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적으로 그리고 가장 집중해야할 부분이 실종자의 구조라 그동안 정부와 해군의 대처문제에 대해 가급적 언급을 자제했지만 이제는 가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한 국가의 위기 대응능력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다 데에 한심함을 넘어 분노가 치밉니다.


천안함이 어떤 원인으로 침몰했는지에 따라 선체(함수와 함미)의 상태, 실종자들의 생존여부와 구조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침몰 원인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구조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하구요. 하지만 해군과 정부는 가장 중요한 이 문제에 결정적 판단 착오를 한 것 같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천암함 침몰이 발생하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가능성에는 북한의 공격(함포, 함수정/잠수함 어뢰, 기뢰, 비행체의 폭격), 암초에 의한 침몰, 작전중의 문제(아군간의 오폭)는 고려되었지만 애초에 제가 제기했던 파고와 너울, 그리고 급한 조류가 노후화된 선체를 두 동강 내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추론한대로 피격이나 내부 폭발이 아닌 파고와 급한 조류에 의해 선체의 약한 부위가 절단된 것이라면 실종자들은 격실에서 비교적 안전한 상태로 생존해 있었을 것입니다. 격실의 산소량을 감안한 69시간 이내로 구조하면 생환 확률이 높았을 것입니다.

실종자들이 비교적 안전한 상태로 격실에 있다는 믿음을 갖고 모든 비상 수단을 동원하여 신속한 구조에 나서야 했습니다. 선미의 인양을 위해 거제에 있는 2~3천톤급 크레인선을 동원하는 것이 급한 것이 아니고, 기뢰 탐지선 옹진함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선미는 사고 지점에서 멀지 않는 곳에 침몰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현지의 함정과 어선을 동원하여 10m 간격으로 격자식 탐색을 했다면 사고 다음날 오전에 바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어선의 도움을 받았으면 될 일을 해군이 다 하겠다고 했다가 찾지 못하자 뒤늦게 민간 어선의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피같은 시간(3일)들을 허송해 버렸지요. 결국 어민이 250만원 짜리 어군 탐지기로 침몰한 선미를 찾아냈습니다. 참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어선은 투입된지 몇 시간만에 찾아내는 선미를 해군은 사흘 동안 무얼 했는지....  아무리 경황이 없기로 백령도 주민도 생각해 내는 격자형 탐색도 하지 않았다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3일 이내에 구조해야 하는데 거제의 대형 크레인선은 백령도에 오는데만 4일 이상 걸리는데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당장 인천 혹은 평택에 있는 소형(1~2백톤) 크레인선을 여러 대 동원해서 현장에 투입할 생각을 해야지요. 인명 구조에 당장 도움이 되는 장비가 우선이지 실종자 구조에 도움이 안되는 선체 인양 목적의 대형 크레인선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독도함, 구축함, 초계함 경비정을 수십대 투입하고, 하늘에 헬기를 띄우면 무엇 합니까? 실제 구조작업은 잠수부가 하는데, 잠수작업에 필요한 장비는 턱없이 부족해서 1조 2인 밖에 구조작업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결국 한 생명(한 준위, 고인을 명복을 빕니다.)을 앗아갔습니다. 구조작업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 수십대 함정, 헬기로 온 바다와 하늘을 분주하게 해놓고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현장을 방문하는 생색내기 생쑈를 할 때는 정말 역겨웠습니다.

우리 나라에 감압 쳄버가 1대 밖에 없습니까? 군에도 보유한 것이 더 있을 것이고, 조선업체나 민간 구조업체에도 있을 것 아닙니까?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 놓고 잠수작업에 필수적인 감압 쳄버를 1대 밖에 준비하지 못했다는게 말이 됩니까? 급한 조류 때문에 정조 때만 잠수 작업이 가능하고, 그것도 수심 40m라 잠수부들이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7~8분 밖에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압 쳄버 준비를 이 지경 밖에 못했습니까? 이러한 환경이 한 준위를 죽음으로 내 몬 것입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해 조금 더 살펴 보도록 하지요.

사고 이후 나타나는 사실(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제가 추정하는 원인이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짙어집니다. 오늘 아침(3/31) YTN은 드디어 “피로파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저와 비슷한 추론의 내용을 방송했습니다. 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최초로 이런 추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도 피로 파괴 가능성 기사를 올렸네요.)

어제 해경이 구조 당시를 촬영한 화면을 공개했는데 침몰되기 전의 함수의 한 쪽 단면이 매끈하게 잘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침몰한 함수를 수색한 잠수부의 말에 의하면 함수 부위와 부유물에서 불에 탄 흔적이나 그을려진 흔적은 없었고, 절단 부위가 비교적 매끈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선미를 조사한 결과, 유류 탱크와 탄약고도  온전하다고 합니다. 사고 당시 구조를 한 해경 501 함정 함장은 구조한 천안함의 장병들은 얼굴에 물이나 진흙탕을 뒤집어 쓴 흔적은 볼 수 없고 깨끗한 상태였다고 방송에서 말했습니다. 함수를 촬영한 열상 감지기에도 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도 “제3자의 개입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믿거나 우려할 근거는 없다”, “선체 외에 다른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정황과 사실들은 어뢰, 기뢰, 함포의 외부 피격이나 내부 폭발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심증을 굳게 합니다. 어뢰나 기뢰는 폭발시 버블 젯트 현상을 일으켜 엄청난 물기둥을 일으키고 해저의 뻘(진흙)을 비산시킵니다. 함수에 근무하던 장병들 중 물기둥을 보았다는 증언도 없고, 물과 뻘의 세례를 받은 흔적도 없습니다. 어뢰, 기뢰, 내부 폭발에 의한 것이라면 폭발 부위가 매끈한 단면으로 나올 수도 없고, 폭발에 의한 화염 흔적이 없을 수 없지요. 함수와 함미의 상태를 보면 폭발에 의한 흔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내외부의 폭발이 아니라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무엇일까요? 남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암초에 좌초했거나 파고와 너울로 노후화된 선체의 피로 파괴 밖에 없습니다. 저는 암초보다는 피로 파괴 쪽에 무게를 둡니다.


YTN 방송 - 피로파괴 가능성?

프레시안 기사 - 노후 천안함, 스스로 두동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