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zard Ernst & Simon Singh가 쓴 『Trick or Treatment: The Undeniable Facts about Alternative Medicine』 중 50~52쪽을 참조하라.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에서 침술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1970년대에 미국에서 침술에 대한 임상 시험이 많이 실시되었다.

 

1979년에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 보건 기구)는 배너먼(R. H. Bannerman)에게 의뢰하여 침술 임상 시험들의 결과를 정리하도록 했다. 그 결과 『Acupuncture: the WHO view』라는 문서가 탄생했다. 배너먼은 침술의 효과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래 문서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배너먼이 작성한 것이다.

 

Abstract: A World Health Organization interregional seminar on acupuncture, moxibustion and acupuncture anesthesia was held in Beijing (Peking) in June 1979, attended by participants from twelve countries. Its purpose was to discuss ways in which priorities and standards could be determined in the acupuncture areas of clinical work, research, training, and technology transfer. Scientific investigation must be closely correlated with demonstrations of acupuncture’s clinical efficacy. Apart from acupuncture analgesia used in major surgical procedures, acupuncture also has been applied as a treatment for drug abuse, and more recently, as a diagnostic aid and in conjunction with fluoroscopy in gastrointestinal diseases. Acupuncture is clearly not a panacea for all ills; but the sheer weight of evidence demands that acupuncture must be taken seriously as a clinical procedure of considerable value.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Viewpoint On Acupuncture

R. H. Bannerman, M.D.

http://michiganacupuncture.org/the-world-health-organization-viewpoint-on-acupuncture/

 

 

 

WHO에서 침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자 서양에서 침술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고 한다.

 

1990년에 유럽의 침술 치료사(acupuncturist) 88,000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2002년에 <영국 의사 협회British Medical Association>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사들 중 절반 정도가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에게 침술을 받도록 했다고 한다.

 

 

 

마오쩌둥이 중국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중의학 부흥에 앞장섰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이루어진 임상 시험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침술의 바탕이 되는 이론(음양, , 경락, 오장육부 등)이 현대 생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황당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침술의 치료 효과가 없다”라는 명제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침술의 치료 기제(mechanism)를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침술의 치료 효과가 없다”라는 명제의 근거는 될 수 없다.

 

 

 

레몬을 먹음으로써 괴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임상 시험으로 밝혀냈을 당시에는 비타민 C나 콜라겐에 대해 몰랐다. 따라서 왜 레몬을 먹는 것이 괴혈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그 기제에 대해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레몬이 괴혈병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바뀌지는 않는다.

 

제대로 된 임상 시험을 통해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면 그 치료 기제를 알아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그리고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치료 기제에 대해 아직 모르더라도 치료 효과가 있고 해로운 부작용(side effect)이 별로 없다면 그 치료법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떤 원시 부족에서 어떤 병을 어떤 약초를 이용해서 치료한다고 하자. 그리고 그 부족 사람들이 그 약초의 효험을 토템 신앙에 바탕을 두고 신화적으로 설명한다고 하자.

 

문명국의 의사나 과학자가 그 약초에 정말로 치료 효과가 있는지 궁금해서 임상 시험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치료 기제에 대한 그 부족민들의 설명이 아무리 황당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없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과학에 바탕을 둔 의학에서는 치료법의 기원이 아니라 임상 시험의 결과를 따진다. 아무리 황당한 이론에서 출발한 치료법이라 하더라도 임상 시험을 통과하면 인정을 받는다.

 

 

 

만약 침술에 진짜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했다면 침술 옹호자들의 이론이 황당하다는 점과 아직 과학적 치료 기제를 밝히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침술에 효과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침술에 치료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1970년대에 실시한 임상 시험의 설계, 시행, 해석에 시비를 걸어야 한다. 임상 시험 설계에 결함이 있거나, 임상 시험을 잘못 시행했거나, 임상 시험 결과를 잘못 해석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