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저녁에 스캡렙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일원화추진위원회가 후원하는 '과학자가 본 한방/한의학 강좌' 에 다녀왔습니다. 아크로와 스캡랩사이에 이런 저런 갈등이 있었지만, 저는 한방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스캡랩 운영자와 견해가 일치하는지라  강좌 내용이 궁금하기도 하여 다녀왔습니다. 안그래도 가보려고 했었는데 마침 그 분께서 정중한 초청까지 해주시더군요^^

저야 개인적인 자격으로 눈팅을 목적으로 참석한 자리인데, 사회자인 한정호님이 저를 아크로에서 파견보낸 대표(?)라는 식으로 소개하는 바람에 굳이 부인하기도 뻘쭘해서 어리버리 참석자들에게 아크로도 소개하고 강좌를 들은 소감도 발표 하고 그랬습니다. 한정호님 정말 순한 사람의 전형처럼 생기셨더군요^^ 이 곳의 많은 분들이 궁굼(?)해하실 파라* 님이나 AT* 님 THE* 님은 못오신 것 같고, 제봉님과는 정중하게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과거 스켑랩에서 서로 막말에 가까운 공격을 주고 받다가 그렇게 직접 만나니까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냥 푸근한 형님처럼 대해주시더라구요^^ 생각은 다르지만 같은 대한민국 사람이니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훨씬 더 많겠지요.

1부는 '과학적 회의주의' 사이트 운영자인 김진만님께서 과학적 회의주의에 대해 대략의 설명을 해주셨는데, 의사나 일반인들이 한방을 대할 때 갖춰야 할 어떤 철학적인 입장에 대해 잘 설명을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인간의 인지 심리가 왜 한방 같은 사기술에 잘 속아 넘어가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침술에 대한 임상이 그동안 500여 차례 실시되었는데, 그 중 임상시험의 마지막 6단계인 '제3자에 의해 독립적으로 검증된 시험' 을 통과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내용과  연구자들의 국적에 따른 침술 연구 결과의 성공률이 아시아는 98~ 100%, 미국에서는 30% 라는 데이터가 등장하자 강의장에 잠시 한숨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2부는 '진화론자가 바라본 한방/한의학' 이라는 제목으로, 아크로 추천블로그에도 등록되어 있는 진화생물학 블로그 운영자이신 어부님께서 강의를 하셨습니다. 일반 공학 엔지니어와 의사의 공통점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그들의 행위가 신뢰를 담보받을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수학 물리학 생물학이라는 기초 과학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라는 학문적 위계 구조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한방의 학문적 위계 구조는 그런 기초 과학들이 아닌 음양오행설에 입각해 있어, 그들이 한방도 과학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허무맹랑한 소리에 불과하다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또한 한의사들이 현대 의학을 공격할 때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즉 사람이 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음식을 먹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하는 것들에 대해 현대 의학이 설명할 수 있느냐고 할 때 말문이 막힐 때가 많을 텐데, 진화생물학은 그런 것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대 의학은 진화생물학과 잘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를 돌볼 때 진화생물학 지식을 갖고 있으면 보다 더 풍부하게 환자를 관찰하고 질병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노트 필기도 없이 기억에 의존해 적는거라서 정확한 설명은 아니고, 나중에 자료집이나 파일로 베포되는 강의록을 읽어보시면 더 자세하게 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부는 강사들과 의료일원화 간부들 그리고 스캡랩의 운영자가 지정 토론 시간을 가졌는데, 스캡랩 운영자께서 좌파들은 인간의 가난과 배고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인간의 질병과 고통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요지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질병에 대해 정확한 치료가 행해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러므로 한방의 문제는 여기 있는 의사들 뿐만 아니라 좌파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방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의사들과 좌파들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부분은 저 역시 적극적인 견해 일치^^)  더불어 우리나라 민족주의 계열 좌파들이 민족 의학이라는 미명으로 한의학쪽과 강하게 결합이 되어 있고, 그들사이의 연대를 빨리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하셨습니다. 아마도 스켑랩 운영자님의 좌파 본능이 적절하게 작렬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충 이런 순서로 강좌가 끝이 났고 근처 식당에 가서 2차 뒷풀이를 하였는데, 저는 그토록 많은 의사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평소 의사분들께 궁금했던 것들 이것 저것 질문도 했고,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셨습니다. 대화 과정에서 그 중의 한 분이 오바마의 미국 의료 보험 개혁을 말씀하시면서,  이 조치는 미국 의료계로서는 순식간에 4천만명이 넘는 신규 이민을 받아 들인 것과 같은 것이다, 당연히 의사들 수요가 급증할테고, 그래서 미국 정부가 의사 수출국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의 잘 훈련된 의사들이다, 한미 FTA를 통해서 곧 한미간 의료 면허 상호 인정 제도가 만들어질텐데, 그러면 쇠고기문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라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 분의 주장에 대해 긍정이나 반박을 할 능력이 없어서 가만히 듣기만 하였는데, 만약 그 분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상 간략한 후기였습니다. 환대해주신 스캡랩 운영자, 한정호님, 제봉님과 다른 의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