자는 이러한 이론 B를 수정하고 보강하여, 거의 모든 현상들을 바깥으로 몰아내고 보편 원리 1, 2, 3…, n 을 통해서 이론을 구성했습니다. 이런 이론을 이론 C라고 하지요.

위의 예시에서 도출된 이론 A, B, C는 두 가지 층위에서 다른 단순함을 갖습니다. 이론을 결정하는 데 걸리는 비용을 척도로 하는 '결정 과정의 단순성'에서는 C < B < A 순이 되지요. 반면에, 이론을 구성하는 가정들의 수로 정의될 수 있는 '이론 자체의 단순성'에서는 A < B < C 순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이론의 단순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는 거의 후자에 관한 논의가 진행됩니다만, 때로는 전자의 경우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한된 비용으로 이론을 도출해야 할 경우, 결정 과정의 단순성과 이론 자체의 단순성을 동시에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할 테니까요. 그러나 이하의 논의에서는, 후자의 단순성(이론 자체의 단순성)만을 가지고 논의를 진행시키겠습니다.

(D6) 어떤 이론을 구성하는 원소의 수를 그 이론의 '크기'라 하고, 어떤 두 이론을 비교할 때 둘 중 크기가 작은 이론을 '(비교적) 단순하다'라고 합니다.


2. 설명력 기준의 모순과 본질적 설명력의 두 가지 층위

이론의 단순성을 논의할 때는, 위의 이론 A, B, C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습니다. 이론 A, B, C는 본래적 설명력에 있어서는 동등하지만, 잠재적 설명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는 추가로 논의할 필요가 없지요. 새로이 예시를 들겠습니다.

(E4) 이론 E와 F가 있습니다. 이론 E와 F는 본래적 설명력이 동등할 뿐더러, 잠재적 설명력 역시 동등하지만, 그 크기는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는 E가 F보다 단순한 이론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러한 이론 E와 F는 이론 자체의 설명력에서 동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론 E와 F를 가정하면 손쉽게 모순이 발생해 버립니다. 이를 검토해 보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하나의 이론을 채택하면 다른 한 쪽의 이론 역시 논리적으로 채택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론을 결정하기 위한 테스트에서 두 이론은 항상 같은 결과를 취해야 합니다. 헌데 위에서의 정의를 충실하게 따르자면, 이론의 잠재적 설명력이라는 것은 이론 자체에서 가정된 술어에 의한 부대적 현상까지 포괄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의미에서 잠재적 설명력이 동등한 두 이론은 그 사용 술어들까지 완전히 동등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쿼크'를 가정하는 이론의 잠재적 설명력은 '쿼크'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실험 장비가 충분히 발달되면 그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제를 포괄하고 있겠지요. 그런데 E/F에서 사용되는 술어는 E/F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정의되고 기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술어가 E/F에서 이용되는 가정이 하나라도 E/F간에 서로 다르면 그 술어는 동등한 술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E와 F의 가정 중 서로 동등하지 않은 쌍이 있어서는 안 되므로, E4에서와 같이 이론 E와 F를 가정하는 것은 모순을 이끌어냅니다.

그러므로, 이 논의를 이어나가기 전에, 설명력의 정의를 좀더 세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헌데 본래적 설명력은 이론으로써 갖추어야 할 필요불가결한 설명력이므로, 세분되는 쪽은 잠재적 설명력이어야 합니다.

(D7) 어떤 이론의 '본질적인 잠재적 설명력'은, 어떤 현상들을 설명하는 이론이 수립되었을 때, 이론이 수립되기 이전의 현상들을 관측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었던 술어들만으로(이 때 관측장비의 기술진보는 항상 최신 기준을 가정하고, 이 정의와는 독립적으로 고려합니다.) 구성될 수 있는 필요한 가상적 현상들에 대한 설명력을 지칭합니다.
(D7') 어떤 이론의 '비본질적인 잠재적 설명력'은, 이론의 본질적인 잠재적 설명력 이외의 잠재적 설명력을 지칭합니다.

분명히, 이론의 결정 논의에 필요한 것은 이들 중 본질적인 잠재적 설명력일 것입니다.

(D8) 어떤 두 이론의 설명력이 동등하다는 것은, 두 이론의 본래적 설명력과 본질적인 잠재적 설명력이 동등할 때를 지칭합니다.

이제 위의 E4를 다음과 같이 수정할 수 있겟지요.

(E4') 이론 E와 F가 있습니다. 이론 E와 F는 설명력이 동등하지만, 그 크기는 서로 다릅니다. 여기서는 E가 F보다 단순한 이론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2절을 마치기 이전에, D8에서 즉시 유도되면서 3절의 논증에서 이용될 다음과 같은 명제를 지적해 두겠습니다.

(P) 어떤 두 이론의 설명력이 동등하다면, D5와 D7, D8에 따라서 두 이론의 설명력이 포괄하는 명제들의 수 역시 동일해야 합니다.
(Cor) 어떤 두 이론의 설명력이 동등하지만 크기가 다를 경우, 더 단순한 이론의 가정 당 설명력이 보다 더 큽니다.


3. 설명력이 동등한 두 이론의 평가

이제 준비는 모두 갖추어졌으니, 이론을 평가하기 위한 준거를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먼저, D8에서 정의된 설명력은 좋은 한 가지 준거가 되지요. 그밖에 저는, 여기서 '검증 가능성'과 '반증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준거를 더 끌어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별도로 정의하지는 않고, 상식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굳이 하자면 못할 것은 없지만, 분량상 생략합니다.) 그러면, 문제는 설명력이 같고 크기만 다른 두 이론에 대하여 이 두 준거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인데, E4'에서 정의한 E와 F에 대하여 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명제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P1) 이론 F는 E에 비해 평균적으로 반증가능성이 적습니다.
(D) 정당화 과정 중에 이론 F가 이론 E에 비해 좀더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는 가정이 이론 E와 F에 한 개씩 들어 있다고 해 보면, 이론 F 쪽이 E 쪽보다 가정 당 설명력이 작으므로(Cor), 동등한 검정이 이 오류 가정을 비껴갈 가능성은 이론 F가 평균적으로 더 크기 때문입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이론 F가 E에 비해 평균적으로 반증가능성이 적다는 뜻이 됩니다.

(P2) 이론 F는 E에 비해 평균적으로 검증가능성이 적습니다.
(D) 두 이론이 경합하여 명제를 결정하는 경우를 생각합니다. 만약 명제의 검증 결과 한 쪽이 맞고 다른 쪽이 틀리거나, 둘 다 틀렸다면, 이론 F의 가정을 하나 포기하는 것보다 이론 E의 가정을 하나 포기하는 것이 설명력 손해가 평균적으로 더 큽니다(Cor). 즉, 이론 E와 F 둘 모두가 동등한 수의 경합을 거쳐 살아남았을 때를 가정하면, 평균적으로 좀더 검증가능성이 높은 이론은 E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P2의 경우, D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서로 경합을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면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론 자체가 과학자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검증 과정은 공히 통과해야 할 것이므로, P2는 일반적으로 유효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C) 설명력이 같은 두 이론이 경합하는 경우, 더 단순한 이론을 채택하는 것이 대체로 검증가능성과 반증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저는, 더 단순한 이론이 (대체로) 좋은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뭐 굳이 '좋다'라는 용어를 사용할 필요까지도 없이, 두 이론의 평가에서 보다 단순한 이론이 대체로 좀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정도로 해 둬도 상관없겠죠.


4. 보론 : 포퍼, 소버, 스윈번의 주장

이상의 주장은 제 개인적인 주장인데요, 전능하신 위키신에 의하면 몇몇 철학자들이 이에 관해서 논변을 제기한 적이 있었던 것 같군요. 여기서 그냥 끝내기도 뭐하니 이하에서는 그 주장들을 간략하게나마 번역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특히 포퍼의 주장 같은 경우는 위에서 제가 논의했던 바와 기본 취지는 상당히 유사하군요.(다만 저는 포퍼식 주장이 가정하는 사례 적용성, 즉 설명력을 다르지 않게 가정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칼 포퍼(Karl Popper)의 주장
포퍼는 사람들이 단순한 이론을, 그 경험적 내용이 더 풍부하고, 그것의 검증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이론은 복잡한 이론에 비해 더 많은 사례에 적용될 수 있고, 그러므로 반증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선호된다는 것입니다.

▲엘리엇 소버(Elliott Sober)의 주장
소버는 한때 기본적으로 포퍼와 같은 취지에서, 어떤 문제에 답하기 위해 더 적은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가장 단순한 이론은 더 정보 함량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소버는 이 설명을 거부하고, (이는 그가 단순성에 경험적 정당화를 제공하려는 기획은 실패하기 마련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추측됩니다) 단순성에 대한 고려가 좀더 본질적인 부분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철학자들이 단순성이 오직 특정한 맥락에서만 적용될 때조차 단순성을 독자적으로 실체화하는 오류를 범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만일 단순성이, 그것이 이용되는 맥락에 기초하여 정당화되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순환논증이 아닌 정당화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지요.

▲리처드 스윈번(Richard Swinburne)의 주장
스윈번은 논리적 근거에서 가장 단순한 이론이 다른 이론에 비해 더 참일 가능성이 높으며, 가장 단순한 이론의 예측 또한 다른 이론에 비해 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스윈번은 우리가 단순성에 대해 본질적인 편견을 갖고 있으며, 단순성을 고려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하면서, 미결정성 테제를 받아들인다면, 이론 선택은 자료에 의해서는 완전히 결정될 수 없으므로, 이론 선택에 있어서 몇몇 기준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자료를 설명하는 무수히 많은 수의 이론들이 존재하므로, 이론 선택에 있어서 옥석을 가리는 논리적 방식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과학은, (이론을 결정하는 경우에서) 비합리적이거나, 단순성 원리는 근본적으로 참인 선험적 종합명제라는 것이지요.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