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왜 백령도 해병대에 천안함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을까


해군은 천안함 사고 직후, 해경구조대를 1시간여 기다리는 동안 10분 지척에 있는 백령도 해병 6여단 수색대에는 공식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백령도 해병부대에는 해군 UDT와 비슷한 특수부대인 수색대 조직이 따로 있으며, 이들은 전투훈련 때엔 수중 침투로 기뢰의 설치, 해체, 탐색 등을 주 임무로 하지만, 평시엔 수중에서 민간 어선의 선체 수리작업, 해상 어민 구조작업을 한다고 한다. 특히 이번 천안함 생존자 구조에 큰 공을 세운 고속단정도 2대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주간동아 No.731 2010.4.13 참조)

천안함이 사고(침몰)가 난 지점은 백령도 해안에서 남쪽으로 1마일(1.8km) 지점으로 해병 수색대가 구조 요청을 받았으면 현장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1.8km는 고속단정으로 1분 30초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 구조준비시간을 감안하더라도 구조요청 후 10분이면 구조를 시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해군은 백령도 해병대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을까? 일부러? 아니다. 절대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천안함 사고의 전후 과정을 다시 살펴보자.

3월 26일 밤에 천안함에는 두 가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9시 22분에 천안함이 두 동강난 것은 정부(해군, 국방부)도 인정하고 국민들도 모두 알고 있다. 문제는 절단 사고 전, 9시 15분 천안함에 발생한 긴급상황이다. 해군과 국방부는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해경의 첫 발표는 9시 15분 긴급상황이 발생했음을 암시한다.

일단 해경의 첫 발표를 근거로 9시 15분 백령도(및 대청도) 앞바다의 상황을 알아보자.

해경은 9시 15분에 해군으로부터 천안함의 구조 요청을 받는다. 해군으로부터 받은 천안함의 위치는 위도 37도50분, 경도 124도 36분이다. 백령도로부터 남쪽으로 10km 이상 떨어진 곳이고 대청도의 서쪽이다. 천안함이 절단 사고(침몰)가 난 위치(위도 37도55분, 경도 124도 37분)에서 남쪽으로 9km 지점이다. * 참고 : 위도 1도는 111km이고, 60분은 1도로 111km*5도/60도 = 약 9km

이 때(9시 15분)에 이번 구조작업에 참여한 각 함정들의 위치를 살펴보면,


   함정                   위치                      천안함과의 거리

해경1002함       대청도 남서쪽 8~10km          남쪽으로 6~8km 이내

해경 501함       대청도 동쪽 3km 정도           동쪽으로 10km 정도

고속정(4척)       대청도 동쪽 1km 정도           동쪽으로 8km 정도

속초함            대청도 남쪽 5km 정도           남동쪽으로 7~9km

관공선(인천227)   백령도 동쪽 1km 이내           동쪽으로 약 10km

* 이 표는 한겨레21(제805호, 2010.4.12)의 P20에 나와 있는 <국방부가 발표한 천안함 침몰 사건 개요>를 바탕으로 필자가 추산한 것임.


9시15분, 천안함에 긴급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디에다 구조 요청을 해야 할까? 당연히 해경에 먼저 해야 할 것이다. 천안함에 가장 근접해 있었던 것은 해경 1002함과 해경 501함, 고속정 4척임으로 초기 해군이 해경에 구조 요청을 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문제는 그 뒤에 발생한다. 천암함이 9시15분에 위치했던 자리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그대로 있었다면 해경 구조대는 20~30분 이내 도착하고 104명의 승조원 모두를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천안함은 9시 22분에 발생했던 절단 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일단 피항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백령도 쪽으로 향한다. 바로 인근의 대청도에는 1,200톤의 초계함이 접안할 시설이 없기 때문에 백령도 해병대 접안 시설이 있는 항으로 갈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한다.

피항을 위해 무리하게 전속력으로 백령도 쪽으로 향하던 천안함은 불행하게도 높은 파고와 너울, 급한 조류로 인해 균열과 침수가 더욱 심해져 백령도 해안 1.8km 지점에서 용골이 절단나는 비극을 맞았다.

9시22분 절단 사고가 났지만, 해군은 코 앞의 해병대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왜? 이미 해경에 9시 15분에 구조 요청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9시 15분 이후 해경과 계속 천안함의 이동경로를 주고 받으며 실질적 구조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병대에 구조 요청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해군이 해병대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고의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9시 22분 천안함 절단 사고가 난 시점에는 곧바로 백령도 해병대에 구조 요청을 했더라면 함미의 실종자 중 일부는 구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해군이 해병대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한 사정이 사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해군과 국방부가 왜 9시 15분의 천안함 긴급상황 발생을 극구 부인하고, 9시 22분 절단 사고가 난 점만 강조하는지를 알겠는가?

해군이 해병대에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전후 사정을 보더라도 천안함 사고는 노후화된 선체가 균열과 침수가 시작되면서 급한 조류와 높은 파고와 너울로 결국 피로 파괴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천암함 사고의 전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

7분간의 미스테리-천안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 최근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만으로 절단된 것이 아니라, 함수의 뱃머리도 분리되어 3 부분으로 절단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들을 보면, 침몰 직전의 함수에 보이는 천안함의 No.(772), 함수의 앞 부분이 절단 된 듯 반듯한 점, 마지막으로 침몰했다고 보여준 함수가 실제는 함수의 머리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천안함이 3 부분으로 절단(분리)되었다면, 선체의 노후화로 균열과 침수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리고 KBS가 보도한 대로 고 한주호 준위가 수색한 것은 함수가 아니라 제3의 지점, 즉 뱃머리가 침몰한 곳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