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진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지도... 걍 생각나는대로, 더 정확히 말하면 일하다 땡땡이 중에.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가 '조선'입니다. 그렇다고 책 찾아 읽거나 하진 않지만 어쨌든 조선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은 제 관심사중 하나예요.

전에 누구던가 뉴 라이트 계열 학자 책 소개하며 제가 인상깊었던 구절이 이거였습니다. "조선을 빼곤 우리가 이룩한 문명의 절반도 설명할 수 없다' 전 그말 진심일거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도 조선은 지금도 우리에게 살아 숨쉬고 있거든요.

당장 저희 부모님이 그렇습니다. 차로 몇시간 걸리는 선산 꾸민다고 온갖 노력을 다하십니다. 솔직히 주변에선 '대충하지'입니다. 그리고 더 솔까말, 저희 형제들은 나중에 다 화장하려고 맘 먹고 있습니다. 최소한 전 현재까진 화장한뒤에 납골당도 싫고 걍 제가 좋아하는 산에 뿌려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우파도 비슷하죠. 아직까지도 국회의원은 그만두고 지방의회 의원이라도 당선되면 '이제 내 무덤에 학생자 떼도 된다'며 감격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예, 여기까진 조선의 유물이 우파의 전유물 같죠?

제가 볼 땐 글쎄올시다입니다.

제가 노사모에 잠깐 있었을 때입니다. 어쩌다 술자리에서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이나 기타 등등의 문제를 들어 북한의 정통성은 인정하면서도 남한은 그런게 없다는 의견을 보여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전 국가의 정통성이란거 원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전 국가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만드는 거라고 봅니다. 아니 다른거 다 떠나서 지금 시대에 국가의 정통성을 말하는거, 의미가 없다고 봐요. 더 정확히 말하면 그건 그때 그때 필요에 의해 만드는 거죠. 

가령 미국을 보자구요. 미국의 정통성 있습니까? 따지면 레저베이션에 있는 인디언들에게 있겠죠. 그래서 뭐 어쩌라구요?

자유의 국가라구요? 무슨 말씀을. 제가 보기에 미국은 세금 내기 싫어서 만든 나라입니다. 그래서 뭐가 어떻단 말입니까? 미국의 정통성은 지금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펴고 그 구성원들에게 어떤 합의로 다가가는가에 있지요.

이런 사정은 다른 나라라고 다를까요? 영국의 정통성은 뭡니까? 시대착오적인 여왕에게 있나요? 무자비하게 식민지를 건설했던 대영제국에 있나요?

노무현 대통령을 놓고 공화국 초대 대통령이네, 최초의 뭐네 칭송했던 사람들...전 솔직히 그 이면엔 정통성 따지기 좋아했던 조선 시대의 관념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 시대  다 아시죠? 왕조 세우며 그 정통성 만들기 위해 중국 인정도 받고 족보 세탁하고 기타 등등 해댔던 거. 당장 우리나라 식당들 중시하는게 '원조' 잖아요? 어느 집이 제일 맛있다 혹은 난 어느 집 음식이 좋다가 아니라 어느 집이 원조 따지는 것도 비슷하죠.

그것 뿐만이 아니예요. 이른바 지식인에 대한 관념. 전 이것도 조선시대 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인은 시대의 빛, 혹은 민중을 계도해야 한다는 생각. 그거 성균관 유생들에게 부여됐던 특권이죠. 나쁘다는게 아닙니다. 다만 그게 본래부터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조선부터 내려온 유물이라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재밌게 생각하는 게 또 하나 있어요. 가령 조선시대 학당은 특별한 존재였죠. 왕이라고해서 함부로 할 수 있던게 아니었습니다. 대학은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 크게 다를까요?

그외에도 비슷한게 많아요. 성균관 유생들이 항소에 대해 의무와 권리가 잇었던 것처럼 학생운동에 대한 과거 일반인들, 심지어 정권조차 그런 부분을 인정했죠. (제 3세계 독재 국가 중에 한국만큼 학생운동에 대해 너그러운 나라는 찾기 힘듭니다) 또 운동하다 안풀리면 교육 사업으로 뛰어들거나 농사 짓는 걸 칭송하는 것도 조선시대 낙향 선비와 비슷합니다.

예, 받아들이는 영역이 다를 뿐. 좌우 막론하고 전 조선의 그늘에서 별로 자유롭지 않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지금 진보를 보면 어떨까요? 시대의 선각자라는 이미지, 과연 조선의 선비와 많이 다른 걸까요?

ps - 글고보니 어느새 전 메인게시판에서 더 자주 놀고 있군요. 예, 운영자 분들이 이기셨습니다. 이기신 건 이기신거고 링크미님은 언제 특전을 보여주실 건지? 잡힌 고기에 미끼없다고 하심 미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