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와 민주노총이 시험대에 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쌍용자동차가 청산 위기에 섰다. 매출액 2.5조~3.5조, 임직원 7천여 명(기능직 5천여 명), 협력업체 직원과 그 가족까지 합치면 최소 10~20만 명의 생계가 백척간두에 섰다. 많을 때는 6만 6천대에 이르던 수출 물량도 백척간두에 섰다. 쌍용차 노조와 민주노총은 어쩌면 더 엄중한 시험대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이 말을 듣고 쌍용차 노조와 민노총 관계자가 행여 정리해고 저지 투쟁 의지를 한번 더 다진다면 시험은 끝난 거다. 이런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쌍용차에 목을 걸고 있는 10~20만 명과 조합원 한번 되어 봤으면 하는 수백만 명과 고용 한번 되어 봤으면 하는 수 백만 명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쌍용차에 무슨 일이 생기건 민주노총은 일단은 건재하겠지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닌 수천만 명으로부터 상종 못할 집단이 되는 것이다. 조직폭력배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한국 노동조합 운동이 이렇듯 철저히 단기적이고 협소한 이익을 그것도 인질범과 같은 방식으로 추구한다면, 자본의 고용 확대 의지는 더 얼어붙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동조합 만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경영자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내가 노동조합운동의 시험대라고 하는 것은 기업과 금융을 다루는 수완의 시험대라는 것이다. 한국 노동조합 운동이 기업과 금융과 이명박 정부의 발 아래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과 밀고 당기며 미증유의 위기를 타개하는 수완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기업과 금융의 투자 의지, 고용 의지에 불을 싸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서구의 노동조합 운동의 안목을 배워라는 것이다.

자동차 공장은 차체공장, 도장(페인트칠)공장, 조립공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엔진공장이나 미션공장은 같은 울타리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자동차의 핵심은 엔진과 미션이고,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R&D 능력일지 모르지만, 자동차 공장의 핵심은 도장공장이다. 자동차 회사의 생산 용량(Capa)은 도장 공장이 결정한다. 차체 공정이나 조립 공정은 외주화 시키거나 모듈화시켜서 줄이거나 늘릴 수가 있다. 차체공장이나 조립공장은 금방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도장 공장은 금방 지을 수 없다.   

왜 도장 공장을 점거했나?

자동차 생산의 기본 공정은 차체공장에서 철판을 용접해서 도장공장으로 가져 온 후 수십 톤의 페인트가 가득 담긴 pool에 푹 담가서 전기를 흘려서 전착도장(일종의 도금이다)을 한다. 이런 공정을 몇 번 거치고 우리가 보는 광택이 나는 붉은 칠, 흔칠, 검은색 칠 등은 도장 공장 내에 있는 도장 부스에서 로봇과 사람이 달라 붙어서 한다. 도장 공장이 불에 타면 자동차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아니 도장 공장이 폭발하면 반경 1~2km가 불바다가 된다고 한다. 도장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도장공장이 폭발하는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니 그 폭발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 자동차 공장 전체가 불바다가 되고, 최소 1~2년은 자동차 생산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쯤 되면 자동차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쌍용차 노조는 도장 공장을 점거한 것이다. 이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한 진압은 불가능하다. 자칫 인명손실도 용산참사의 수십 배가 되겠지만, 설사 인명 손실이 없다 하더라도 도장 공장이 불타면 쌍용차에 붙어 먹고 사는 사람 10~20만 명의 밥줄이 확실히 끊어지게 되어 있다. 투쟁 전술로서는 더 없이 좋지만, 그 명분이 떨어지면 한국 역사상 최악의 인질극을 자행하는 격이다. 과연 최악의 인질극인지 억울한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최후 수단인지 한번 따져보자. 

쌍용차는 대단한 기업이다. 그리고 서글픈 기업이다.

내가 알기론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회사가 쌍용차다. 쌍용차의 전신은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 제작소니까.  그 이후 주인과 상호가 몇 번 바뀌다가 1986년에 쌍용그룹이 인수를 했고, 1988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1997년 쌍용차로 인해 생긴 부채로 신음하던 쌍용그룹은 견디다 못해 1997년 말에 대우그룹에 넘겼다. 부채의 상당부분을 쌍용그룹이 떠안고, 일부는 탕감하고, 채권단은 협조융자 3천억 원까지 해주면서…… 대우그룹에 거저 넘겼다. 그래서 쌍용차는 1998년에는 대우그룹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대우그룹은 인수하자 마자 갑자기 튀어나온 6천억 원이 넘는 우발채무에 비명을 질렀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쨌든 쌍용차 기술연구소 직원들은 1999년 대우 부평기술연구소로 전보되어 왔다.(그 때 부평기술연구소에 과장으로 있던 나는 잠깐 그들과 같이 일했다. 기업문화가 대우 보다 좋은 것처럼 보였다.) 1999년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2000년에는 다시 계열 분리되어 채권단 관리하에 있었다. 2001~2년 채권단과 GM이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을 할 때 처음에는 독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여 쌍용차를 끼워 팔려고 무진 노력하였으나 GM이 한사코 거부하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쌍용차가 의외로 잘 팔리자 채권단도 ‘웬 떡이냐’ 하며 끼워 팔기를 포기하였다. 그러다가 2004년에 상하이차가 상용차를 인수하게 된 것이다. 

판매 대수를 보면 상용차의 전성기는 2001년~7년이었다.

2002년 상용차는 내수 14만8천대, 수출 1만2천대 도합 16만대를 팔아서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였다. 그 때가 내수에 있어서는 쌍용차의 전승기였다. 이후 내수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에는 6만1천대, 2008년에는 3만9천대를 팔았다. 한편 2004년부터 수출이 본격 추진되었다. 수출 물량은 2003년 1만5천대에서 2004년 3만3천대, 2005년 6만6천대, 2006년 6만대, 2007년 6만4천대, 2008년 4만3천대였다.  2006년부터는 수출이 내수보다 많게 되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사실 쌍용자동차는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이나 금융인들의 비관적 전망을 번번히 무색하게 했다. 예상 못한 여러가지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쌍용자동차 내수-수출 추이>                                     (단위: 만대)

 수출지역을 보면 서유럽 수출은 2005년 4만1천대를 피크로 2008년 4천대로 급감했다. 환경 규제=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EURO 5 규제)를 쌍용차가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환경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기타 지역 수출은 계속 증가 일로에 있다. 2004년 1만3천대에서 2005년 2만4천대, 2006년 2만2천대, 2007년 3만7천대, 2008년 3만9천대로 증가하였다. 2008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대폭 위축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쌍용차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쌍용차는 내년부터는 EURO 5 규제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또 하나의 희망의 빛이 아닐 수 없다.  

<쌍용자동차 유럽-기타 지역 수출 추이> (단위: 만대)

 

쌍용차 처절한 고난의 행운 대열에 들어서다.

쌍용차의 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유동성 위기지만 실제로는 미래의 암울한 전망의 위기이다.
그 동안 쌍용차가 국내에서 선전한 요인은 뛰어난 스타일링도 있지만, 유가, 세제, 경쟁 환경이 협조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주력(체어맨을 주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은 대부분 디젤(경유)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디젤엔진은 주로 트럭, 버스 같은 상용차에 장착되었다. 정부는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가솔린 보다 훨씬 낮은 세금을 매겼다. 그런데 세금 구조를 그렇게 가져간다면 유럽산 디젤 승용차가 한국 시장을 휩쓸어 버릴 수 밖에 없다. 유럽은 한국과 달리 경유와 가솔린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디젤엔진의 연비가 좋다 보니 유럽은 디젤 승용차가 절반이 넘는다. 한국이 유럽에 연간 수십만 대의 차를 수출하는 만큼 유럽 역시 한국에 자동차를 팔 권리가 있다. 그래서 경유에 붙는 세금을 가솔린과 같이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2002년 이후 경유 세금을 점진적으로 올리면서 2008~9년 시점에서는 경유 가격이 가솔린 보다 더 높아져 버린 것이다.

이는 쌍용차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었다. 취득세, 등록세 등 자동차 세제 관련 유리한 점도 사라졌다. 게다가 이전에는 SUV(무쏘, 렉스턴, 액티온 등)차량을 출시하지 않았던 GM대우와 르노삼성도 SUV를 출시했다. 이 차들을 포함해서 현대, 기아차 역시 차체 구조상 쌍용차 보다 나은 SUV차량을 출시했다.  쌍용차는 차체가 프레임 타입인데 GM대우, 르노삼성, 현대, 기아는 모노코크 형이기 때문이다. (모노코크형은 프레임 타입에 비해 더 가볍고, 충격 흡수력이 뛰어나다) 쌍용차의 모노코크형 차체의 신형 SUV(C200)는 개발비가 정상적으로 집행되어도 2010년 경에야 나온다. 이 역시 쌍용차의 규모의 한계로 인해 차량 개발비가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가 늦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엔진 역시 개발비의 한계로 인해 아무래도 구형 모델을 오래 쓸 수 밖에 없다. EURO 5 규제에 늦게 대응한 것도 역시 개발비의 한계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쌍용차 회사 규모가 너무 작다 보니 개발비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같이 관세 장벽이 매우 높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대중용 차를 생산하는 회사 중에서 쌍용차 같은 규모는 내가 알기로는 없다.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를 만드는 회사는 대중용차 생산업체가 아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쌍용차의 중장기적 생존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이는 10년 전에도 상식이었고 지금도 상식이다. 그래서 대우자동차에 넘겼고, GM에 넘기려 했고, 2004년에는 여러모로 궁합이 꽤 잘 맞을 것 같은 상하이차에 넘겼던 것이다. 이는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 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적절한 임자를 찾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하고,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그 임자가 다시 상하이차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상하이차를 쌍용차를 이 지경으로 만든 원흉으로 생각하고 치를 떠는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 까무러칠 일이지만……

정말 쌍용차는 사실 처절한 '고난의 행군' 대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지간한 기업 같으면 미래 전망이 이 정도로 암울하면 청산이지만, 쌍용차는 (미래 전망이 밝아서가 아니라) 워낙 딸린 식구들이 많아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 정도라도 봐 주는 것이다. 민간 은행들은 쌍용차에 절대로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미지급 임금을 담보로 한 대출??  자는 소도 웃을 일이다. 박영태 관리인이 손석희의 시선 집중(6월 30일 방송)에서 나와 얘기 한대로 담보가치가 확실한 부동산 조차 잡아주지 않는 실정인데…… 쌍용차 노조는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정부가 상하이차에 판 책임을 지라고? 상하이 차에 안팔았으면 2009년이 아니라 2006~7년 경에 고난의 행군 대열에 들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가 부족해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2004년 이후 기타 지역 수출 차량이 늘어난 것은 상하이차의 수완과 무관해 뵈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처럼 처절한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묻는다면 노조의 책임도 그 누구 못지 않게 클 것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노조의 힘이 얼마나 큰 지는 자동차 회사를 안 다녀본 사람은 잘 모를 것이다. 자동차 밥을 꽤 먹어 본 사람으로서 추측하는데 노조는 상하이차가 경영 의지를 상실하는데 엄청난 책임이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현장직 노동자들의 국제적인 처우 하나만 봐도 유추할 수가 있다. (물론 기여에 비해 가져가는 돈(몫)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표는 현대자동차 국내외 사업장별 임금수준이다. 쌍용차야 현대차 보다는 분명히 낮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이 낮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한 빈민촌의 바다에 드문드문 우뚝 솟은 대부호의 저택

 GDP대비 임금 수준 비교표를 보면 왜 한국에서 대기업 구조조정=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너(수만~수십만명의 모든 이해관계자) 죽고 나 죽자'는 식의 투쟁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기업, 중소기업, 원청, 하청, 공공부문, 민간부문의 근로조건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만약 미국 노동자가 앨러배마 공장에서  해고 된다 하더라도 그리 큰 충격 없이 비슷한 근로조건으로 다른 기업, 산업으로 흡수 될 수 있다. 연봉이 GDP의 1배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 같으면 이는 연봉 2천만원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해고를 고분고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현장직의 경우 대기업, 공기업을 나와서 비슷한 근로조건(GDP의 2~3배)으로 일할 곳이 거의 없다. 관리자, 임원 눈치 보지 않고, 헛소리 하는 관리자, 임원 책상 막 뒤집고, 하고 싶은 말 꺼리낌없이 뱉으면서 다닐 만한 회사는 정말 자동차 회사 외에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도장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정리해고 대상자들에 대해 협력업체 취업 알선해 주겠다는 소리가 헛소리 인 것이다. 지금 도장공장을 점거하여 10~20만명의 생존을 인질로 잡고 정부를 굴복시켜 공적자금을 받아내겠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자동차 회사 협력업체에 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성실하게 일하던 사람조차도 현격하게 낮아지는 근로조건에 적응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전세계적인 경제, 금융 위기로 인해 GM 등 유수의 자동차 회사가 공장 폐쇄, 정리해고,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을 하지만, 2000년~2001년의 대우자동차와 2009년의 쌍용자동차에서 목도하는 결사항전은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격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 공기업의 근로조건은 거대한 빈민촌의 바다에 섬처럼 드문드문 우뚝 솟아있는 대부호의 저택이다.
그러므로 대기업, 공기업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노동자는 몇 년에 걸쳐 정문 앞 농성을 할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당연히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KTX 같은 '좋은 곳'의 고용확대는 지극히 어렵다.  GM같은 거대 기업조차 파산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늘어난 환경에서는 아무리 탄탄한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고용임금 유연성도 거의 없고, 하는 일에 비해 매우 높은 처우를 누리는 ‘생산직 노동’을 늘리는 것을 한사코 꺼릴 수밖에 없다. 한국 같은 노동 환경에서는 그 어떤 대기업도 생산직 증원이 필요하면 임시. 일용직을 뽑거나 외주화시켜려 할 것이다.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대기업 종사자 비율이 유달리 낮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 나마 이 비율도 계속 줄어간다. 1993년 10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전체 근로자의 12.4%였으나 2006년 현재는 5.7%로 줄었다. 500~999인은 4.8%에서 3.7%로, 300~499인은 3.8%에서 3.0%로 줄었다. 대기업은 20대 청년 인력 고용을 회피하므로 서 대기업 생산직의 평균연령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쌍용차에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 형태로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하지만 채권 은행 입장이나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쌍용차가 하는 구조조정(비용구조개선)은 기본이다. 이것을 한다고 해서 살아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이런 것도 안한다면 살아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쌍용차 노조는 지금도 힘이 있고, 앞으로도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런 힘있는 노조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을 보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제 스무살이 다 된 민주노총도 쌍용차 노조 수준과 차이가 없는 것 같아 더 놀랍고 통탄스럽다.

문제는 투자, 인수 의지

자동차 회사는 노조에 관한 한 천혜의 환경이다. 차체-도장-조립 라인만 합치면 대충 5km는 되니, 그 중 100m만 잡으면 모든 공장이 서고, 모든 협력업체가 서 버리니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쌍용차 노조는 이번에 타격을 받는다 할지라도 여전히 엄청나게 강한 노조로 남을 수 밖에 없다. 회사를 가동할 자금이 땡전 한푼 없는 지금도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쌍용차가 살려면 돈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단결투쟁, 파업투쟁으로 안된다. 쌍용차를 인수하고 싶은 회사는 중국기업일 수도 있고, 인도나 러시아 기업일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이면 좋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차 회사를 가져보지 않은 재벌 그룹 일 것이다. 이들의 노조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는 쌍용차 노조가 도장공장을 점거해서 법정 관리인은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쌍용차 관리직은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사합의서에 정리해고 철회한다는 문귀를 박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관리인을 꺾으면 뭐하나, 당장 공장을 가동하려면 은행이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이런 무서운 노조가 있는 회사에 돈을 빌려 줄 은행은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쌍용차 노조가 도장공장 점거투쟁에서 승리하면, 그 날로 쌍용차는 확실히 망하는 것이다.

과거에 은행에 공적자금을 넣었던 것은 애먼 피해자(예금자)를 살리고, 도미노 식으로 퍼져나갈 신용공황을 잠재우고, 또 회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그 때도 은행 직원의 40% 가량이 잘려나갔다) 그런데 지금 쌍용차는 은행 파산과 달리 그 이해관계자만 작살이 날 뿐이다. 신용공황이 생기지 않는다. GM이 국유화 된 것도 은행 파산과 비슷한 파괴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GM 국유화는 그 경쟁회사들 조차 환영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GM 협력업체와 관련 은행들을 경쟁회사들도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GM파산의 파괴력의 1/100도 안될 것이다. 쌍용차를 공기업화 하면 쌍용차와 경쟁하는 GM대우,르노삼성,현대,기아가 반발할 것이다.

지금 쌍용차 구조조정이 가혹한 것은 기본적으로 얼마나 길어질지 알 수 없는 '고난의 행군'에 대한 포석이다. 어쨌든 쌍용차의 비용구조가 좋고, 노조와 임직원의 마인드가 좋으면 돈 빌릴 때도 좋고, 새로운 인수 의향자를 찾기도 좋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노조가 정말로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보여야 할 때다. 노조가 말이 통하지 않는 무서운 존재로 비치면 절대로 안되는 상황이다.
   
제발 민주노총은 이젠 정리해고를 포함한 고용임금 조정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저항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봐가면서 유연하게 싸워라는 것이다. 개방된 자유시장경제를 취하면서 고용.임금 조정을 지극히 어렵게 하면, 겁먹은 기업이 국내 고용 자체를 극도로 꺼리면서 결국 청년세대, 미래세대, 비기득권 노동에게 정말 개 같은 세상을 선사하는 것이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근로조건 격차는 날로 늘어나고, 대기업 고용 비중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기득권을 거머쥔 생산 현장은 급속도로 고령화 되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은 폭증하고, 노조 조직률은 결코 늘어나지 않는 그런 세상 말이다.  노조는 대기업, 공기업 직원만이 누리는 특권의 상징이 되는 그런 세상 말이다.  바로 지금 한국 말이다. 정리해고를 포함한 구조조정을 대하는 민주노총의 태도를 보면 북한 문제를 대하는, (평생을 멸공통일을 위해 살아온) 수구 꼴통들과 어떻게 그리 닮았는지!!!

잃을게 별로 없는 산업은행
 

채권단(산업은행)과 관리인이 저지른 떡수를 보면 욕이 절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조와 민노총의 행동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산업은행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가 걱정이다. 산업은행이 돈 되는 담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망해도 손해 볼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때 한국의 대표 벤처 기업인인 메디슨의 회장 이민화의 절규를 잊을 수가 없다.  메디슨 부도 직후 '월간중앙'(2002년 3월)과의 인터뷰에서 이민화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한 경영에서 얻은 교훈은 분명하다. 차입경영을 하지 말라. 주거래은행에 절대 담보를 주지 말라. 주거래은행을 선택할 때는 기업금융에 노하우가 풍부한 은행을 선택하라.…… (부도가 나고) 정말 황당하고 억울했다. 어떻게 주거래은행이 그럴 수 있는가?” “(어음 40억 원어치를 돌발사태로 막지 못한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안 도와 준 이유는 간단하다고 본다. 이미 담보를 100%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 증자대금 200억 원이 들어오는 만큼 리스크가 없다고 설득했지만, 안 먹혔다.…… 지난해 메디슨에 들어온 매각대금이 1,000억 원이 넘었다. 그런데 그 기간 중 제1금융권이 회수해 간 것이 1,000억 원이 넘는다.…… 우리가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주채권은행을 비롯한 제1금융권에서 전부 회수해 가 버린 것이다. 숨통을 틔워 주지 않았다.”

단기유동성 위기만 넘기면 충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지라도, 자신의 선순위채권만 회수할 수 있다면 거위를 죽여 헐값이 된 고기를 파는 쪽을 택하는 것이 한국 은행의 일반적인 행태인데, 이로부터 산업은행이 얼마나 자유로울까?? 정말 걱정스럽다. 

메디슨은 당시 은행만 좀 현명했더라면, 과거 정주영과 김우중이 쓴 신화를 재연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1980년대 탄생한 독립 기업으로서 아마 최초로 재벌 반열에 들어서서 한국 벤처중소기업의 우상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랬다면 한국 사회가 지금 보다도 훨씬 도전의지가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2000년 전후한 시기에 대우자동차를 살리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봤는데-그 때 느낀 점을 정리한 책이 내 최초의 책인 '대우자동차 하나 못 살리는 나라'이다- 은행들도 관료들도 의외로 공공 마인드가 없었다. 교수나 노조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여간 지금은 정말로 유능한 의사(관리자)와 보조자(은행)가 필요한 상황인데, 의사도, 보조자도
하는 것을 보니 여간 걱정스럽지가 않다. 

쌍용에 대한 비관적 전망의 역사는 정말로 오래되었지만 쌍용 사람들은 끊임없이 예상을 뒤엎었다. 나는 쌍용이 출시하는 차를 보면서 감탄스러워 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운이 좋았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년 전에 내가 언뜻 봤던 기업문화의 소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여간 작지만 정말 훌륭한 기업 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기타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수출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래서 지금의 미증유의 위기를 넘기고, 몇개의 차종을 성공시키면, 2010년대 중반 쯤에는 쌍용이 세계 자동차 M&A 시장의 주도자(인수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인구 대국에는 여전히 그런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쌍용의 저력을 믿는다. 쌍용의 행운을 빈다. -끝-
http://www.goodpol.net/inquiry/statistics.board/entry/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