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 선거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경기도' 가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논외로 하더라도 경기도지사 선거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중요성을 띈다. 무엇보다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경기도에는 연임을 노리는 안정적 지지율의 김문수 현 도지사가 존재한다. 특히 김문수 도지사는 재임기간에 가끔 청와대의 정책과 대립각을 세우며 대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사실 정책의 내용이나 정치 철학이라는 측면에서 MB정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워드를 갖고 설명하자면 '개발' 과 '성장' 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날 김문수 대 범야권의 대결은 개발, 성장 대 복지의 구도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진보의 입장에서는 이름값이나, 비정책적 쟁점(천안함, 한명숙 수사)에서 보다 자유롭게 정책과 철학을 갖고 승부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명숙 수사라는 쟁점으로 서울시에서는 이미 무상급식 논쟁이 힘을 잃었지만 경기도에서는 무상급식을 사이에 두고 김문수와 김상곤 교육감이 대립했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무상급식 논쟁이 가장 치열하게 논의 될 지역이기도 하다.

다만 유시민의 경기도 지사 출마 선언으로 인해 범야권의 입장이 굉장히 난처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기회일 수 도 있다. 범야권의 경선은 유시민과 심상정이라는 구도에서 치뤄질 가능성이 큰데 여기서 극적인 합의나, 다이나믹한 경선이 가능하다면 '노풍' 과 비슷한 형태로 범야권 후보가 급성장할 수 도 있다.

 

2. 핵심적 쟁점

 1) 도입

심상정이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은 '엄마들이 행복한 경기도' 이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실존적 문제데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풀어서 말해 한국의 엄마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교육, 보육, 의료' 와 같은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이는 김문수 현 도지사의 철학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과거 경기도 개발 제한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갈등하던 것에도 알 수 있듯이 현재 경기도의 철학은 개발, 기업 유치, 성장으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우파의 모습이다. 결국 위에서도 이야기 했 듯 심상정 후보 스스로도 경기도 지사 선거를 복지 대 성장의 대결로 유도하고 거기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더욱이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며 복지가 곧 고용이자 성장이라는 표현에서도 유추해 낼 수 있듯이 심상정은 지극히 전형적인 보편론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이어서 상술될 '함께 누리는 보편복지' 라는 소주제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어서 심상정은 ①함께 누리는 보편복지 ②함께 만드는 공동체 복지 ③ 함께 숨쉬는 녹색 복지라는 세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새로운 소주제로 상술하고자 한다.

 

 2) 함께 누리는 보편 복지

심장정은 여기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의 복지 정책을 일견 긍정하면서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잔여적 복지의 틀을 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 내걸고 있는 능동적 복지는 단순히 민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복지의 민영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하므로써 보편적 복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보편주의적 복지에 대한 일반적인 목표가 교육. 보육, 의료에 있듯이 심상정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능성의 재분배 혹은 기회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심후보는 경기도민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을 교육, 보육, 의료 부분의 복지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김상곤 교육감의 혁신학고, 교육복지투자 우선지역등 경기도의 진보적 교육정책을 계승해서 평등교육, 협동교육, 다양성 교육이라는 세가지 교육 철학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구체적으로 그 모델이 핀란드식 교육임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즉 수월성 교육보다는 아무도 뒤쳐지지 않는 교육을 지향하는 핀란드식 공교육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정확히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는 줄 세우기식 수능, 내신제도, 대학의 서열화라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 속에서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이다. 이러한 추세가 일제고사를 시행하는 등 현재의 추세를 오히려 강화하고자 하는 현 정권에서 약화될 것이 만무하기 때문에 경기도지사와 경기 교육감의 시도는 단순히 아름다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으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회찬 세대' 라는 표현처럼 실패한 '심상정, 김상곤 세대' 라는 새로운 시대적 상징을 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교육의 결과는 sky 대학 입학 학생 수와 수능점수로 평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진보적 도지사와 진보적 교육감이 만났을 때 한국 지방자치 구조 속에서 충분히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확인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 분석의 원 후보와 마찬가지로 심 후보도 공동체형 보육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경기도의 예산 규모나  재정자립도를 고민하여 봤을 때 의지와 우선순위의 문제 일 뿐 현실성이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질 높고' '값 싼' 공공보육의 공급을 확대한다는 표현에서 어떻게 공보육 시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그 낮은 가격이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에 관해서는 '보편주의' 라는 기본적 복지 패러다임 속에서 당연히 찬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무상급식의 구체적인 효율성이나 정당성에 대해 굳이 설명하고 있지 않다. 다만 위에서 말한 잔여적 복지에 대한 비판으로 재산 검사 비용의 과다성이나 낙인 효과 같은 일반적인 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아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논리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3) 함께 만드는 공동체 복지

이는 한국 지방자치의 현실 속에서 고려해 봤을 때 가장 생소하면서 실험적인 정책이 아닌가 싶다. 이른바 제3섹터적 개념이라 할 수 있겠다. '주민 스스로 가장 절실한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는 큰 방향성과 지역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율적인 공급방식을 채택하면 기금을 조성해서 매칭 펀드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는 구제척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예로서 생협 장려, 시민 설립 보육원과 같은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의료 생협의 형태로 동네의원이 주민의 주치의를 담당 할 경우 인두당 수가제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한다거나 시민들이 스스로 보육원을 설립하고자 하면 거기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EU와 캐나다의 신사회 경제라는 서구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민 주도 관 지원이라는 제 3섹터적 지방자치의 형태는 사실상 한국에 전무한 상태다. 일부 주민 참여 예산제가 실시된 곳이 있기는 했지만 지속성이 없었고, 전국적으로 확대되지도 못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협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심 후보의 정책은 굉장히 실험적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시민 사회의 성숙도와, 조합이나 기금 같은 용어에 대해 시민들이 갖고 있는 1차적인 감정들, 예컨데 괜한 짓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나, 비효율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고려해보았을 때 완벽히 성공을 거두기란 매우 어려워보인다. 여전히 한국 지방자치에서 기득원은 높은 건물 올리고, 수영장 짓고, 땅값 올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심 후보는 시민들의 자발성이나 공공성에 대해 확고하지만 조금은 무모한 믿음을 갖고 있는 듯 하며 만약 심 후보가 당선이 되고 위에서 제시한 정책들이 실제 실시된다면 아마 향후 한국 시민들의 공공성과 시민의식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4) 함께 숨 쉬는 녹색복지

녹색복지라는 표현 자체에서 '녹색 성장' 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정치 공학적 상징성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여기서는 현 정부와 현 경기도 정부 정책의 반생태적 경향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4대강 사업과 남한강 개발 사업, 팔당 상수원 이전 계획에 대한 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진보신당의 당론과도 일치하는 부분으로 진보진영의 전체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장기 성장 혹은 '생태 지향성' 이라는 여러가지 추상적 표현들만 가지고 그 효과성을 떠나 구체적 방법론이 제시되어 있는 4대강이나 여러 개발 정책을 압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컨데 강을 개발하겠다는 주장과 강을 그대로 두겠다는 주장 중에 한국에서 먹힐 만한 주장은 전적으로 전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 후보가 녹색복지론에서 영향력을 크게 하고자 한다면 좀 더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방법론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끝내며

부끄럽지만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위와 같은 분석에서는 객관성과 중립성 철저히 요구되지만 가치관이나 신념 상 진보적 후보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당선의 가능성이나 정책의 현실성을 떠나 영향력 후보의 공약에서 진보의 미래나 대안이 어느 정도 보였다는 점이 필자를 어느 정도 설레게 했기에, 충분히 객관적인 분석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염려를 해본다.

보수 세력은 이미 서울시장=>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치 엘리트 테크트리를 완성한 것 처럼 보인다. 비록 이명박이 그 시작이지만 오세훈, 홍정욱 과 같은 유명 정치인들이 그와 비슷한 테크트리를 탈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필자는 진보만의 테크트리로서 경기도 지사=> 정권 창출이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선거판에서의 수적 우세가 힘든 진보의 성격 상 어느 거점을 바탕으로 그 실존을 넓힐 필요가 있는데 그 거점이 경기도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심 후보는 확실히 당선이 가능성이 꽤나 있는 후보 중 매우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로 평가되고, 따라서 경기도 지사 선거는 이에 대한 유권자에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