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문제로 제안을 하려고 했는데, 시닉스님이 글을 올려주셔서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제 썼다가 사라진 글을 다시 쓰는 셈입니다.

1. 담벼락, 이대로 좋은가

저는 담벼락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시닉스님이 제안하신, 담벼락을 활성화하자고 하신 이유와 동일합니다. 즉, 담벼락에 올라오는 글이 더 풍성해지고 나름 일정한 질서도 생긴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담벼락을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넷에서는 아무래도 익명성이 강하고, 토론 규칙의 제약도 없는 게시판에 글 올리기가 쉽습니다. 물론 이런 글쓰기만 하는 사이트는 금방 토론의 품질이 떨어져서 좋은 논객들이 떠나가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사이트의 위상이 약해지거나 문을 닫게 됩니다. 자연도태의 질서가 작용하게 된다는 겁니다.

아크로는 자유게시판의 비로그인 글쓰기를 제약하면서 담벼락을 만들었습니다. 비로그인 글쓰기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준 겁니다. 일종의 절충안이자 타협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되면 자유게시판을 메인게시판처럼 만들면서 다시 원래의 자유게시판 비슷한 토론 공간을 또 하나 만든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됩니다. 아이디가 드러나고 표현의 제약 등이 있는 메인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보다는 아무래도 훨씬 부담이 덜한 담벼락을 이용하기 쉽습니다.

시닉스님은 담벼락에 좋은 글이 올라오고 일정한 질서도 생겼다는 이유 때문에 담벼락의 글도 지우지 말고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이상 담벼락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담벼락에 좋은 글들이 올라온다는 것은 바로 메인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에 올라갈 글들이 그냥 '편하고 부담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담벼락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담벼락이 메인게시판이나 자유게시판을 황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자유게시판의 비로그인 글쓰기를 불허한 이유도 사라지게 됩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상황은 더욱 악화됐죠. 차별성도 없는 메인게시판과 자유게시판이 병존하면서 두 게시판 모두 활성화되지 못하고, 책임성도 없는 담벼락만 북적대는 결과가 된다는 겁니다.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는 데 있어서 유념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담벼락의 존재는 아크로에서 익명성을 극대화하고 책임성을 최소화한 글들에게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예외를 극대화한 결과가 되었다고 봅니다.

담벼락에 올라오는 글들이 정말 좋다면, 그래서 담벼락처럼 익명성이 강하고 책임성이 없는 사이트로 가는 게 맞다면 차라리 아크로 전체 게시판을 비로그인, 토론 규칙 부재의 공간으로 만드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아크로는 상당히 진지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그런 사이트의 성격을 배제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아크로 구성원들 모두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모순된 두 가지 성격을 적당히 절충하는 것은 우선은 편의성이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사이트의 위상에 독이 될 거라고 봅니다.

담벼락에 좋은 글 올리시는 분들은 얼마든지 자유게시판이나 메인게시판에도 그런 글들을 올리실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 곳에 글을 올려야 하구요. 하지만 담벼락이 존재하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가서 글을 올립니다.

집안에 화장실이 있다면 그곳에서, 깨끗하게, 조준을 잘해서 배설하라고 강제적으로 규율해야 합니다. 화장실 두고 따로 담벼락에도 배설하라고 허용하면... 그러면 그 집안이 깨끗해질 수 있겠습니까?

담벼락에 올라온 글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저는 토론사이트의 특성상 억지로 많은 글이 올라오도록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1주일에 한두 개만 올라와도 그 글의 내용이 좋다면 충분히 토론 사이트의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2. 자유게시판과 메인게시판의 통합

저는 사실 지금 자유게시판과 메인게시판의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두 게시판이 따로 있을 필요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으로선 게시판 두개를 운영하면서 괜히 역량과 주의만 분산시킬 뿐입니다.

메인게시판은 좀더 진지하고 무거운 글, 자유게시판은 부담없이 홀가분하게 쓸 수 있는 글... 그런 정도 구분일 텐데, 너무 자의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데다가 엄격하게 그런 기준을 적용한다 해도 그게 무슨 효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가령 지역문제에 대한 글은 좀 가볍게 쓴 글이나 더 심각하게 쓴 글이나 가리지 않고 하나의 게시판에 모아서 보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저는 아크로같은 토론 사이트에서는 메인게시판과 자유게시판이 아니라, 주제 게시판과 시사 게시판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게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제 게시판은 장기적인 토론이 필요한 이슈들 즉, 지역 문제나 진화론, 친노세력 평가 등의 전략적 주제를 다루고, 시사 게시판은 비교적 휘발성이 높은 주제들 가령 천안함 사건이라든지 하는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분류했으면 합니다.

성격 때문에 주제 게시판이라고 했지만 이 게시판은 실제로는 '통합 게시판'의 성격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즉, 현재의 메인게시판과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글들은 일단 통합게시판에 올리고, 거기에 올라온 글들은 좀더 하위 영역으로 세분화하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입니다. 통합 게시판의 하위 범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두고 통합 게시판에 올라온 글의 성격을 구분해 그 주제에 적합한 하위 범주로 옮겨가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하위 게시판으로 옮겨가는 경우에도 통합 게시판의 글들은 그대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크로에 올라온 모든 글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필자들이 원할 경우 직접 하위 게시판에 가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그 글들은 모두 통합게시판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종의 one source multi use라고 할까요? 하나의 글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근하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3. 편집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통합 게시판의 글들을 성격에 맞게 하위 게시판에 옮길 경우 그렇게 선정하고 옮기는 역할을 누가 하느냐? 저는 운영위원들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운영위원들이 일종의 편집자 역할을 하는 것이죠.

저도 운영위원인 것으로 압니다만 사실 현재는 운영위원으로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것을 좀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통합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주제에 맞게 하위 게시판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하위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 중에서도 특정 주제로 묶을 수 있는 글들은 묶어서 일종의 글타래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가령 지역문제에 관한 글들이라 해도 이번 6.2 지방선거의 이슈를 다룬 글들은 '6.2 지방선거 특집'이라는 타이틀로 하나의 글타래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 역할을 바로 운영위원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하나, 운영위원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위에서 말한 시사 게시판의 운영이 그것입니다.

사실 아크로가 다른 토론 사이트와 구별되는 차별성을 가지려면 나름대로 독자적인 컨텐츠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욕심이 앞서기 쉽고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제약이 많습니다. 아크로의 조건에서 접근 가능한 방안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시사 게시판을 설치해 운영위원들이 여러가지 시사 이슈 가운데 하나를 선정해 그 게시판에 올리고, 거기에 관한 토론을 조직하는 것이 비교적 접근 가능한 방식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즉, 운영위원이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관련된 기사나 자료를 링크해주고, 간단한 발제문을 쓰는 겁니다. 발제문은 거창할 필요 없이 왜 이 주제를 토론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가 거론되어야 하는지, 어떤 정보가 밝혀져야 하는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힘 닿는 선에서 언급해주는 겁니다. 토론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는 겁니다.

이것은 물론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1주일에 하나 정도의 주제를 선정해 발제문을 쓰고 기본적인 자료 몇 개를 링크해주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것이라고 봅니다. 아크로의 운영위원을 맡았으면 그 정도 부담은 짊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이런 점에서 전에도 한번 제안한 적이 있지만, 운영위원 순번제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현재는 여러 운영위원이 있지만 책임 소재가 분명치 않습니다. 내가 나서야 할 사안인지 아닌지도 애매하고 그냥 지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영위원의 권한을 분명히 하고, 그 권한의 행사에 따른 책임과 평가를 분명히 해주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순번에 따라 운영위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는 기간을 따로 정해야 하겠지요. 1주일도 좋고, 2주일도 좋고, 한 달도 좋다고 봅니다. 이렇게 자신이 편집 책임을 맡은 기간에는 편집에 관한 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운영위원의 개인적 편향이나 역량에 따라 편집의 방향이나 품질은 많은 편차를 보일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가피한 과정이고, 토론을 통해 차츰 통일성을 높여가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설혹 그런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지금처럼 책임도 없고 권한도 없이 애매한 상황보다는 훨씬 낫다고 봅니다.

이렇게 운영하다 보면 시사게시판에 올라온 주제들 가운데 통합게시판의 하위 주제별 게시판으로 옮겨가는 이슈도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그 반대도 가능하겠지요.

나름대로 아크로의 발전을 위해 생각해본 방안인데, 결론이 어떻게 나오건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올립니다. 많은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