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옳은 사람도 없고, 100% 틀린 사람도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이 글의 제목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따라서 이 글은 그에 대한 과도한 찬양과 과도한 부정이라는 양쪽의 오류를 지적하고, 유시민이라는 정치인과 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이다. 때문에 어쩌면 이 글은 양쪽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고,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진실은 양 극단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글을 쓸 수 밖에 없다. 글 작성의 편의를 위하여 출처 같은건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저 유시민에 대한 각자의 지식에 맡기고, 만약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지적하시면 되겠다. 


1. 변명

유시민을 이해할 수 있는 제 1의 키워드는 뭐니 뭐니해도 지역주의다. 그는 지역주의에 대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몇 안되는 정치인이다. 여기서 지역주의란,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에 거의 무비판적인 지지를 보내는 현상이기도 하고, 그런 지지를 이용하여 경쟁이 없는 환경속에서 정치적 사익을 챙기는 현상을 말하기도 한다. 특히 유시민은 정치적 사익 챙기기에 대해서는 거의 결벽증을 가진게 아닐까라는 정도로 매우 비타협적인 정치인이다. 그래서 그는 당연히 영남 지역주의 패권정당인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굳이 증오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여기서 민주당은 현재의 민주당이 아니라 호남의 지지를 근간으로 하는 어떤 정치세력 전체를 말한다. 과거 평민당이기도 했고, 국민회의이기도 했고, 새쳔년민주당이기도 했고, 열린우리당이기도 했던 바로 그 당을 말한다. 

유시민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완편된 민주당에 가담한 적이 없었다. 완편된 민주당이란 일부 호남에서 정치적 사익을 챙기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눈감아주는 형태의 민주당을 말한다. 그는 아마도 그런 민주당에 가담하는 것을 자신의 정치 철학을 스스로 배반하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노무현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도, 굳이 개혁당이라는 외곽 정당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가 민주당에 가담한 것은, 그의 눈에 정치적 사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제거된 것으로 여겨졌던 열린우리당이 유일했다. 그의 결벽증이 어느 정도 지독한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가 왜 개혁당을 만들었고, 현재 국참당을 만들어 왜 저러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 

때문에 그를 향해 일부가 영남패권주의자라고 공격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하다. 그가 만약 그랬다면 한나라당에 입당하면 된다. 한나라당은 그렇게 과거를 배반하고 투항하는 정치인에게 매우 관대한 정당이다. 아마 유시민이 오겠다고 하면 유례가 없는 대대적 환영과 선물보따리를 듬뿍 안겨줄 것이다. 이미 김문수가 그랬고 원희룡이 그랬고 이부영이 그랬고 이재오가 그러했다. 

물론 그가 자신의 결벽증을 완벽하게 지키면서 산 것은 아니다. 때로 완편된 민주당에 잠시 가담하는 타협도 했었으니, 그 연결고리가 바로 이해찬이다. 그는 평민당 국회의원 이해찬의 보좌관이기도 했으며, 한 때 대통합민주신당의 당원이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바로 이해찬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정당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을 몹시 거북해하던 그는 이해찬이 후보 선출에 실패하자 그 즉시 탈당하고 떠났다. 

유시민이 결벽증을 느끼는, 지역주의에 편승한 정치적 사익을 챙기는 현상이 민주당 내부에 전혀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아서, 만약 반론이 제기되면 근거를 제시하겠다. 따라서 현재 유시민이 누리는 인기를 오로지 대중을 속이는 달변과 토론 실력만으로 얻은 거라는 주장에도 쉽게 찬성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결벽증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한 때 그랬고, 현재 유시민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한 때 그랬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유시민을 위한 변명이다. 


2. 비판

유시민이 한심하고 어리석은 이유는 이렇다. 지역주의를 이용한 정치적 사익 챙기기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그것 자체를 정당 운영의 목적으로 삼는 한나라당과, 그것이 일부 부작용으로 존재하는 민주당을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정치적 사익 챙기기는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면 어쩔 수 없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정치적 경쟁이 희미해진 곳에 그런 부작용조차 없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하고 과도한 망상일 뿐이다. 

때문에 순결한 결벽증은 현실의 진흙탕에서 굴러야 할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다. 마치 몸 전체가 중병에 걸린 중환자와 감기에 걸린 환자를 똑같은 방법으로 치료하겠다는 황당한 의사와 같은 것이다. 몸 전체를 수술해야 하는 사람와 약간의 약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모 아니면 도라는 태도는 늘 그래서 위험하다. 또한 그 결벽증은 유시민과 그 지지자들이 타인들을 도덕과 상식의 이름으로 무차별 공격할 수 있게 해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스스로 깨끗하고 순결하다 믿는 자에게 세상 그 어떤 것이 더럽지 않을 수 있겠으며, 그들에게 거칠 것이 어디 있으리? 

한나라당은 수도권 재벌과 상층 기득권들이 선거에서 부족한 표를 얻기 위해, 영남의 지역주의를 선동하여 토호들에게 정치적 사익을 안겨주는 것을 정당 운영의 근간으로 삼는 정당이다. 그래서 영남의 단결을 위해 호남이라는 공격 목표를 제시하고 차별하는 것을 일상화한 정당이다. 이런 시각은 유시민도 적극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한나라당에 대항하여 호남이 저항적 지역주의로 뭉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유시민 역시 호남의 그런 단결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랬었다면 열린우리당이 호남의 일방적인 지지를 받을 때 순순히 긍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단결의 과정속에 호남에서 정치적 경쟁이 사라지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 발생했고, 그 틈을 노린 정치적 사익 챙기기가 일부 횡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시민은 어리석게도 그것을 한나라당 타도에 앞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정치적 과제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원인은 그대로 두고 결과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일부 부작용을 제일 먼저 해결하려는 노력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또한 그런 사익 챙기기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전면적으로 횡행했다는 증거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오로지 그것에만 집착했다. 마치 손님이 방문하고 가면 방바닥을 소독약으로 문지르고 대청소를 벌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어느 결벽증 환자처럼 말이다. 

사실 유시민이 정당민주화를 외치면서 진성당원제를 도입하려고 했던 이유도 그런 결벽증과 관계가 깊다. 부도덕한 사익 챙기기는 결국 하향식 공천제도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그럼 상향식으로 바꾸면 될 것 아니냐라는 발상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다. 나아가 진성당원제라는, 그가 유학 시절 보고 배운 독일식 정당 운영방식까지 도입할 수 있었으니 일거 양득의 포석이 맞았을 것이다. 만약 그가 독일이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에 유학을 갔더라면, 민주당이 진성당원제를 놓고 이렇게까지 홍역을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오늘날 진성당원제를 실시해야 민주화된 정당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은 그가 독일에서 유학했다는 사실과 연관이 있다. 

이렇게 시작부터 현재까지 유시민의 모든 정치적 활동의 포커스는 오로지 그것에만 집중되어 왔다. 그의 눈에 호남인들의 저항적 지역주의를 이용해서 사리 사욕을 챙기는 일부 정치인들이 얼마나 몰상식해 보였을지는 가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모든 정치적 분노를 같은 진영내에 있는 그들에게 쏟아부었다. 전선을 한나라당이 아니라 그들을 향해 이동시켰으며, 그들을 척결하는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했다. 난닝구, 궁물같은 말들은 그런 과정속에 탄생했고 결국 분당이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렇게 엉뚱한 전선에서 모든 역량을 소진하고, 민주당은 망하기 일보 직전의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탄핵과 정권창출 실패와 두 전직대통령의 죽음과 지리멸렬하여 희망이 안보이는 현재의 상황까지 줄달음쳐왔다. 

그는 그렇게 정치판의 결벽증 환자였다.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은 오늘도 소독약을 들고 조금이라도 난닝구스럽거나 궁물 냄새가 나는 사람들을 닦아내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 그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민주당을 완전히 쑥대밭을 만들고 스스로도 멸망하는 꼴을 목격해야만 끝이 날 것인지, 이제라도 그런 결벽증적인 태도를 버리고 백의종군을 할 지는 아직 모른다. 

결렬되었던 경기지사후보 단일화를 다시 논의한다고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향후 진로도 결정이 될 것이다. 나는 유시민이 이제라도 자신의 엄청난 오류를 깨닫고 반 한나라당 전선에 백의종군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유시민은 아마도 자신이 결벽증 환자임을 쉽사리 깨닫지는 못할 것이며, 따라서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결국 그 결과는 처절한 쑥대밭이다. 민주당은 그렇게 쑥대밭이 된 땅을 일궈 다시 시작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쑥대밭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유시민에게 당당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결벽증 환자와 같은 편이 되어 성공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