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3개월 뚜닥뚜닥해서 얼마간 항산의 틀을 만들었다. 생활비 빼고 천 만원이니 나름 괜찮다.올해 목표는 2천 정도 저축해서 시골 섬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밭을 사야지. 시골도 땅값이 만만한 게 아니라서. 여튼 밭뙈기 얼마 있으면 여튼 먹고 사는데는 지장 없으니까. 나무들 넉넉히 심어내고 철마다 작물 키우는 재미 좀 맛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 낙향하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하는데 결국엔 올 가을에나 될 듯. 수구초심인지 송충이는 송충이를 먹고 살아야 하는 법이라는 말이 생각나고 여튼 시원을 찾아 회귀하는 게 상선.

속내는 자본의 얼개에서 벗어나는 것. 채취해서 나누던 삶으로 돌아가는 것.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위로 오르진 못하니 아래로 내려가는 게 좋겠다 싶고. 나보다 못 가진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면 경쟁에 치이지 않아 마음은 편하겠다 싶고. 살다 보면 웃긴 게 워매 기층 민중인 나같은 놈한테도 질투를 느끼는 수컷들이 있고 나같은 놈한테도 암컷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있드라. 넉넉히 지녔고 지위도 있는 축들이 거참. 인간은 이상해.

속내 들여다보면 인정 욕구에 집단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두려움.


사십 중반이니 앞으로 생이 한 25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하면 좀 바지런해지겠지. 하긴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어디론가 간다는 걸 잊고들 있을 뿐이지. 이미 누가 죽어도 꺽꺽 울어대질 않을 나이는 되었지.


난생 처음은 아니고 93년 이후 처음으로 컴퓨터란 걸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태는 남이 버린 중고 컴퓨터 부품들 모아서 만들어서 썼다. 지금 쓰는 건 노가대하던 집에서 내놓은 걸 가져온 것. 오작동도 하고 좀 느리지만 그럭저럭 이 놈이 내 밥을 먹여주었다. 하지만 이제 폐기 처분할 때. 컴퓨터 때문에 일하기 싫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놈으로 하나.


그리고 접이식 자전거 하나. 예전에 전라도 어지간한 골짜기며 섬까지 자전거로 누볐는데 올해 다시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원룸을 빼버리고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낙향 준비를 해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집안은 무탈하니까. 그것도 복이다. 혼자 움직여도 되니까. 오토바이랑 차는 무서워서 운전을 못한다. 아마 앞으로도 운전하질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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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면 음, 이은하의 봄비나 장현의 석양을 부르면서 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