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크게 두가지 차원에서 진보가 전략을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현재 진보 정치권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자세고 나머지는 한국의 스노브, 즉 대학생들에 관한 전략.

 

김어준씨가 지적했던 것인데, 진보는 이른바 '정치시장' '정치공학' 에서 완전하게 패배했다. 보수가 들고 나온 뉴타운, 4대강, 일제고사와 같은 정책보다 훨씬 훌륭한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진보가 완패했다는것, 서민 지역구에서 노회찬이 홍정욱에게 패배했다는 것은 진보 정치권의 정치 공학적 전략에 큰 문제가 있다는 증거이다.

 

현재 진보 정치권이 구사하고 있는 화법은 이른바 '죄의식' 화법이라는 김어준씨의 지적에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말이 옳고, 당신도 심적으로는 우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당신의 양심을 저버리지 말고 옳은 행동을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죠. 대중의 죄의식에 호소하는 마케팅으로, 그걸 하지 않으면 괜히 양심에 찔린 듯한 느낌이 들게 하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전략은 지속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구체적으로 촛불 문화제도 후반으로 갈수록 죄의식 화법에 의존한 경향이 있었지요.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촛불을 들고 나와라, 민주 시민이라면 나와서 함께 싸우자. 뭐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죄의식을 자극하는 전략은 초반에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하기 어려운 전략 입니다.

 

그래서 결국 진보에서 해야하는 일은 시민의 욕망에 말을 거는 것입니다. 죄의식이 아니라 욕망에 호소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그것을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행복하기 때문에 그것을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예컨데 지금 노동자들의 파업 현장을 보면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같은 조끼를 맞춰입은 사람들이 열을 맞추고 앉아서 사용자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시민들이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주길 원하구요. 그러나 현대 사회는 마르크스가 정의한 것 처럼 생산관계에 따라 계급이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부르디외의 정의처럼 비슷한 소비 행태가 비슷한 계급이 되는 사회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들이 노동자 계급이면서도 빨간 띠, 남색 조끼의 노동자를 자신과 같은 계급이라고 생각하기 싫어 합니다. 저 사람들의 파업에 나름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은 하지만 그러한 죄의식에서 끝이 나버리고 말죠.

 

그나마 과거에 진보 운동권이 보여준 엄숙주의에서 많은 부분 탈피했지만 저는 더욱 일탈적이고, 쾌락을 자극할 때 시민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만약에 금속노조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면 거기서 락 페스티벌을 동시에 진행하는겁니다. 물론 비용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어쨋든 그 문제를 접어두고 생각해봤을 때. 시민의 욕망과 진보의 신념이 만나는 지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인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후즐근한 옷을 입고 나오는 대머리 옆 집 아저씨의 이미지로는 시민의 욕망과 만날 수 없어요. 많은 여성유권자들이 단지 잘생겼다는 이유로 홍정욱을 뽑았던 것 처럼 (저희 엄마는 아직도 정동영을 좋아하십니다.) 욕망을 자극하고, 심리학적 의미에서의 섹스 어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스타일리스트를 둬서 헤어스타일과 코디를 젊은 취향에 맞게 개선 한다거나, 아니면 이런 방법도 있을 수 있어요. 현재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타일 관련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타일을 교정 받을 수 도 있지 않을까요? 트랜스 리포트 필(노홍철 하상백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강기갑 아저씨를 새롭게 코디해준다거나, 심상정 의원을 코디해주는 것 입니다. 그러면 정치인과 방송 둘 모두에게 득이 되는 그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스타일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한거고,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나도 이렇게 평범한, 욕망을 갖고 있는 시민이다 라고 어필할 수 있는 거니까요.

 

결국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시민의 욕망을 자극하는 새로운 정치공학적 전략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치 공학이라는 말 자체에 혐오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치 공학이라는 것은 선거에서 많은 표를 획득하는 것에 대한 학문이고 전략입니다. 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 즉 정기적인 선거 제도를 핵심으로 하는 모양으로 움직인다면 정치 공학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비정치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은 20대의 정치문화에 관한 이야긴데, 제가 적극적으로 진보 정치권에 건의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비례대표 선순위에 20대를 배치시키라는 것입니다. 20대의 국회의원을 만들고 20대의 단체장을 만들어서 20대에게 정치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죠. '정치인이 된다는 것' 을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나서야, 돈을 벌고 나서, 기회가 되면 발 한 번 쯤 담그는 것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에게 '신념을 배반하지 않는 정치인'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옳은 일을 하면서도 찌질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진보정당의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젊은이의 관점은 이렇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실력이나 경력이 매우 뛰어나서 대중의 지지를 얻은 소수의 정치인, 학자와 (진중권, 노회찬, 홍세화)  한달 월급 200만원 받으면서 신념이냐, 생계냐의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많은 활동가, 운동가들. 이런 관점에서 과연 진보정당의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을까요? 결국 현실적으로 많은 당선자를 낼 수 없는 환경에 있다면 의식적으로 20대를 당선가능한 지역 후보로 내세우고, 혹은 비례대표 선순위에 배치시켜서 20대의 이른바 '성공' 욕구를 자극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제 스스로는 이것을 '일주일에 하루만' 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어떤 거나면, 오늘날의 대학생들 정말 바쁩니다. 영어공부도 해야하고, 인턴도 해야하고, 운동도 해야하고, 과외도 해야하고, 친구도 만나야하고, 옷도 사야되죠. 그런데 그런거 다 포기해야 진보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아무도 진보 안 하려고 할껍니다. 그렇다면 일주일에 하루만 옳은 일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기껏해야 3,4시간만 투자해도 진보를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되요. 헌신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2번? 정도만 가도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요즘 진보적 성향의 학회나 세미나를 보면 거기서 2박3일 자면서 들어야 되고, 일주일에 3일 거기에 전념하지 않으면 수료할 수 없는 구조가 많습니다. 과연 다른 스펙 쌓기를 포기하고 그런 구조에 뛰어들 만큼의 용기를 갖고 있는 대학생이 얼마나 될까요?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3,4시간 이야말로 한국의 대학생에게서 진보 정치권이 양해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젊은이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반드시 대학가에 진보정치권의 전진기지가 반드시 있어야 겠죠. 버스타고 한 시간 가야 찾을 수 있는 그런 곳 말고 마을버스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진보정치가 있어야 대학생들이 진보적인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거기서 일주일에 한 번 씩 대학생들과 함께 트위터를 통해 주최한 파티도 해보고, 공연도 하고, 봉사 활동도 하는 것이죠. 대학가에 와서 강연도 하는데, 와서 진지한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자주 찾아와서 학생들이랑 고민도 이야기하고, 연애 이야기도 좀 하고 이러면 정말 좋지 않을까요?

 

조금은 허황되고, 개인적인 의견들이 많은 글이라 영양가는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어쨋든 저의 방법론은 대략 이러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