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과 복지 제도

 

자선의 원동력은 동정심이다. 부자 또는 먹고 살 말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을 보고 동정심을 느껴서 돈을 주거나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자선이다. 자선은 부자의 자발적 행동이다.

 

재화가 부자로부터 가난한 사람에게로 흐른다는 면에서 복지 제도는 자선과 비슷하다. 하지만 한 가지 중대한 차이가 있다. 복지 제도는 강제적으로 시행된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세금을 내고 싶든 말든 세금을 내야 한다.

 

복지 제도의 역사를 볼 때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그런 제도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없다. 가난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부자들에게 압력을 넣었기 때문에 부자들이 큰 세금을 부담하는 제도가 정착된 것이다.

 

요컨대 자선의 원동력이 부자의 동정심이라면 복지 제도의 원동력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복지 제도가 도입되기 힘들다는 비판은 말도 안 된다.

 

많은 나라에서 복지 제도가 빈약한 이유는 이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멍청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자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오는 제도가 시행되면 빨갱이 세상이 되어서 망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이것은 돈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 부자들이 퍼뜨린 이야기다.

 

 

 

 

 

일하려는 의욕의 상실

 

복지 제도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줄어들게 만든다. 첫째,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다면 별로 일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둘째, 일을 해서 번 돈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면 별로 일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부자에게 해당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지겨운 일을 한다. 만약 지겨운 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면 일할 마음이 별로 들지 않을 것이다. 만약 전문가처럼 일하는 것이 즐겁다면 돈과 상관 없이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길 것이다.

 

과거 사냥-채집 사회에서 남자는 주로 사냥을 했다. 그래서 남자는 사냥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진화한 듯하다. 사냥이 허용되는 나라에 사는 문명국의 남자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사냥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문명 때문에 지겨운 일이 탄생한 것이다. 인간은 여자와 남자 모두 자식을 돌보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자식 돌보기를 즐긴다. 물론 자기 자식을 돌본다고 해서 누가 월급을 주지는 않는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쓴다는 극단적인 복지의 원칙을 좀 냉소적으로 바꾸어 보면 일할 놈은 일하고, 쓰고 싶으면 마음껏 가져다 쓴다가 된다. 이런 원칙을 주창하는 공산주의자들은 지겨운 일을 하기 싫어하는 인간 본성의 측면을 무시한다. 그들은 인간 사이에 선천적 재능 차이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재미 있는 일을 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믿거나(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 지겨움과 관련된 선천적 인간 본성이 없기 때문에 잘 교육 시키면 돈을 안 줘도 인간이 단순 노동도 묵묵히 잘 할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오직 돈 밖에 모르기 때문에 돈이라는 요인이 없으면 절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인간 본성이 얼마나 복잡한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인간에게는 온갖 욕망들이 있다. 인간은 재미 있는 일이면 돈을 들여서라도 한다. 그리고 인간은 지위에 집착한다. 운동권이나 시민 단체에서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구성원들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또한 인간은 성실해 보이려고 애쓴다. 보통 무직자는 성실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착하고, 성실하고, 지위가 높아 보이려고 하는 이유는 그래야 우정 시장과 짝짓기 시장에서 성공하기 때문이다. 돈이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복지 제도 때문에 돈이라는 유인이 줄어들어도 일하고자 하는 의욕이 여전히 있을 수 있다.

 

 

 

 

 

복지 제도와 범죄

 

승자 독식 사회일수록 더 폭력적인 경향이 있다. 으뜸 수컷이 암컷들을 어느 정도 독점하는 코끼리 바다 표범의 사회가 대표적이다. 코끼리 바다 표범들은 맨날 피 터지게 싸운다. 반면 일부일처제에 가까울수록 덜 폭력적이다. 인간이 일반 침팬지(common chimpanzee)에 비해 육탄전을 덜 벌이는 데에도 이런 요인이 한 몫 하는 것 같다. 인간은 일부일처제에 상당히 가까운 종이다. 반면 일반 침팬지의 경우 코끼리 바다 표범 정도는 아니지만 으뜸 수컷이 암컷들을 어느 정도 독점한다.

 

빈부 격차의 경우에도 비슷한 논리가 작동하는 것 같다. 승자가 부를 몽땅 독점하는 사회일수록 더 폭력적이다. 복지 사회는 부가 좀 더 균등하게 분배되도록 한다. 그리하여 범죄율이 낮아진다. 여러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런 점에 주목했으며 실증적 증거도 어느 정도 제시했다

 

 

 

 

 

201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