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빈층을 제외하면 한국 가정에는 컴퓨터, 텔레비전, 냉장고 등이 있다. 물론 전기도 들어오고 상하수도 시설도 되어 있다.

 

빈곤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비율이 다르게 나오겠지만, 인류의 3분의 2 정도는 한국인이 당연시하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절대 다수, 중국과 인도의 대다수가 한국인의 기준으로 볼 때 엄청나게 가난하게 살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전체 인류가 한국인의 평균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되려면 현재보다 세 배 정도는 더 많이 생산해야 할 것이다. 과연 지구에 그렇게 많은 자원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분간 세계 인구가 급속히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 같이 상당히 부유하게 사는 나라에서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는 명제를 외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

 

첫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한국인인 내가 알 바 아니다.

 

둘째, 미래가 어떻게 되든 현재의 내가 알 바 아니다.

 

셋째, 전 인류가 현재의 한국인이 누리는 것보다 더 부유하게 살더라도 지구가 충분히 자원을 제공해줄 것이다.

 

 

 

내 추측으로는 세계 인구가 너무 많아서 전세계인들이 한국인만큼 부유하게 살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다. 그리고 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세계시민주의자 또는 국제주의자다. 따라서 나는 한국의 경제가 더 성장해야 한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왜 불행한가? 한국에 자동차가 부족해서 불행한가? 내가 보기에 한국에는 자동차가 너무 많다. 자동차를 더 많이 만들어서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지고 주차난이 더 심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유하지 못한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로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의료비, 교육비, , 노후보장 등이다. 이런 것들은 GNP를 늘리지 않고도 복지 제도만 어느 정도 갖추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나를 포함하며 많은 좌파들이 경제 성장 문제에서 무능한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 자체를 반대한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좀 더 공평하게 그리고 좀 더 균등하게 분배한다면 문제가 많이 해결될 수 있다. 좀 더 균등해진다면 입시를 위해 목숨을 거는 행태가 줄어들 것이며 그러면 학생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부모도 학비 걱정을 덜 하게 된다. 현재의 한국의 생산력으로도 의료비의 상당 부분을 무료로 할 수 있다. 서유럽과 북유럽의 복지 역사를 보라. 한국보다 덜 부유했을 때 의료를 무료화했다. 노후 보장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것이 나의 입장이다. 만약 여러분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인류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이다.

 

 

 

2010-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