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H1N1 독감 백신에 대한 우울한 소식

어제(7/22) 영국 언론에서 신종 H1N1 독감 백신에 대한 기사(링크) 가 올라왔습니다. 내용인즉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라는 제약회사가 빠르면 9월부터 신종 H1N1 독감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는 거죠. 그것도 현재 16개국과 거의 2억명 분량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과 더불어 이 신종 독감 치료제인 리렌자의 생산량도 3배로 증가시킬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현재까지 전세계를 통털어 700명의 사망자와 영국만 놓고 보자면 31명이 죽어나간 신종 H1N1 독감에 좋은 소식이기는 합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정부 입장에서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소식이죠. 아니 이런 좋은 소식이 있는데 제목이 왜 '우울한 소식' 이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분명히 계시겠네요.

이 기사의 맨 마지막 문단을 보시기 바랍니다.

"위티씨에 따르면, 백신 생산 속도는 백신 개발 속도에 좌우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몇주 안으로 발표될 것이다." ("Mr Witty said the speed that the vaccine could be produced would depend on the development process - a detail that the firm will discover in the next few weeks." - 가정법의 압박...-.-;;)

영국 언론을 장식한 저 기사는 시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부분만 보게끔 현혹하고, 정작 중요한 사안, 즉 저런 장미빛 백신 생산 약속은 백신개발 과정에 따라 얼마든지 늦춰질 수 있고 지연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전달해 주고 있지 못하고 있죠.

그럼 현재 백신 개발 과정은 어떤 상태인지 살펴보기로 하죠.

헬렌 블랜스웰(Helen Branswell)이라고 캐나다의 유명한 의학전문기자가 있습니다. 이 양반이 그저께(7/21) The Canadian Press지에 쓴 기사(링크) 에 따르면 신종 H1N1 바이러스의 경우 기존의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에 비해 달걀(바이러스는 유정란에서 배양하죠)에서 자라는 속도가 50%~75% 정도 느리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질병예방센터(CDC)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결과들은 신통치가 않은 상태라고 하고요. 미국 질병예방센터에서는 현재의 문제점들이 얼마나 백신 생산에 영향을 줄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라는 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I think it is possible we won't have a better yielding vi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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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란을 이용한 독감 백신 설비 (사진 출처: 뉴스핌)

이미 미국의 몇몇 바이러스 전문 연구자들이 5월 경에 이런 상황들에 대한 예상 포스팅을 했었죠. 간단히 소개를 해 보자면...

A Vaccine Reality Check(링크) 에 따르면 백신의 생산과 시민접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신종 H1N1 바이러스가 여름이나 가을경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이미 제조된 백신이 소용없어질 경우
2) 바이러스가 증식용 유정란에서 잘 배양이 안되는 경우 - 백신 생산에 필요한 항원(antigen)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3) 동물 실험과 인체 실험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
4) 일반적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용량인 15 mcg로 부족할 경우 - 한달 간격으로 2방 이상 접종이 필요할 경우 전체 가용 백신의 양은 대폭 삭감된다.
5) 짧은 기간동안 수십억 인구에게 백신주사를 놔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 - 특히나 한달 간격으로 2방씩 맞아야 될 경우 어려움은 두배로 증가한다.
6) 백신 생산국과 저개발국 사이에 백신 분배를 높고 벌어질 외교적 갈등

이중에서 2)번, 즉 신종 H1N1 바이러스가 증식용 유정란에서 배양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진 겁니다. 제가 최초 소개한 영국의 기사들에 나온 백신 생산량은 아마도 인류가 기대할 수 있는 이론상의 최대 생산량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다양한 난관이 백신 개발과 생산 그리고 접종에 어려움을 더해줄지....

그나마 우리나라의 경우 자체 독감백신 생산시설(링크) 이 있어 최소한 6)번의 외교적 갈등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전 세계에 이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겨우 11개국이니까요. 이 생산설비를 갖춘 녹십자는 사실 1995년 이미 기술 개발은 끝내 놓고 있었는데 자금이 부족해서 공장착공을 못하고 있다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162억의 정부지원금에 힘 입어 공장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고 올해 3월 전남 화순에 독감백신 생산공장을 완공할 수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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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블로거가 '노무현은 정말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었나 (링크)' 라는 글을 통해서 노무현 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오히려 고달프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죠. 뭐... 거창한 개발사업이나 자신의 집값을 올려줄 뉴타운같은 눈에 띄는 업적은 없었을지 모르겠지만 저런 자체 독감백신 생산공장 건설을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한 건, 이런 국제적인 전염병의 창궐 시기에 국가 이기주의가 판을 칠 외교마당에서 타국에게 아쉬운 소리하지 않고도 우리 서민들을 보호할 수 있게 한 적절한 정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정책들은 실행해 봐야 당시에는 국민들에게 인기있을 내용은 아니지만 국가 백년대계에 꼭 필요한 정책이었죠. 이런 위기의 시기에만 빛을 발한다는 점이 좀 그렇지만... 지나고 보니 더 그립고 그리고 그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대통령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