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자본가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 산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더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 것인가' 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 아크로 어느 분의 댓글 중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자란, 슈바이처보다 테레사수녀보다 더 위대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평생은 온통 타인들을 위한 봉사와 노동으로 가득 차 있다. --- 인터넷 어느 게시판의 글 중에서

자본주의. 진보진영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사실 진보진영쪽의 매체나 인터넷에서 자본주의를 묘사할 때는 거의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경쟁과 탐욕만이 난무하는 정글, 전쟁을 부채질하고 약자들을 착취하고 인류에게 해악만 끼치는 존재 기타 등등. 그런데 정말 자본주의는 그렇기만 한 존재일까? 이번 글에서는 아마 진보진영 분들이라면 뜨악해 할 자본주의 찬양을 한번 해볼까 한다. 자본주의가 대체 뭐길래 그런 혹독한 악평속에서도 꿋꿋이 유지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한번 이야기해보자는 뜻이다. 

지금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시각을 바꿔서, 자본주의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재밌는 여행을 한번 해보자.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외계인이 되는거다. 자본주의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모습을 관찰자 입장에서 한번 구경해보자는 뜻이다. 

ET는 천신만고 지구별 대한민국에 도착했다. 지구별에 대한 궁금증에 ET는 도착하자마자 투명인간으로 변신해 서울의 어느 허름한 동네에 사는 철수씨를 따라다니며 관찰을 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난 철수씨는 부지런히 얼굴을 씻은 후 거리로 나섰다. 잠깐동안 거리를 걷던 철수씨는 땅속을 향해 파인 계단을 따라 내려가 무언가 시커먼 기계장치에 몸을 싣더니 곧바로 꾸벅 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철수씨와 비슷비슷하게 생긴 지구인들이 그 옆에 앉아 조는 듯 마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ET는 그 기계장치가 아마도 지구인들이 아침잠을 자는 곳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지구인들은 참 신기한 방식으로 사는구나 호기심이 극에 달하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잠을 자는 듯하던 철수씨는 벌떡 일어나 후다닥 뭔가에 쫓기듯 뛰기 시작했다. 누가 잡으러오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대신 손목에 걸린 조그만 기계장치를 초조하게 들여다보는 모습이 아마도 철수씨를 감시하는 추적장치인것만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헐레벌떡 뛰던 철수씨는 커다란 건물안으로 사라졌다. 급히 따라가보니 철수씨는 어느새 하얀색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에도 뭔가를 뒤집어썼다. 그러더니 금속 도구들로 가득한 이상한 방에 들어가 무언가 날카로운 도구를 손에 쥐더니 부지런히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철수씨는 식물 줄기로 보이는 뭔가를 들고 한참동안 토막을 내다가 동물 시체의 일부로 보이는 고기들을 정성스럽게 썰기도 했다. 아마도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보였다. 철수씨는 그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혹시 팔이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일을 했다. 그러더니 이제 테이블위에 가득 장만한 음식 재료들을 불에 굽고 튀기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ET는 잠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철수씨의 위장이 얼마나 크길래 저렇게 많은 음식을 한끼 식사로 먹어치운다는 것인가? 그러나 ET로서는 철수씨가 자기 몸보다 더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이 있었다. 철수씨는 정성들여 만든 그 음식들을 도통 먹을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다. 그저 그릇에 담아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했다. ET는 철수씨가 아침에 일어나 지금까지 한번도 무언가를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 배가 고프지 않는다는 걸까? 궁금했지만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음식을 만드는 방 바깥에 왁자지껄 사람들이 들어차더니 철수씨가 애써 만든 음식들을 먹어치우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철수씨는 음식 그릇이 밖으로 나갈때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철수씨는 지금까지 남들이 먹을 음식을 저토록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인가? 정작 본인은 굶어가면서? 그렇다면 혹시 지구인들은 남들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이타적인 생물이라는 뜻인가? 그러니까 철수씨는 오로지 남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땀을 흘리면서 애를 썼단 말인가? ET는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졌다. 그의 눈에 비친 지구인들이 너무나도 위대하고 경이로운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 어찌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타인을 위해서 봉사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ET는 여전히 음식 장만에 열중하는 철수씨를 두고서 사람들로 북적이는 커다란 방으로 갔다. 사람들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철수씨가 만든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태연한 얼굴들은 마치 철수씨에게 자기들이 먹어줘서 고맙지 않느냐는 표정이었다. 때로 어떤 사람은 음식을 먹으며 맛이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ET는 갑자기 그들이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레이저 꿀밤을 한대씩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방금전까지 철수씨의 경이로운 이타심에 놀라움을 금치못하던 ET는 다시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도저히 지구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철수씨처럼 남을 위해서 하루 종일 애쓰는 지구인도 있는데, 저토록 뻔뻔하게 넙죽 넙죽 공짜로 받아먹는 사람들은 또 뭐란 말인가. 

그때, ET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음식을 다 먹은 사람들이 입구의 책상앞에 앉은 나이든 남자에게 파란색 종이로 보이는 무언가를 건네주고는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었다. 아랫배가 불룩 나와 비대한 그 남자는 그때마다 손님들을 향해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는데, 음식을 먹어줘서 고맙다는 행동인것 같았다. ET는 생각했다. 아... 이 나이든 남자도 경이로운 지구인이로구나... 음식을 공손하게 갖다 바치는 것도 모자라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다니!!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음식을 만든 것은 철수씨인데, 왜 저 남자가 손님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할까? 잠시 아리송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까 보니까 그 남자와 철수씨가 꽤 친해보이기는 하던데 아마 그래서일거라는 짐작이 들었다. 

그때, ET는 그제서야 자신이 두뇌스캔장치를 가져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바보같으니. ET는 흐뭇하게 웃으며 두뇌스캔장치를 그 나이든 남자의 머리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잠시 후 두뇌스캔장치를 통해 ET에게 남자의 생각들이 전송되기 시작했다. 

"요즘 손님들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네... 맛없으면 처먹지를 말던가 드러워서 나 원. 음식값이 너무 비싼가? 맛이 없나? 이웃에 식당이 하나 더 생겼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아무래도 음식값을 좀 더 내리든가 고기를 더 많이 넣어서 맛있게 해야 하는거 아닐까? 아... 고민이네. 손님 새끼들 입맛은 날로 까딸스러워지고 경쟁은 심해지니 이거야 원... 이러다 우리 식당 망하면 다 철수 저 놈 때문이야. 요즘 많이 게을러졌어... 실력 발휘도 예전만 못하고. 게다가 오늘은 지각까지 해서 하마터면 점심 장사 망칠뻔 했자나? 확 짤라버릴까?"

ET는 당황했다. 외계어로 번역되어 전송되는 남자의 생각은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까지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던 모습은 다 꾸며낸 것이었단 말인가? 어째서일까?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왜 하면서 살고 있는 것인가? ET는 얼른 음식만드는 방으로 가서 철수씨의 머리에 두뇌스캔장치를 갖다 대었다. 그래도 철수씨만은 이타심에 가득한 경이로운 지구인이니 뭔가 다르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주인 새끼 지각 한번했다고 더럽게 잔소리는... 확 그만두고 싶은데 마누라 잔소리랑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참는다 ㅅㅂ... 손님 새끼들은 드럽게들 몰려드네... 힘들어 죽겠구만. 에효... 제발 며칠이라도 푹 쉬고 싶다.... 주인 새끼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ㅅㅂ. 나두 언능 내 식당을 하나 차리든가 해야지 이거 원. 그런데 물가는 오르고 애새끼 자랄수록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언제 따로 돈 모아 식당 차리나? 죽어라 일만 했는데도 마냥 이 모양 이꼴... 닝기리... 이러다 적금 다 붓기도 전에 깨먹게 생겼네. 돈이 웬수다 웬수! " 

ET는 너무나 놀라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철수씨 역시 식당 주인과 마찬가지로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구나... 정말로 기묘한 사람들이었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어찌 저렇게 미친듯 타인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며 봉사할 수 있을까? 어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굽신 굽신 친절하게 인사를 할까? 혹시 어딘가에 보이는 않은 채찍이라도 있어서 강제로 일을 하도록 때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혹시 그 파란색 종이? 그게 바로 레이저 빔보다 더 무서운 채찍의 정체일까? ET는 혼란스러움에 현기증이 일 것만 같았다.  

ET는 이제 거리로 나왔다. 마침 철수씨의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밖으로 나온 젊은 남성 한무리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옷모양새가 모두 똑같은 걸로 봐서 무언가 같은 곳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하도 잰걸음으로 가길래 ET는 미처 두뇌스캔장치를 갖다 댈 기회가 없었다. 그들은 근처의 굴뚝이 높게 솟은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ET는 그들을 쫓아 들어 갔다. 

이윽고 밤이 되어, 지구에서의 바쁜 하루를 보낸 ET는 안드로메다 자신의 행성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날려보냈다. 

"지구별에 도착해 사람이라고 불리는 생물들을 관찰하고 그 생각들을 스캔했음. 그 들은 참으로 이상한 생물이고, 그보다 더 기묘하고 희안한 형태의 사회를 이루어 사는 종족임. 속 마음은 온통 이기적인 생각과 욕망으로 가득차 있고, 조그만 틈만 보이면 어김없이 탐욕을 드러내는 매우 원시적인 형태의 생물임. 그런데 평생동안 어찌하면 더 남을 위해 열심히 봉사할 수 있을까 경쟁하면서 살고 있는 놀라운 생물이기도 함. 그들은 자존심이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독 돈이라고 부르는 파란색 종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며 복종하는 생물임. 아마도 그 돈이라는 것에는 몹시 신비한 능력과 권위가 있는 것 같음. 그런데 사람들은 그 돈을 만질때는 몹시 친숙해하고 즐거워함. 왜 그러는지 정확히 파악하려면 좀 더 관찰이 필요함.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스스로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있음. 아마도 그 신비로운 파란색 종이를 따로 자본이라는 다른 말로도 부르는 것 같음. 아뭏든 이상한 행성의 신기한 생물들임.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