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지성과 양심의 회복을 호소합니다>

1982년 4월 26일 경남 의령군 궁류지서에 근무하던 순경 우범곤이 카빈소총과 수류탄 등을 사용해 단 하룻밤 사이에 62명의 무고한 양민을 살해했습니다. 살륙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으며 우범곤이 피살자들과 특별한 원한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살륙 동기는 평소 자신의 거친 성품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불만을 품은 데다가 당시 내연녀와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은 한때 한 사람이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인명을 학살한 사건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합니다.

만일 이 사건을 예로 들면서 경상도 출신들은 원래 대량 학살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서 틈만 나면 개인적인 원한을 다른 사람들에 대한 학대와 학살로 해소하기 때문에 이것들은 애초부터 씨를 말려야 한다고 누군가 얘기한다면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부산 형제복지원>은 부랑인 선도를 목적으로 해마다 20억 원씩 국고의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이었지만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이나 노숙자, 기차역에서 TV를 보고 있는 무고한 시민 등을 끌고 가서 불법 감금 시키고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는 죽이고 암매장까지 했습니다. 죄 없는 사람도 강제적으로 잡아간 까닭은 인원수만큼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었습니다. 12년 동안 531명이 사망했고, 일부 시신은 300~500만 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원장이던 박인근(당시 58세)은 자신의 땅에 운전교습소를 만들기 위해 원생들을 축사에 감금했고,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원장 박인근은 횡령죄 등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을 뿐 불법구금, 폭행, 살인 등에 대해서는 재판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그는 항소심을 거쳐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그 일가는 사회복지법인을 세워 1000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 사건의 예를 들어서 경상도 출신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억울한 사람들을 강제로 잡아다가 노예로 삼고 죽을 때까지 강제노동을 시키며 죄가 드러난 뒤에도 국가권력의 비호를 입고 전혀 죄값을 치르지 않는다고 누군가 얘기한다면 동의하시겠습니까?

박정희는 5.16쿠데타로 집권했으며 그 후계자인 전두환은 광주에서 수백명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정권을 찬탈했습니다. 김영삼은 민주화의 열망을 배신하고 삼당합당으로 집권해 영남패권 독재체제를 구축했으며 결국 IMF를 얻어맞고 수많은 시민을 길거리로 내몰고 수많은 가정을 파탄시킨 원흉이었습니다. 이명박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강행했고 그 후유증으로 인한 피해액은 앞으로 공사비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들어 경상도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반국가적이고 반인륜적인 종자들이므로 앞으로 영원히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땅을 이 나라에서 뚝 떼어내 일본이나 중국에 넘겨주어야 한다고 누군가 얘기한다면 흔쾌히 인정하시겠습니까?

뿐만이 아닙니다. 경북 구미 출신 박정희는 일본이 패전하자 그때야 만주군을 탈영해 광복군에 몸을 의탁했으며 귀국해서는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남로당에 몸을 담았지만 신분이 드러나자 동료들을 모조리 팔아넘기고 혼자서 목숨을 구걸해 살아남았습니다. 5.16쿠데타 당시에는 합법정부와 직속 상관들을 속이고 배신해 정권을 쥐었으며 친형의 절친이던 북한 간첩 황태성이 찾아와 김일성의 밀지를 전달하자 한 동안 그를 보호하다가 언론이 이를 밝혀내자 하루 아침에 사형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는 결국 고향 후배 김재규에 의해 암살당했습니다.

김재규는 군의 후배 전두환에게 붙잡혀 사형당했으며 전두환은 친구인 노태우에게 애써 정권을 넘겼지만 뒷통수를 얻어맞고 백담사로 귀양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노태우는 내각제개헌을 전제로 PK 김영삼과 손을 잡았지만 결국 뒷통수를 얻어맞고 친구 전두환과 나란히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김영삼은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이회창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그를 지원하지 않아 결국 수평적 정권교체의 일익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또하나의 뒷통수라는 성격을 갖는 것은 명확합니다. 정작 그는 그렇게도 미워했던 김대중에게는 어떠한 정치적 보복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영삼이 늙도록 김대중의 뒷통수를 다시 한번 칠 기회를 노렸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죠.

노무현은 자신을 대통령 만들어준 민주당을 탈당하고 선거자금 빚 45억원을 떠넘기고 튀었으며 대북송금 특검으로 햇볕정책의 주역들을 모조리 감옥에 보내거나 자살로 내몰았습니다. 임기 반년을 남기고 남북정상회담을 했지만 정상회담 대화록 파문이 보여주듯이 말 그대로 원칙부재 철학부재의 후유증만 남겼습니다. 이명박과 타협해 정동영보다 이명박 당선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그 역시 위대한 경상도 정치인들의 유구한 전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말년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생략합니다.

이명박이 과연 그의 후임자에게 어떤 뒷통수를 맞을 것인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경상도 출신 정치인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자신의 전임자나 선배 및 동료의 뒷통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자신들도 역시 동향 후배들에게 뒷통수를 맞았구요.

이상의 사례들을 들어 경상도 출신들은 유전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 은인을 배신하고 선배와 동료들의 뒷통수를 쳐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무리들이니 절대 속을 비춰서는 안되며 배신당하기 전에 먼저 그 뒷통수를 쳐야 안전할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경우를 바꿨을 뿐 위에 거론한 사례와 거기서 유추하는 논리들이 현재 신안 섬노예 사건 그리고 호남과 호남 사람들 전체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입장을 조금만 바꿔서 바라보면 이렇게 말도 안되는 논리, 스스로도 인정할 수 없는 논리들을 그저 관행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섬노예 사건은 분명히 진상을 밝히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왜 호남과 호남 사람들 전체에 대한 증오와 조롱, 혐오와 저주로 이어져야 합니까? 인터넷을 뒤덮고 있는 저 반인륜적인 저주 발언들은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과 개선이 아니라 호남 자체에 대한 공격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명백합니다. 이 사건을 이렇게 악용하는 음모와 계획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그리고 각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감 있는 발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요즘 보면 오히려 여야 정치인들 모두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매우 위험한 불장난입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로서 모두가 건전한 이성과 책임감을 회복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적절한 언행을 보일 것을 촉구합니다.

호남 주민들 그리고 호남 출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지 마십시오. 민주당 국회의원들처럼 이 문제는 그냥 덮어두는 것이 상책이고 건드릴수록 커지기만 하는 괴물이니 그냥 쥐죽은 듯이 숨도 크게 내쉬지 않고 시간 가기만 기다리는 것이 유일한 생존책이라고 보십니까?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죄지은 사람들처럼 숨어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발언하지 않고 조직하지 않고 이리저리 도망치면서 살아보니 다들 살만하십니까? 호남에 남아있는 사람들, 앞으로도 호남 사람으로 살아야 할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습니까? 자식들에게 “너는 더러운 호남 피를 이어받았으니 앞으로 어떻게든 부모 고향 숨기고 살아라”고 유언이라도 남기실 겁니까?

이 문제는 더 이상 피한다고 피할 수 없으며 외면한다고 이 문제도 여러분을 외면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발언하십시오. 여러분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신안 섬노예 사건이 여러분 고향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부끄럽습니까? 그럼 부끄러워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그런 사건으로 인해 호남과 호남 출신들 전체가 부당하게 저주와 조롱을 당하는 이 현실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비겁하고 일시적인 안락을 위해 침묵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말합니다. 이 문제는 외면한다고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호적을 감춘다 해도 아마 당신의 자식과 손자마저도 찾아내서 호남 출신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호남인의 게토에 가두게 될지도 모릅니다. 망상과 오버라구요? 지금 저 무리들이 퍼트리는 메시지가 결국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분명히 이해하시면 그런 낙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실 겁니다.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입을 벌려 외치십시오. 이 부당한 폭력에 항의하실 것을 촉구합니다. 이 호소는 호남인을 향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호남인들과 결코 별개의 운명을 살 수 없는 모든 사람을 향한 호소이기도 합니다.

부탁합니다.

2014년 2월 16일
지역차별극복시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