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케팅하는 사람들과 했던 이야기가 떠오르는군요.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이나 홍보의 위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저도 그랬고 그 사람들도 그렇고 그 경향에 대해 회의적이었죠. 영화의 콘텐츠 자체에 흥행요소가 없으면 아무리 마케팅 잘해도 한계가 있다...더 나아가 콘텐츠가 후지면 이상하게 마케팅도 후지게 된다. 간단히 말해 손에 닿는 걸 모두 금으로 바꾸는 마케팅의 마법은 없다로 서로 결론을 냈죠.

정치인들의 토론을 마케팅 측면에서 보자면... 우선 후보 자신의 콘텐츠가 있겠죠. 그리고 후보 개인을 백업하거나 더 나아가 더 상위 개념으로 당의 콘텐츠가 있죠. 과거엔 후보 개인의 콘텐츠가 중요했으나...지금은 점점 더 당의 콘텐츠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당의 콘텐츠라면 정책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 외 무형의 콘텐츠도 존재하죠. 인물을 키우는 문화, 이미지, 전문가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 등등.

3김 시대라면 개인의 콘텐츠가 중요했죠. 사실 당이 곧 개인이었으니 뭐. 그렇지만 그 뒤론 당의 역량이 더 중시되는 것 같습니다...아무튼.

오세훈 토론은 강금실과 하는 것만 봤는데...그 것도 딱 한번 봤습니다. 보다가 열 받아서리...

일단 전 강금실 개인의 콘텐츠는 오세훈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열받을만큼 강금실이 밀렸냐...

우선 상황에서 밀렸죠. 참여정부 심판론이 사람들 사이에 팽배한데 노빠-난닝구 대립이 극심한 당내 사정상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그 문제에 대해 뭐라 대답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됐죠. 참여정부 비판하는 순간 노빠들의 격렬한 공격으로 자중지란에 빠질 거고 그렇다고 잘했다고 옹호하면 유권자로부터 외면당할 거고. 그런 점에서 디제이 밑에서 부산에 출마하며 맘껏 디제이 공격할 수 있었던 노무현은 편한 처지였던 거죠.

두번째로..당에서 준비한 정책 자체가 없었죠. 오세훈은 한강 르네상스니 뭐니 팍팍 던지는데 강금실은 자신도 그게 뭔지 확신이 없는 타워 아파트 이야기나 하더군요. 이러면 포지션부터 밀려 버립니다. 아무리 강금실이 오세훈을 제대로 비판해도 사람들 눈에는 '자신이 준비한 것 없으니 비판이나 하는' 걸로 비치죠. 김민석-이명박 토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죠. 김민석이 이명박의 청계천에 대해 비판 잘했습니다. 문제는 뭐였냐...토론 막바지에 이명박이 한마디 툭 던졌죠. '난 서울시정을 위한 정책 토론한다고해서 나왔는데 와보니 이거 정치 이야기만 하고...' 그러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참 말 잘하는구만'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스탭들이 준비했을 거라고 90프로 확신합니다.) 즉, 아무리 말 잘해봐야 전체적인 이미지 연출에서 김민석, 강금실 둘 다 밀려버린 겁니다. 저쪽은 뭔가 준비해온 곳. 반면 이쪽은 그걸 비판만 하는 곳.

세번째로 비판의 방향도 잘못됐죠. 전 강금실이 오세훈 월급 이야기하며 비난하는데 정말 리모컨 던져 버릴 뻔 했습니다. 화가 나 소리쳤죠. "야, 훌륭한 상품 강금실에게 저따위 엉터리 마케팅 전략 짜준 스탭 새퀴 누구야?" 서울대, 강남 등을 기득권 세력의 온상이고 악의 축인양 설정한 뒤 자신을 포장해온 노빠식 마케팅이 그때도 통할 줄 아는 한심한 발상이었죠. 더구나 강금실은 오세훈과 비교해서 더 학벌이 좋고 경제 사정도 서민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으니 그 비판을 할 수 있는 적임자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따위 엉터리 토론 전략이 나온 배경엔- 노빠식 감성, 당내 분열, 효과적 전략을 짜준 브레인 부재 등등-열우당의 한심한 무형 콘텐츠가 자리잡고 있는 거죠. 

즉 강금실의 완패는 개인의 토론 실력도 실력이었거니와 그 상품을 제대로 숙성시키고 포장하는 당의 능력까지 반영된 결과였죠. 물론 오세훈의 이미지, 목소리, 유연하게 상대의 말을 받아넘길줄 아는 솜씨도 뛰어났죠. 그렇지만 그런 외면 못지 않게 더 뛰어난 능력은 한나라당이 갖고 있는 유무형의 콘텐츠를 자기 식대로 소화 흡수해낸 능력에 있을 겁니다.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은 대중들이 토론회에 나온 후보의 번드르르한 말솜씨에 넘어가는 존재라고 비웃고들하는데 토론회에서 대중들이 뭘 보고 파악하는가를 알게 되면 그렇게 쉽게 말 못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헛똑똑이죠.

아참, 영화 마케터들이 해준 말 한토막을 소개하죠.

"아무리 재미있는 것처럼 포장해도 귀신처럼 알아본다니까요. 저흰 정말 관객들이 무서워요." (이 말에 맞어, 맞어 맞장구가 사방에서 터짐)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이 누구죠?



당연히 저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