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이 시가 인용되는 것을 요즘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한 때는 '대한민국 국민 시'라고 할만큼 많이 인용되었던 시. 이 시에 대한 인용의 빈도수가 적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인용되는 것을 보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슬퍼하거나 노할 일이 없을만큼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 이유일까?


그 것도 아니라면 슬퍼하거나 노해봐야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체념을 넘어 달관의 경지에 이른 이유일까?



어느 쪽이든, 이 시는 한 때 이 땅의 민초들에게 '삶의 팍팍함'을 달래주었다.



이 시의 주인공은 바로 푸시킨. 푸시킨의 모계는 흑인이었고 '러시아 국민 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 시인'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 시인'이라는 호칭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당시 러시아의 사회 상황... 그리고 비록 모계 쪽이지만 푸시킨의 외조부는 러시아 표드르 대제를 섬긴 아비시니아 흑인 귀족이었기 때문이다. 처한 환경이 어떻든 푸시킨은 자신의 몸 속에 '에디오피아 흑인의 피가 흐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하니 푸시킨의 문학적 감성은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보다는 '팍팍한 민초들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전제정치와 농노 제도에 대한 비판을 작품을 통해 했고 그 때문에 남러시아에서 추방되었고 그 직후 당시 소문난 미녀였던 나탈리야 곤차로바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혼은 그가 37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왜냐하면, 표드르 황제는 푸시킨을 관직에 등용했는데 그 속셈이 바로 푸시킨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고 이 소문은 그의 반역정신을 적대시하는 귀족들이 퍼뜨린 것이며 그 결과 푸시킨은 바람을 피운다고 지목한 프랑스인 귀족과 결투를 할 수 밖에 없었으며 그 결과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푸시킨은 표드르 황제와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을 별로 개의치 않았다고 하는데 '사랑'을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믿는 이유는 결투에 나가면서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쓴 편지에서 이렇게 술회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재능을 가지고 러시아에서 태어난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




푸시킨의 저 발언은 한국이 탄생시킨 위대한 피겨 선수 김연아에 대한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피겨 불모지인 김연아의 대한민국에서의 탄생은 신의 실수이다"




그리고.................. 안현수.


안현수가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는 과정을 반추해보면 안현수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을 것이다. 파벌의 천국, 편가르기의 달인이 득실한 대한민국에서 안현수가 당한 행위는 차라리 폭력이리라.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빙상연맹의 부조리'를 거론했을까? 안현수가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과정에서 특이한 것이 발견된다.



일단 안현수는 2010년 4월에 치러질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갑자기 국가대표 선발전 연기를 발표하여 훈련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안현수는 2010년 5월 기초군사훈련을 이수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발전 연기 결정이 안현수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또한 국가대표 선발전을 쇼트트랙에서는 드문 타임레이스 방식으로 치르기로 하여 경기방식도 그에게 불리하게 바꾼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결국, 2010년 9월 타임레이스 방식으로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여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시즌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은 다시 4월에 치를 것이라고 하여, 그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하였다. 그러나 성남시는 무상급식으로 인한 재정 부족을 이유로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을 해체하기로 결정하여 안현수는 소속팀 없이 훈련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었다. 2011년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5위를 하여, 4위까지 주어진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은 "직장운동부 1명이면 가난한 아이 3명을 도울 수 있다. 나는 인권변호사 출신이라 이런 데 돈 못 쓴다"라고 하면서 무상급식 실행으로 인한 예산 부족 때문에 체육팀을 해체하여 선수와 감독들이 실업자가 되자 안현수는 러시아 행을 결심한다.
(출처는 여기를 클릭)



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을 접하면 왜 이 항목이 겹쳐 떠올려질까? 


바로 산소의 존재를 발견한 프랑스 화학자 라부아지에. 질량보존의 법칙으로 유명한 이 라부아지에는 연소 반응 시에 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원소라는 것을 정의하였다. 그런데 이 라부아지에는 부패혐의로 단두대에 올라가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그 당시의 상황은 과학도라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충분할 것이다.

라부아지에 : 실험하던 것이 있는데 2주면 충분하니까 사형을 2주만 연기시켜 주시오


프랑스 혁명 당시의 재판장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은 '야만 그 자체'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러시아에 동계올림픽 최초의 쇼트트랙 메달을 선사한 안현수. 그깟 메달이 무어 그리 중요할까? 단지 '운동을 계속 하고 싶다'는 안현수. 동계올림픽 금메달 3개를 수상하였으며 세계선수권 5연패를 차지하여 한국 쇼트트랙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선수(중 한 명)로 손꼽히는 안현수가 비리로 얼룩지고 개념없는 정치인 때문에 운동을 못하게 되었을 때 안현수의 심정은 푸시킨과 같지 않았을까?



"내가 이 재능으로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



아이쉬타인이 한국에 태어났으면 '수학선생님도 못되었을 것'이라는 블랙 유머를 뒤로하고 안현수의 러시아 국적 변경에 따른 인터넷들의 댓글들을 보면 가관도 아니다. 물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현수의 국적 변경에 대하여 쿨하게 대응하는 네티즌들이 다수이고 나아가 '이제 우리 언론도 안현수가 아니라 빅토르 안'이라고 명기하는 것이 맞다'...라고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있다는 것인데 이 빌어먹을 매국노 드립.



재미있는 것은 이 매국노 드립이 박지성의 축구 국가대표 차출 거부 때도 횡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지성의 대표 차출 거부에서 막상 욕을 먹어야할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홍명보 국가감독이다. 이미 무릎 때문에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을 굳이 국가대표에 합류시켜야 한다면 언론에 먼저 터뜨리기 보다는 박지성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순서 아닌가? 홍명보의 언론플레이 놀이를 지켜보면 구역질이 다 난다. 그리고 박지성을 거론하는 이유는 바로 박주영을 어떻게든 합류시키려는 꼼수의 발동이라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맞다'라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전술적으로 박주영을 합류시키려는 홍명보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다. 손흥민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쓰기보다는 박주영이 원톱 스트라이커로 쓰는 것이 축구 전략적으로 이점이 많다...라는 것은 박주영을 혐오하는 것이 분명한 블로거들 중에서도 개인 감정의 차원을 떠나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선전하기를 기대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분석한 글들에 의하면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축구 전술에 대하여는 문외한이지만 그 분석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안현수는 물론 박지성에게 '매국노 드립'을 하는 네티즌들의 '정체'이다. 몇 명의 닉을 추적해본 결과 '역시'라는 결론을 얻었다. 바로 일베충이라는 것이다. 뭐, 그 '역시'라는 결론이 일반화의 오류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체에 관계없이 이 지긋지긋한 애국심 드립.



내가 민족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애국심 따위는 똥개에게 던져주라'라고 비난하는 이유이다. 소중히 다루어져야할 민족주의 그리고 애국심조차도 한국에서는 '내가 하면 착한 애국심, 너가 하면 매국심'이라는 이중잣대로 활용되는 현실이 짜증이 난다.



위대한 문학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반동적이라는 이유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푸시킨... 그리고 대단한 결과를 낳았음에도 '단지 운동하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희망마저도 비리와 파벌로 좌절시키는 대한민국.



당시 러시아의 꼬진 사회와 대한민국의 꼬진 사회상이 비록 시대는 다르지만 '난형난제'라는 점에서, 꼬진 대한민국에서 또 다른 꼬진 러시아로 국적을 옮긴 안현수가 두번의 좌절은 겪지 않길, 빈다.



덧글1) 현재 빙상연맹 부회장은 이건희의 사위여서 안현수 러시아 국적 변경에 따른 비난에서 삼성이 같이 욕을 먹는데 현재의 빙상연맹 부회장과 안현수 러시아 국적 변경 건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덧글2) 안현수가 빅토르 안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러시아에서 명성을 떨친 우크라니아-고려인 혼혈 록가수 빅토르 초이처럼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빅토르 안(러시아어: Виктор Ан)으로 개명하였다고 한다."(위키 인용)......라는 문구를 접하면서 안현수에 대한... 애처러움이 더욱 짙게 느껴진다. 뭐, 안현수에 대해 애처러움을 느낄만한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백이숙제는 "以暴易暴"를 남겼고 한그루는 "以"를 남기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