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게 썼지만 별 내용은 없습니다. 아으... 요즘 목이 아파서(헌 건지` 부은 건지 모르겠지만) 지난 주 목요일부터 집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군요. 일단 판피린 큐를 복용하고 있는데.. 신종플루에 걸려도 멀쩡했던 경력은 있지만 목이 아프니 말도 잘 못하고 아 죽겠네요;; 메인에 보니까 흥미로운 주제는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참여할 기력도 없고 머리도 잘 안 돌아가는군요.

..어쨌거나 요즘 아침에 컴퓨터 켜고 뉴스나 확인하는 게 일입니다. 이번에도 출처는 휘리예트 데일리.
Azerbaijan may consider military intervention

지리적으로 캅카스 회랑 지역부터 시작해서 중앙아시아 권역에 이르는 영역에는 투르크어권 국가들이 많이 분포해 있습니다. 생각나는 것만 적어 봐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정도가 있군요. 이들 국가에는 그래도 옛 형제라고 투르크어권의 큰형인 터키의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물론 터키 자체가 최근에야 좀 먹고살 만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들 대다수는 다시 점점 중국님의 자원 식민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만. 

이들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국가는 중앙아시아에서 그나마 부유하고 석유도 많고 땅도 넓고 인구도 많아서(그래 봐야 1600만 정도지만.. 참고로 인구는 우즈벡이 더 많긴 한데 이쪽은 국내 문제도 비교적 많고 경제발전도 늦지요) 영향력이 큰 카자흐스탄(지정학적으로도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파라그 카나의 『제2세계』라는 책에서는 등거리 외교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듭니다)과, 캅카스 회랑 지역의 공용어 중 하나인 아제리어를 국어로 하는 아제르바이잔 정도입니다.(언어 인구로 치면 카자흐어의 두세 배 정도 되죠)

이 중 아제르바이잔은 20세기 초에 아르메니아, 그루지야와 함께 소련에 강제 병합되어 한동안 캅카스 회랑 소비에트 연방사회주의공화국(Закавказская Советская Федеративная Социалистическая Республика, ЗСФСР - 위키에서 긁어옴)이라는 긴 이름으로 한데 묶이게 됩니다. 근데 아르메니아인들과 터키인들은 상당히 민족감정의 골이 깊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를 국교로(로마보다 빠릅니다) 할 정도로 정교회 기독교의 역사가 깊은 동네인데(그리고 고대에는 잘 나갔습니다) 중세~근세까지 거의 1300년 동안을 이슬람권 국가들의 점령 상태에 놓여 있었죠. 특히 투르크 민족의 지배를 아주 오래 받았습니다. 그러다 오스만 제국의 해체기에 간신히 독립했다 싶었는데 짜증나게도 투르크 민족의 국가인 아제르바이잔과 합쳐져 버린 겁니다. 우리로 치자면 2차대전 후에 미국이 들어서서 일본과 강제병합한 후 '극동 연방' 따위를 설치한 경우쯤 될까요.

결국 소련 해체가 이루어지고 난 후에 간신히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분리를 이루었지요. 근데 영토 분쟁(실제로 분리 직후 전쟁도 났습니다. 문서상 분쟁이 아니에요)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외세의 지배 아래 너무 오래 한데 묶여 살다 보니 양국 내에 상대국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영토적으로 고립된 섬들이 많이 생겨 있었던 거죠. 대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내의 아르메니아인 거주지인 '나고르노카라바흐'와, 아르메니아와 이란 사이의 아제리인 거주지인 '나흐치반(나히체반)'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흐치반은 떳떳한 아제리인 자치공화국인 반면에,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르메니아 군대가 진주해서 강제적으로 형성된 공화국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미승인 상태로 있죠.

그런데 묘한 것이, 지역 내 파워로 따지면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에 비해 상당히 밀리는 편입니다. 당장 아제리어를 쓰는 사람들이 3천만에 달하는데다가, 인구도 적고, 무엇보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와 주변 투르크어권 국가들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이들을 합치면 인구 1억 5천쯤 되죠. 반면 아르메니아 인구는 고작 300만쯤.) 즉 우리가 중국을 공격해서 연변에 '조선인 자치공화국'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아제르바이잔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죠. 아니 설설 기어도 모자랄 판에 지들이 뭐라고..

이런 불안한 균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었던 건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전통적 유착 관계)와 미국(이민자들의 로비)을 등에 업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위 기사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있지요.(아제르바이잔측에서 "아르메니아는 빽이 없었더라면 상(上) 카라바흐에서 철수했을 것"이라네요) 그런데 이제 아제르바이잔 측에서 좀 세게 나가기로 했나 봅니다. 평화적인 해결이 힘들다면 군사적인 개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태세로군요. 이게 당장 외교적 수사로 끝날 일인지 실제 전쟁으로 연결될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둘은 최근에 실제로 전쟁을 벌인 경력이 있었으니 새로 전쟁이 난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것 같네요.


p.s.
참고로, 터키와 아르메니아가 국교 정상화를 이룬 지 채 반년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도 변수에 넣어야 합니다. 터키는 묘한 기분이겠죠.
터키-아르메니아 ‘100년만의 화해’ : 동아일보 국제

p.s.2.
불필요한 혼동이 있을지도 몰라 위에서 '터키어권'을 '투르크어권'으로 바꿨습니다. 투르크어는 현재 터키 터키어(튀르키예 튀륵체시), 아제리어, 투르크멘어, 카자흐어, 우즈벡어, 키르기스어 등으로 분화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다만 각 언어들 자체가 방언차가 크지 않은데다가 이들 간의 언어적 유사성은 매우 높아서(슬라브어권과 비슷한 상황이죠) 각자 자기 언어로 말해도 상당 부분 통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