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분.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1938).
Mustafa Kemal Atatürk―터키인türk들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다들 한번씩은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하는데, 아타튀르크는 터키의 세속주의 개혁을 이끈 대통령이자 독재자로서 터키 현대사의 핵심에 놓여 있는 인물입니다. 군사적 능력은 그야말로 발군이어서, 초기에 참전했던 이탈리아-투르크 전쟁 등에서는 워낙 열세여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 주지는 못했으나 제 1차 세계대전에서는 지휘관으로서 공식 무패를 기록합니다. 

당시 참전국들 중 오스만 제국의 인구(약 2천만, 주요 참전국들 중 가장 적음)와 경제적 동원력, 전반적인 군대의 열세 등을 고려할 때 이 사람이 초기에 영국군과 벌인 갈리폴리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끈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영국군의 지휘가 좀 바보 같기도 했었습니다만) 이 전투의 패배로 윈스턴 처칠이 해군장관직에서 사임하기까지 하지요. 전후 바로 불거져 나온 대그리스주의로 인해 발발한 그리스-터키 전쟁에서는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사카리아 전투를 승리로 이끌고(이 전투에서 그리스군 병력은 거의 궤멸되죠) 터키를 멸망에서 구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군사적 업적이 화려하다 보니 이 사람의 정치적 면모는 비교적 주목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타튀르크는 상당한 수준의 정치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이걸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1920년에 창당된 터키 공산당(Türkiye Komünist Partisi)에 대한 대처 방식이죠. 

1차 대전이 끝나고 오스만 제국의 영토가 대폭 줄어들며 불안한 분위기가 짙은 가운데, 러시아 혁명의 여세를 타고 터키의 공산주의 운동가 무스타파 수피(Mustafa Suphi)가 1920년에 터키 공산당을 창당했습니다. 이후 이 정당은 극심한 탄압을 받게 되는데, 당장 아타튀르크는 이 수피를 견제하기 위해 직접 공산당을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자기가 만든 괴뢰 공산당을 공식 인정해 버린 거죠. 당연히 수피 측은 당황해서 주춤거리게 되었는데,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1921년에 곧바로 수피와 공산당 수뇌부들이 암살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아타튀르크 측은 곧바로 "오스만의 황제 측에서 터키의 자유화를 두려워해 수피를 암살했다!"며 떠벌렸지요.


아타튀르크는 독재자로서 스탈린부터 시작된 구 공산권의 개인숭배 구조를 앞서 갖추기도 했지요. 아타튀르크가 사망 이후 현재까지 추앙받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이만큼 성공한 독재자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타튀르크가 죽은 후에는 거의 그리스 신전급(과장이 절대 아닙니다) 묘소를 차려 놓은데다가 터키 내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그 동상과 초상화는 거의 두려울 정도지요. 물론 터키 내 좌파를 중심으로 아타튀르크에 대한 비판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국민적 인기와 공적 권위는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아타튀르크 비하 동영상이 올라와서 터키 측에서 유튜브를 차단해버렸던 사건도 있었고..(현재는 풀렸음) 아직도 이 사람이 사망한 11월 9일 아침 9시 5분에는 전 터키가 활동을 멈추고 5분 간 아타튀르크를 위한 묵념에 들어갑니다. 대학교 1~2학년생들에게 전공에 관계없이 아타튀르크의 세속주의 혁명 역사를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많지요. 심지어 동전과 지폐 도안의 인물상에는 최초 발행 시에 등장했던 '쟁기질하는 농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100% 아타튀르크 얼굴이 적어도 하나는 들어갑니다.(참조*) 이쯤 되면 그저 할 말이 없어요.

이란에서 레자 샤 팔라비는 이거 따라하려다가 망했으니(이란 이슬람 혁명) 확실히 웬만한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긴 한데.. 이런 모습을 구경하는 외국인으로서 어딘가 씁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위쪽 동네의 K모씨(확실히 붙은 칭호는 유사합니다)나 여러 독재자들의 말로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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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화폐사를 뒤져 보니 도중에 2대 대통령인 이스메트 이뇌뉘의 초상화가 아타튀르크 초상화와 나란히 들어 있었던 과도기와, 중간에 완전히 이뇌뉘 초상화만 들어갔던 '이뇌뉘권' 시대도 두 번인가 있긴 있었군요. 그래도 현재는 오로지 케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