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선거때마다 회자되던 말이 있다. '정당보고 찍지말고 인물보고 찍읍시다!'  대의민주주의의 요체인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듯한 이 말은 우습게도 당시 집권당이 아니라 민주화를 외치던 야당쪽에서 주로 하던 말이다. 우리 사회의 후진성이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마저 비틀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과거의 역사를 반증해주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아니, 진작에 바뀌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야당들이 지금 죽을 쑤고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구호가 이렇게 되어야한다. '인물보고 찍지말고 정당보고 찍읍시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이력서만 보고 뽑는 방법이고, 하나는 학교장의 추천서를 반영해서 뽑는 방식이다. 현재의 대의제 정당정치는 당연히 후자의 방법을 쓴다. 유권자는 후보들의 인물이 크게 결격사유만 없다면 정당을 믿고 선택할 수 있어 매우 편하다. 그러나 정당은 뒤로 빠지고 인물만을 내세울 때, 유권자가 얼마나 피곤해지는지는 안봐도 뻔한거다. 그 후보자가 얼마나 참신하고 훌륭하신 분인지 머리싸매고 공부를 해야 한다. 안그래도 바쁜 세상인데 이 무슨 짓인건지.

현재의 선거 구도는, 야당쪽에서 오랫동안 정당의 정책보다는 인물에 기대어 승부를 거는 행태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그래서 늘 특출난 인물이 만들어내는 바람몰이가 필요했었고, 정당의 정책은 그저 선거유인물 한쪽에 불필요하게 적혀있을 뿐이었다. 그에 반해 한나라당은 인물보다는 정당을 먼저 내세웠다. 혹시 인물은 모자랄지라도 한나라당이 추천하는 사람이니 믿고 찍으시라고. 그렇게 한나라당은 끈질기게 버텼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나라당이 옳았다.

야당쪽은 정당의 능력을 키우기보다 그때 그때 선거에 내세울 참신하고 도덕적인 인물을 영입하여 내세우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이제 더 이상 영입할 인물이 고갈된 상황에서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는 정당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기웃거린다. 손석희를 건드려도 보고, 박원순도 건들려도 보고. 선거판을 흔들어줄 영웅을 찾아나선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흠결이 보이면 포기한다. 유권자들의 인물 보는 눈이 좀 높은가? 다 자기들이 높여 놓은 것이니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다르다. 대충 불합격 수준만 아니면 유권자들이 믿어준다. 땅짚고 헤엄치기다. 인물 + 정당의 신뢰도 VS 온리 인물만으로 싸우는 결과는 안봐도 뻔한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턱이 낮은 한나라당은 인재들이 몰려와서 비명을 지르고, 문턱을 높여놓은 민주당은 그저 모셔오느라 바쁜 기현상이 벌어진다. 그것뿐인가. 표깨나 모은다는 야당쪽 인물은 당을 만만히보고 걸핏하면 밖으로 뛰쳐나가 몸값을 흥정하며 시위를 벌인다. 한나라당은 제 아무리 선거의 여왕이자 날고 긴다는 박근혜도 감히 나가겠다고 입도 뻥긋 못하는데 말이다.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다. 지금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라. 1위부터 8위까지 민주당 후보는 단 두명이고 둘 합쳐봐야 20%도 안된다. 그나마 좀 낫다는 어떤 작자는 현재 집나가서 몸값 흥정중이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에게 무릎꿇고 배워야한다. 첫번째가 그들은 당이 아무리 어려운 지경에 빠져도 결코 당을 가벼이보고 쪼개거나 당명을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망하면 같이 망하고, 흥하면 같이 흥한다는 주의다. 지금껏 겨우 해본 것이 당의 현관 명패를 떼다가 천막당사로 옮겨본게 전부다. 인물은 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정책은 늘 살아있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야당은? 설명하자니 입아프다. 쪼개고 땜질하고 이름바꾸고. 그저 우리 당은 지켜야할 정책이란게 없어요라고 만천하에 광고한다. 이런 당을 믿고 표를 달라니 도둑놈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두번째는, 한나라당은 반드시 사수해야할 간결한 슬로건이 있다. 경제 성장시켜 잘 살아보세이다. 이 슬로건앞에 모든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경건히 무릎을 꿇는다. 그럼 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이건 슬로건이 아니다. 그럼 한나라당은 뭐 재벌과 독재세력의 당이라고 떠들고 다니나? 물론 어떤 슬로건이 적당한지 필자는 잘 모르겠고 바빠서 머리쓰기도 싫다. 그런 건 고액 연봉받는 당직자들이 알아서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그런게 없다면 지금껏 놀고 먹었다는 야그고.

그 밖에도 배워야 할 점이 구구절절 많지만, 우선 이 두가지라도 좀 제대로 배워라. 그럴 능력 안되면 깔끔하게 해산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바통을 넘겨주던지. 우리도 좀 편하게 민주당에서 추천하는 인물이니 선거날 믿고서 대충 찍어주고 언능 놀러다니게 만들어줫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미 늦은거 같기도 하고, 이제라도 잘하면 될 것도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