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인공 지능(weak AI)은 지적인 작업 중 일부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컴퓨터가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은 사건은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최근에는 바둑 프로 기사를 7점 접바둑을 둬서 꺾었다고 하는군요.

 

[특집] 프로 무릎 꿇린 ‘컴퓨터 바둑’: 대만 최강자 저우쥔신, 컴퓨터 Mogo 7점에 불계패 (2009 3)

http://www.worldbaduk.co.kr/board_view_info.php?idx=2605&s_where=all&s_word=%C0%FA%BF%EC%C1%E5%BD%C5%20%C4%C4%C7%BB%C5%CD&page_num=1&seq=90

 

바둑을 어느 정도 두는 사람은 7점으로 프로를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입니다. 저는 3(타이젬 5, 한게임 7) 정도 두는데 7점으로 프로를 이길 자신 없습니다. 이미 컴퓨터가 저의 실력에 근접했거나 넘어선 듯합니다. 충격입니다. 접바둑 세계 최강이라는 설이 있는 영환 도사(영환 9)가 출격해서 현존 세계 최강 컴퓨터와 7점으로 시작하여 치수 바꾸기 10번기를 벌이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세돌-구리 10번기보다 그게 더 보고 싶습니다.

 

어쨌든 약한 인공 지능이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약한 인공 지능의 약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꿈이 큰 인공 지능 연구자들은 강한 인공 지능(Strong AI)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만큼 또는 인간보다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이지요. 사칙연산처럼 단순한 작업뿐 아니라 소설 창작, 교향곡 작곡, 물리학 연구, 철학 연구, 번역 같이 아주 어려운 작업도 인간만큼 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초창기 인공 지능 연구자들은 강한 인공 지능이 조만간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수십 년 안에 볼 수 있고, 번역을 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에 인공 지능을 이끌던 어떤 학자가 시각 메커니즘 시뮬레이션을 제자에게 한 학기 숙제로 내 주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인공 지능 연구가 계속될수록 한편으로는 온갖 방면에서 놀라운 발전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각, 번역과 같이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던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강한 인공 지능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회의론도 인기를 끌게 된 것 같습니다. 강한 인공 지능을 추구하는 사람을 순진한 바보 취급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진화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이라고 불리는 한 학파를 제일 좋아합니다. Leda Cosmides, Steven Pinker, John Tooby가 주도하는 이 학파는 마음의 계산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를 지지합니다. 제 생각에는 마음의 계산 이론은 강한 인공 지능과 통합니다. 마음의 계산 이론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 과학의 용어로 온전히 기술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강한 인공 지능은 인간의 마음을 온전히 시뮬레이션한 것을 말합니다.

 

Backtracking 같은 무지막지한 노가다로 체스 같은 것을 둘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간의 뇌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비슷하게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노가다로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조합적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오델로(othello, reverse)의 끝내기처럼 조합적 폭발이 미미한(?) 곳에서나 그럭저럭 쓸 만합니다. 단편적인 지식만 잔뜩 있고 노가다만 할 줄 아는 그런 컴퓨터가 물리학 연구를 아인슈타인만큼 잘 할 가망성은 없어 보입니다.

 

만약 강한 인공 지능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인공 지능 연구자가 보여주었다면 그것은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에 대한 심대한 타격입니다. 그렇다고 진화 심리학 기획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학파가 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강한 인공 지능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강한 인공 지능이라는 화두는 그 자체로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강한 인공 지능의 원조는 누가 뭐래도 Alan Turing인 것 같습니다. 그의 주요 논문들은 Jack Copeland가 편집한 The Essential Turing: Seminal Writings in Computing, Logic, Philosophy,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rtificial Life』에 친절한 해설과 함께 묶여 있습니다.

 

진화 심리학계에서 Daniel Dennett이 제일 앞장 서서 강한 인공 지능을 옹호하는 듯합니다. 그는 보통 철학자로 분류되지만 진화 심리학자로 불러도 별로 이상할 것은 없어 보입니다. 그는 특히 The Mind's I(1985)』와 Darwin's Dangerous Idea: Evolution and the Meanings of Life(1996)』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Ben Goertzel이 편집한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2009)』는 강한 인공 지능에 대한 희망의 최신 버전으로 보입니다.

 

 

 

강한 인공 지능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책으로는 물리학자인 Roger Penrose가 쓴 『황제의 새마음(The Emperor's New Mind: Concerning Computers, Minds, and the Laws of Physics, 1989)』과 『Shadows of the Mind: A Search for the Missing Science of Consciousness(1994)』이 있습니다. 그는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에서 출발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튜링 기계가 근본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주장합니다. 강한 인공 지능 연구자들은 그의 증명에 버그가 있다고 주장하지요. 수학 증명에서는 버그 하나만 있어도 끝장입니다. Drew McDermott의 「Penrose is Wrong」를 보십시오.

http://www.calculemus.org/MathUniversalis/NS/10/09mcdermott.html

 

인지 심리학계의 거물 Jerry Fodor는 『The Mind Doesnt Work That Way: The Scope and Limits of Computational Psychology(2000)』에서 Penrose와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Fodor가 괴델을 끌어들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체계(system) 밖에서 조망하는 능력이 있지만 컴퓨터는 못한다고 보는 것 같으며 이것은 괴델의 정리와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강한 인공 지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히 입증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강한 인공 지능이 확실히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람도 없습니다. 어쨌든 제 느낌으로는 강한 인공 지능은 가능합니다. 그것이 몇 천 년 후에나 완성될지라도요. 저는 심리학의 완성과 강한 인공 지능의 완성이 같은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날 강한 인공 지능도 완성될 것입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강한 심리학(strong psychology)이 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강한 인공 지능이 근본적으로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잘 다룬 책이나 논문 또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소개해 주십시오. 제 입장이 너무 순진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직접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써 주시면 더 좋습니다.

 

 

 

저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 또는 감각질(qualia) 문제는 무시하려고 합니다. 즉 우리가 생생하게 느끼는 아픔, 빨간 색이 무엇이며 비슷하게 느끼는 기계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통 접근할 수도 없어 보이는 난제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감각질 문제를 풀어낸다면 정말 슈퍼울트로초대박이겠지만 저는 그렇게 모험 정신이 투철하지는 않습니다. 아인슈타인만큼 물리학 잘하고, 모차르트만큼 작곡 잘하고, 톨스토이만큼 소설 잘 쓰고, 지미 헨드릭스만큼 연주 잘 하기만 하면 컴퓨터가 무엇을 느끼든 말든 저는 강한 인공 지능으로 인정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의 강한 인공 지능에 대한 희망으로도 충분히 대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