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와 경제성장 - 김대호와 김우재 논쟁

김대호님(링크)과 김우재님(링크) 이 최근 양극화 이슈로 논쟁을 시작했다. 이 논쟁은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과 이명박 정부의 탄생, 그리고 우리국민들의 내면의 욕구까지 아우르는,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현 시점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이슈가 없다고 볼 정도로 중요한 이슈이다.

일단 필자는 이 논의가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도록 김대호님과 김우재님 각자의 논점을 좀 더 명확히 정리해 보고, 필자 눈에 비친 약점 또한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우선 김대호님이 6-17 좋은 정치 포럼에 "양극화 프레임을 버려야 민주당이 산다"(링크) 라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필자가 그 논점을 대충 정리해 보자면

(1) 한국에서 양극화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2) 첫째는 비정규직이나 시간강사처럼 경쟁이 과잉인 시장 - 이 경우 정부가 나서서 사회안전망 확충등으로 보조해야 한다.
(3) 두째는 재벌 대기업중심의 먹이사슬이나 정경유착같은 독과점 시장 -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확립해 줘야 한다.
(4) 이렇게 두가지 서로 성격이 다른 양극화가 있는데 좌파 양극화 담론은 세금을 통한 부의 이전만을 강조한다.
(5) 민주당은 양극화 보다는 빈곤해소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김대호님의 포스팅에, 필자 눈에는 꽤나 민노당급 좌파 지식인인 김우재님이 바로 다음날(6-18) 오마이뉴스와 본인의 블로그에 다음의 반론을 폈다. "진정 양극화라는 프레임이 문제인가?"(링크)

이 포스팅에서 김우재님이 김대호님에게 반론을 펼치는데 거의 수미일관 관통하는 한가지 핵심 주장이 있다. 그건 '국민들은  경제성장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거다. 단순히 '잘 살겠다'가 아니라 ' 잘 살겠다' 라는 거다.

김대호님은 좌파 양극화 담론이 세금을 통한 부의 이전만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는데, 필자 눈에 보기에 진짜 골수 좌파인 김우재님은 "분배중심적 경제정책은 국민들이 불신하는 프레임"이라고 못 박고 있다. 사실 얼마나 진보적 좌파들이 저 주장에 동감하는지는 필자도 확신이 서지 않지만 일단 김우재님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에 높은 현실인식 점수를 주고 싶다.

김우재님은 민주당이 '성장 친화형 진보'라느니 '표용적 성장'이라느니 하는 표어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이런 우리 국민들의 속성, 즉 "양극화는 고민"스럽지만 그래도 여전히 "성장에 대한 강렬한 염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즉 김대호님이 민주당의 '뉴민주당 선언'에 대해 생산적 조언이자 범 진보세력 규합을 위한 충언을 한 건 이해하지만 번지수가 잘못되었다는 얘기다.

김우재님의 현실인식은 사실 그의 포스팅에 몇군데 더 빛을 발한다. 즉 우리 국민들은 인간적으론 노무현 편이지만 현실속에선 이명박 편이 라는 거다. 또한 노무현이란 인간에 애정을 가진 국민들이 왜 참여 정부 시절엔 그를 욕했는지.. 이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일갈한다. 이런 우리 국민들의 이중성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대로된 대처방안이 나오기는 힘들거다. 여기에 김우재님에게 점수를 좀 더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김대호님이 주장한 '민주당은 빈곤해소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조언에 대해서 "분배 문제는 현 정부에게 요구해야"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또한 김우재님께 포인트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여기까지는 김우재님의 논지나 현실인식이 돗보였다. 그런데 결론이 갑자기 삼천포로 빠진다.

경제성장을 원하는 국민들의 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느닷없이 "이런 국민들을 양극화란 화두를 지키면서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니 이런 뻘쭘한 결론이 어디 있는가?

비정규직 문제나 대기업과 하청업체 문제같은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하는 방법론이 최소한 원론적으로라도 나와야지, "화두를 지키면서 끌어안아야" 라는 소리는 뭔가?


필자가 보기에 이명박 정부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풀어놓고 있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기위해서는 무한 경쟁 사회가 되어야 한다 (물론 자신들이 유리한 분야는 계속 미니멈 경쟁의 독과점 체제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데 문제는 높은 경제성장을 위해 무한 경쟁 사회가 되면 양극화는 필수적이라는 거다. 그래서 김대호님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업들이나 정경유착 분야에 공정한 게임규칙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던거다. 즉 증세를 통한 부의 이전에 국민들이 강력한 거부감이 있으니 양극화 문제를 밑에서 해결할 수단이 제한적임을 깨닫고 양극화 문제의 근원적 접근법, 즉 대기업들이나 독과점 분야에 공정한 게임규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지를 편거다. 경제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해결해 줄 솔로몬의 지혜는 아니지만 그나마 국민들의 정서적 거부감을 피하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보려고 했던거다.

그런데 김우재님은 실컷 우리 국민들이 더 잘살겠다는 욕구가 있고 이 욕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참여정부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는 거라고 하며 뭔가 비책이 있는 듯이 한참 논지를 펴다가..... 끝물에 국민들을 끌어안아야 한단다... 그것도 양극화란 화두를 지키면서....

사실 양극화 문제에 무슨 뾰족한 묘책이 있겠나? 김대호님도 자신의 포스팅에 반복해서 증세의 어려움과 재정정책을 통한 빈부격차 축소의 어려움을 설파했고 김우재님 역시 국민들의 잘 살고 싶다는 욕구를 현실적인 상수로 받아 들였다. 필자가 보기에는 두 양반 모두 양극화에 대한 해답은 없어 보인다. 그럼 필자는 무슨 표족한 수가 있나? 필자도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 건 김대호님 포스팅에도 나오지만

김대중 - 생산적 복지
노무현 - 복지 강화

이렇게 지난 10년 정부가 앞장서서 대대적으로 복지 분야 예산 증액과 각종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거기에 대해 국민들은 분명히 거부감을 투표를 통해 드러냈다. 내가 납부한 세금으로 복지 예산 늘리는 거 싫다는 얘기다.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평균 4%의 경제 성장도 불만이라는 거다. 더 잘살게 해달라는 요구다.

필자가 보기에 그런 국민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 집단이 대한민국 내부에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아마 전세계에도 그런 정치 집단은 없을 거다.

이제 국민 차례다. 이명박 정부 남은 3년 반의 세월동안, 우리 아들딸들에게 부채로 남을 짓을 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부를 가져다준다면 민주주의가 어찌되건 말건 우리 국민들이 불만스러워할 하등의 이유는 없어보인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최고의 캐치프레이즈로 걸고 집권해서 거의 모든 무리수를 두며 경제성장에 올인한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부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그때는 우리 국민들도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거다.

민주주의를 얼마쯤 포기해서라도 경제성장이 되면 얼마나 좋겠나... 지난 역사는 우리에게 이렇게 가르친다... 반짝 한순간의 경제성장은 가능해도 민주주의와 분배정의가 보장되지 않고는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사회안정은 불가능하다고....

아무튼 김대호님과 김우재님의 저 논쟁이 1차전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가 보기에는 권투 1회전에서 서로 글러브끝을 살짝 대보고는 그냥 링에서 내려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