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깜빡이 --- 진화론을 위하여
 
이덕하님은 얼마전에 <진화 심리학 vs. 마르크스주의: 「Darwin, Materialism and Evolution(Alex Callinicos)」 비판> 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강조는 인용자) 

우주의 기원까지 자연 선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

John Brockman이 편집한 『Intelligent Thought: Science Versus the Intelligent Design Movement』에 Lee Smolin의 「Darwinism All the Way Down」이 실려 있다. 그 글에서는 우리 우주가 자연 선택의 산물이라는 가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우주에는 수 많은 블랙홀(black hole)들이 생기고 그 블랙홀 하나가 우주가 되어서 그 우주에서 또 다시 수 많은 블랙홀들이 생기는 식으로 되풀이되면서 자연 선택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Dennett의 이야기가 Smolin의 이야기와 얼마나 비슷한지 모르겠다. 어쨌든 Smolin의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 같다. 
 
저는 기본적으로 
<결국 모든 것이 진화론적으로 설명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덕하님도 이런 생각일 꺼라고 생각했는데 뭐… 저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습니다.ㅎㅎㅎ)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스몰린의 가설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연속 요소와 평행 요소를 모두 포함시켜 다윈주의를 약간 변형한 다중우주론을 발전시켜왔다. [우주의 생명]에 상술된 스몰린의 개념은 완전히 진행된 대붕괴가 아니라 더 국지적인 ‘검은 구멍’에서 딸 우주가 태어난다는 이론이다. 스몰린은 여기에 ‘유전’과 유사한 개념을 덧붙인다. 딸 우주의 근본 상수들은 엄마 우주의 상수들이 약간 ‘변이된’ 형태라는 것이다. 유전은 다윈의 자연선택의 본질적인 요소이며, 스몰린 이론도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른다. ‘생존하고’ ‘번식하는’ 능력을 갖춘 우주들이 다중우주에서 더 우세해진다. ‘능력’에는 ‘번식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생존하는’ 것도 포함된다. 번식 행위는 검은 구멍에서 이루어진다. 번식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생존한, 성공한 우주는 검은 구멍을 만들 능력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능력에는 다른 다양한 특성들도 포함된다. 한 예로 물질을 구름으로 그 다음 별로 응축하는 것은 검은 구멍을 만들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별도 흥미로운 화학작용과 그에 따르는 생명이 발달하기 위한 전구물질이다. 그래서 스몰린은 다중우주에서 직접적으로는 진화하는 검은 구멍을 선호하고 간접적으로는 생명의 생성을 선호하는, 우주론적인 다윈의 자연선택이 있어왔다고 주장한다. <227p ~ 228p>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에도 스몰린의 아이디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강조는 인용자)

그러면 동물의 세계에서 후손을 많이 낳는 동물이 생존에 유리하고 유전자 정보도 많이 퍼뜨릴 수 있는 것처럼, 블랙홀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우주 일수록 많은 아기우주를 양산하여 물리상수를 대물림하게 될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우주는 무수히 많은 ‘선조우주’를 갖고 있어야 한다. 즉, 수조 년 동안 대를 이어오면서 우주적 ‘자연선택’에 의해 지금과 같은 우주로 진화했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우주는 블랙홀을 가장 많이 보유해온 ‘제법 있는 집안’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다윈의 진화론을 우주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스몰린은 블랙홀의 개수를 측정하면 자신의 논리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이론대로라면 우리의 우주는 평행우주들 중에서 블랙홀이 가장 많은 우주에 속한다(그러나 블랙홀이 많은 우주가 생명체에게도 유리하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이 아이디어는 검증이 가능하므로 반증의 사례도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물리적 변수들을 잘 조절하면 생명체가 없는 우주에서 블랙홀이 가장 쉽게 생성될 수 있다"거나, "핵력이 지금보다 강한 우주에서는 별들이 빠르게 초신성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블랙홀의 수도 많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런 우주에서는 별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생명이 탄생할 기회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블랙홀의 수가 많으므로 스몰린의 주장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이 아이디어는 검증될 수 있고 재생될 수 있으며 수정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사실로 판명된 대부분의 과학이론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정확한 답은 멀지 않은 미래에 밝혀질 것이다. <398p>

여기까지가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이거를 가지고 물리학에 진화론을 적용했다고 보기에는 뭔가가 미진해 보입니다. 스몰린의 아이디어를 넘어서는, 물리학에 진화론을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무언가가 없을까요… 

어떤 가정을 했을 때 물리학 또는 우주(무생명 물질)의 역사가 진화론적으로 기술될 수 있을까요?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한거지만 뭐.. 소설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인터넷 물리학 까페에서 의견을 구했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이 하나 있었습니다.

듣던 중 상당히 흥미로운 발상이군요 ^^; 좀더 구체화 시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0.01.30 20:05


양자 깜빡이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에 나오는 양자적 진공과 쌍생성/쌍소멸에 관한 글입니다.

그 유명한 방정식 E=mc2에 의하면 에너지는 물질(질량)로 바뀔 수 있고 반대로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의 격동이 심해지면, 아무것도 없는 진공 속에서 전자와 양전자positron(전자의 반물질에 해당하는 입자)가 갑자기 생겨날 수도 있다! 물론 빌려 온 에너지는 빠른 시간 내에 되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진공 중에서 느닷없이 탄생한 전자와 양전자는 곧바로 합쳐지면서 소멸된다. 이런 현상은 에너지와 운동량이 취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물리량에 대하여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입자의 생성과 소멸, 전자기장의 격렬한 진동, 강력 strong force과 약력 weak force의 요동현상 등 미시세계의 우주는 그야말로 혼돈과 광란의 도가니 그 자체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은 불확정성원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두고 파인만은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창조되었다가 사라지고, 또 창조되었다가 사라지고..... 이 얼마나 낭비적인가?" 무언가를 빌렸다가 되갚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평균적으로 볼 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텅빈 공간이 쥐 죽은 듯 고요한 세계처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p197>

양자적 전이(혹은 양자도약)

초끈이론에서는 만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본입자를 다양한 패턴의 진동하는 끈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왜 하필 그것이 끈인지는 설명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직관적으로

기본입자들이 진동하는 끈의 형태를 가지는 이유는 진공으로부터 좁은 틈으로 순간적으로 분출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이 아닐까? 아주 작은 구멍으로부터 ‘한줄기’ 빛이 새어 나오듯이, 아주 작은 구멍으로부터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듯이 뿜어져 나온 에너지이므로 파동이 있는 끈의 형태가 되는 것은 아닐까? 활로부터 쏘아진 화살을 육안으로 보면 표적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초고속 카메라로 보면 화살 자체가 추진되는 에너지로 인하여 꾸불꾸불 요동치고 있는 것과 같이. 진공으로부터 에너지가 출현하는 장소와 사라지는 장소의 차이에 따라 닫힌 끈이 될 수도 있고 열린 끈이 될 수도 있다. 

기본입자는 진공에서 순간적으로/찰나적으로 뿜어져 나왔다가 다시 진공으로 돌아가는 에너지, 그리고 그러한 동일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찰나적 분출에 성공하는 에너지가 아닐까? 이것은 연속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단속적이면서 연속적인 물리량처럼 보이는 것이 됩니다.

영화에서 잇닿은 정지화면들이 연속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 - 1초당 24컷(프레임), 초고속 카메라는 10만컷까지. 영화의 정지화면과 연속적인 움직임과의 관계는 실제세계에서도 동일한/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초미시) 실제세계에서도 연속적인 물리량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속적인 물리량이란 영화의 연속적인 움직임과 마찬가지로 착각일 뿐.

정리 : 물질이란 진공으로부터 에너지가 플랑크시간 이하의 시간 간격으로 출현(분출)했다가 다시 진공으로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는 것, 혹은 반복적인 출현에 성공하고 있는 에너지이다. 라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이러한 가정이 물리학적으로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면)

다양한 기본입자(끈의 파동형태)들 중에서 지속적으로 분출에 성공하는(살아남는) 파동패턴과 지속적인 분출에 실패하는(사멸하는) 파동패턴들이 있으며 이러한 파동패턴은 물리적 선호(주로 우주의 온도)에 따라 선택되는 것이므로 우주의 기원과 (무생명) 물질의 진화를 진화론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마무리 :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 나옵니다.

아마 물리학자들이 우주가 출현한 첫 욕토초(10의 -24승초)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해야 다윈의 생물학적 이론과 나란히 놓이는 우주론적 이론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혹은 우주론자들이 찾는, 좀처럼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론은 다윈의 이론 자체를 수정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스몰린의 모형과 비슷한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혹은 마틴 리스 등이 옹호하는 다중우주에 인본원리를 더한 것일지도 모른다. <241p>
 
Ps) 혹시라도 댓글에 답변을 못해도 양해바랍니다. – 지식의 깊이가 워낙 얕은데 물리학은 너무 어려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