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마을에 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용모도 비교적 수려한 편이었고, 매우 세련되고 정제된 언행을 보였으며,

이따금씩 뿜어져 나오는 학식의 깊이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여서 나름 글 좀 읽었다는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청년의 존재를 매우 기이하게 여겼으나, 입이 과묵했던 그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다만 스스로를 자연인이라

칭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에게는 한가지 묘한 버릇이 있었으니 가끔씩 여염집 처자들 앞에서도 거리낌없이 바지를 내리곤 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 처자들은 그 자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 항의도 해보고, 욕도 해보고 하였지만 워낙 스스로

당당했던 그 자는 전혀 듣는 기색이 없었지요. 그리고 늘 별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이 휘적휘적 자기 갈 길을 가곤 했습니다. 

마을의 처자들은 급기야 그 자를 변태로 인식합니다.

한가지 희안한 점은 그 자는 꽤 자주 바지를 내려왔건만, 늘 엉덩이만을 내밀었을 뿐 한번도 앞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은 

없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가지 구구한 추측이 있어왔습니다.

어차피 변태니 상종말자는 의견, 늘 엉덩이만을 까왔고 일반 변태들과는 달리 신사적인 언동과 단정한 용모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혹시 무슨 심오한 뜻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견, 노출의 짜릿한 쾌감은 맛보면서도 변명거리까지 챙기는 치밀함을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의견 등 여러가지 설이 난무했죠. 일부 호사가들은 그저 앞모습에 자신이 없는 것이다..라며 낄낄거리기도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을에 한가지 소식이 전해집니다. 내용인 즉슨, 전국에 암약하고 있던 일단의 변태들이 일부 문란한 처자들의

부적절한 행실을 빌미로 단체로 옷을 벗고 중구난방으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자들은 일단 아무 처자라도 보기만 하면

엉덩이는 말할 것도 없고 별로 보잘 것 없는 물건들까지도 꼿꼿이 세워 눈 앞에 들이밀 정도로 점차 대범해 지고 있다는 겁니다.

마을 처자들은 그간 변태로 주청되는 자들의 난립을 직접 목도해온 바 있어 상당한 내성이 축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에 치를 떱니다. 그리고 개울가에 모여 앉아 각기 분노를 표출하지요.

"아니 엉덩이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물건까지 세워 들이민다는게 대체 사람이 할 짓인가? 내가 그 꼴을 당하느니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말겠다..."


그 때 공교롭게도 그 곳을 지나가던 청년이 저 처자들의 대화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나 별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이 쓱 바지를

내리고는 예의 그 엉덩이를 노출하지요. 평소에는 그런대로 넘어가던 사람들도 여기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하였고,

이윽고 그 청년을 에워싸며 다짜고짜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청년은 과연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여전히 태연하게 또 제 갈 길을 가려 합니다.

"비켜라. ..自反而縮 雖千萬人 吾往矣..."


그 때 우연히 그 상황을 목격하던 다른 청년이 그 청년을 가로막고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여기서 엉덩이를 까내리는 것은 변태로 오해받아도 할 말 없는 것 아니냐?"


그러자 그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나를 그들과 똑같은 변태로 여기는 듯 한데 나는 단지 자연인이라 이따금씩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를 노출하는 것 뿐이다.

변태들로부터 그 꼴을 당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길이 없다. 내가 지나가다가 듣자하니 저들은 이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던데

그렇다면 떠나는 게 상책이다. 다만 북으로 가는 것만은 안되는거 잘 알지? 물론 저들은 똑똑한 애들이니 제 정신이라면 북으로 갈 리가

없겠지만, 신이 아닌 한 절대라는 건 없으니 행여 미친 척하고 북으로 갈지도 모르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