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파워]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전 세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마켓

 

시사인 137호(5월1일자)에 <아프리카 파워>라는 책의 서평 하나를 썼다. 시사인 137호는 지금 서점에서 팔리고 있지만 인터넷에서 내용은 볼 수 없다. 나는 시사인 편집부로부터 <5월의 책꽂이>에 실을 경제경영서 한 권 추천 요청을 받아 이 책을 추천했는데, 얼마 후 서평도 써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사실 나로서는 올 상반기가 대목인지라-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는 않지만- 주 업무에서 거리가 먼 경제경영서 서평은 꽤 부담이 됐다. 하지만 오로지 지방선거(지방자치단체 경영 담론) 관련된 책과 자료만 읽은 지 오래라, 지적 편식이 너무 심한 것 같아서, 마치 부족한 미네랄. 비타민정 먹는 기분으로 책 서평을 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추천한 원죄도 있으니……

 

요지만 먼저 말하면 이 책은 독자의 오랜 고정관념을 깨주고, 안목을 확 열어주는 좋은 책이다. 나는 이렇게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주고, 안목까지 확 틔어 주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드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서평 덕분에 꼼꼼히 읽은 나는 더 큰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좋은 책들의 서평이 뭉텅이로 들어있는 시사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의 저자 ‘비제이 마하잔’은 1947년 인도에서 출생하여 인도에서 대학을 마치고, 석박사 과정은 미국에서 마쳤다. 그리고는 미국에서 경영학으로 일가를 이룬 후 2002년 인도로 돌아와 인도 경영대학원 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텍사스 대학 경영대학원 종신교수로 있는 사람이다. 꽤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경영학자인 저자가 엄청나게 다른 세계인 인도와 미국을 두 번씩이나 넘나들었기 때문인지 아프리카를 보는 시각이 확실히 남다르다. 아프리카 사회 저변에 흐르는 거대한 발전 잠재력과 기회를 속속들이 포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불과 1만 8천원 내고 대가의 어깨 위에 앉아서 (사자, 코뿔소를 보는 사파리가 아니라) ‘아프리카 소비자와 시장’을 보는 사파리를 보는 기분은 ‘굿! 굿!’이다.

 

나는 한국에서 청년 일자리 관련해서 가장 상식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돈과 사람(인재 또는 노동력)과 창의. 열정의 흐름을 왜곡하거나 가로막는 각종 장벽을 철폐하고, 적절한 유인책(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괜찮은 직업, 직장 및 재벌, 토건족, 부동산 부자, 양대 정당 등이 깔고 앉아있는 정치경제적 지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그래서 LOW RISK LOW RETURN-HIGH RISK HIGH RETURN(공정과 공평) 원칙을 관철하고, 임금 감하를 수반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실시하여 고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또한 보다 많은 돈(기업)과 빼어난 인재들이 개발 연대에 버금갈 만큼, 세계시장을 향해 과감한 도전에 나서게 하는 사회적 기풍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 대기업, 토건족, 공공부문, 노조, 전문직 등 수 백만의 지대 추구 세력과 긴장을 형성해야 한다. 시의 적절하게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이 노선은 좌측과 우측에서 2개의 전선을 운영할 수밖에 없기에 성과를 거두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이 길로 가지 않으면 한국은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으니……

 

물론 사람이 중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대수술 요법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한국병(총체적 早老증)도 마찬가지다. 내적 모순부조리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아도, 외부에서 엄청난 부를 가져오면 모순부조리는 상당 정도 완화된다. 사실 동서고금의 역사는 대체로 이렇게 굴러왔다. 그래서 내가 (근본적 구조 개혁을 비껴가는) 샛길로 생각하는 것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청년들과 중장년들과 중소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거대한 유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도 작은 유전 역할을 할 수 있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한국의 독보적인 대박 신기술도 작은 유전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여간 나는 지금의 진보와 보수 주류 지식사회 및 정치권이 떠드는 그 어떤 경제사회 정책으로도, 또한 과학기술력으로도 국내에서는 천만에서 천오백만 명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프리카 대륙을 더 더욱 주목하는 것이다. 나는 아프리카는 과거 미국 동부의 하층민들의 서부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얼마 남지 않은 미개척 서부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아래는 시사인에 보낸 서평을 기초로 하고 싶은 말을 좀 추가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아프리카는 어떻게 다가올까? 

  

애들에게는 사자, 기린, 코뿔소, 침팬지가 뛰어 노는 초원과 정글이겠지만, 어른들에게는 지독한 가난, 기아. 질병과 종족간 처절한 전쟁, (해적질이 산업으로 되어 있다는) 소말리아 해적일 것이다. 정말 우리에게 각인된 아프리카 이미지는 99%가 혐오스러운 것 일색일 것이다. 그런데 1960년대 한국을, 한국전쟁 전후의 참상만 떠올리며 오로지 혐오와 구호의 대상으로 보는 서구 기업이 있었다면 그 기업에 미래가 있을까? 이 책은 대부분의 문명국에 널리 퍼진 아프리카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뿌리째 뒤흔드는 책이다. 이 책의 첫 두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솔직히 이야기 하겠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는 나의 고백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이구동성의 고백일 것이다.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아프리카를 구호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흥시장의 하나로 보라”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한국에서 수치에 꽤 밝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수치는 9억 인구의 아프리카 전체 GNI가 한국과 비슷하고, 국가 예산은 한국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매력이 너무나 빈약하고,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극심하여 비즈니스 차원에서 관심을 꺼도 좋은 대륙이라는 것이다. 이는 고급 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을 주로 파는 삼성, LG, 현대의 시각에서는 맞을 것이다. 이들의 시각은 최상류층의 구매력에 맞춰져 있으니…… 그러나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청년들과 영세기업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이들의 시각-이는 저자의 시각이다-에서 보면 지금의 아프리카는 1980년대 초반의 중국과 인도이다. 엄청난 기회와 위기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에는 너무나 배부른 한국의 재벌.대기업의 시각과 마인드는 아프리카 시장이 제공해 주는 기회 중에서 극히 작은 부분, 즉 최상류층 시장만 잡을 수밖에 없다. 제2의 김우중 같은 사람, 제2의 현대와 대우 같은 기업이 수두룩해야 국운이 필 텐데, 그런 사람, 그런 기업의 씨가 말랐으니 어찌해야 후세대가 지금의 40~60대처럼 기를 피고 살려는지!

 

어쨌든 <아프리카 파워>의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지적 충격이 끊이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아프리카 파워를 느낀다. 저자는 9억 인구에 53개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가 생각보다 부유하다고 말한다. 아프리카 12개국(합산 인구 1억 이상)은 중국보다 1인당 GNI가 더 높은데 이 중 사하라 이남 국가가 10개국이다. 아프리카 20개국(합산 인구 2억6900만 명)은 인도보다 GNI가 더 높다. 아프리카 대륙을 하나로 보면 그 경제규모는 한국, 브라질, 인도를 앞지른 세계 10위이다. 구매력으로 환산하면 이 순위는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합쳐서 인구가 2억 2천만 명인 적도 기니, 라이베리아, 콩고,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은 높은 인구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GDP성장률이 6%가 넘는 지역이다. 2050년경 한국과 유럽의 인구는 지금과 비슷하겠지만, 아프리카는 지금의 2배(18억)가 될 것이다. 이것이 엄청난 기회이다. 저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통칭하는 BRICs 시장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나이지리아, 이집트, 케냐, 남아공을 통칭하는 NEKS국 시장을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는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신흥 중산층은 말할 것도 없고, 수 억 명의 인구가 깨끗한 물, 전기, 가전, 통신기기, 약품, 좋은 교육 등 수 없이 많은 문명의 이기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북한 이상으로 지독한 실패국가처럼 보이는, 그래서 외국 기업이 얼씬거릴 엄두가 안 날 것 같은 짐바브웨에서 무럭무럭 자라 올라오는 기업 사례를 읽어 보니 오래지 않아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대우, 현대 같은 기업들이 우후죽순 자라 올라 올 것 같은 예감을 주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책의 첫 장의 제목에서 썼듯이 “짐바브웨 인들도 의식주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9억 명, 미래에는 18억 명이 의식주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책을 덮고 나니, 한국에서 이 책을 정말로 읽어야 할 사람은 진취적 중소기업가와 청년과 아프리카 선교에 나선 수많은 교회(선교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뚱맞게도 교회와 선교사를 지목하는 것은 이들이 한국에서 오지 개척 정신이 살아있는 드문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오지일수록 교민 사회의 주력이 선교사 가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대단히 취약하다. 기존의 사상, 종교, 문명의 뿌리가 깊은 나라(이슬람, 인도, 중국 등) 선교는 무척 힘들다. 하지만 이런 것이 없는 아프리카는 현대화된 종교와 문명을 가져간다면, 100여 년 전 의술과 학교 같은 선진 문명을 가지고 온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이룬 선교의 기적을 수없이 연출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아프리카에서는 선교사든 기업가든 현지 사람들을 깊이 사랑하고, 그 사람들의 소득 수준과 생활양식에 맞는 문명이나 디자인을 가지고 가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들의 중국, 인도, 러시아, 동남아시아, 동유럽, 남미 시장 진출 경험으로 보면, 성패는 ‘때’와 더불어 현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였다. 그 핵심은 현지 중산층 내지 중간층의 생활양식과 니즈(needs)에 대한 이해였다. 그런 점에서 깨끗한 식수 75리터를 어린아이도 운반 할 수 있게 만든 Q-드럼통과 낡은 드럼통에 모터를 단 20달러짜리 반자동 세탁기, 비닐봉지에 담은 4센트짜리 생수, 발로 밟아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 값싼 태양전지 등은 아프리카인을 위한 제품 디자인의 압권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책의 첫 두 문장도 인상적이지만, 아프리카 속담이라는 끝 두 문장도 인상적이다.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 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지금 한국은 정부, 국회, 중소기업, 대학, 교회 등이 한데 모여 아프리카를 위한 개발원조(ODA)-비즈니스-유학생 교육-선교-사회봉사 방안 등을 논의하는 ‘아프리카 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독자의 오랜 고정관념을 깨주고, 안목을 확 열어주는 드문 책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