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웬지 추상적인 상식, 이성에 입각한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근사해 보이긴 하지만 유효한 정치적 전략은 아니다. 이렇게 해서 지지자들을 결집시킬수 있을까? 정치는 공자님 말 놀음이 아니라 이익 투쟁의 장이다. 이익 대표성을 확실히 해야 한다. 민주당은 괜히 보수주의자, 극우주의자들까지 품으려 하지 말고, 서민과 중산층의 이익을 확고하게 대표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제 분업에 참여한 대기업의 수출 소득이 내수의 기반이 되는 우리의 경제 체제에서 대기업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한 한나라당이 단기적으로 서민의 이익을 대표할 용량이 있다는 것이다. 중도 개혁 진영의 서민 경제 정책은 그 효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구조적 대안인 반면 한나라당과 재벌 대기업이 합작하여 내세우는 단기 전략은 유권자에게 당장 먹혀들어갈 대중성을 갖고 있다. 트리클 다운론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의 발전 국가론이 서민과 중산층으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얻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개발 독재 세력이 주도하는 국가 발전과 생활 조건의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험을 가진 서민은 이제 독재를 하는것도 아닌 한나라당을 지지함에 있어 계급적 모순을 느끼지 않는다. 진보 진영이 내세우는 계급론이 공허한 수사로 끝나는 이유는 이와 같이 한국 계급 구도의 입체성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한나라당이 유능한 기업을 선두에 내세우고 서민들에게는 발전의 댓가를 그럭저럭 챙겨주는 일본식의 고성장 사회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한국인이 똑똑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추격이라는 국가 의제가 앞으로도 유효하다면 한나라당은 상당기간 발전을 역동적으로 견인하는 리더로서 자리잡을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여기다가 만약 한나라당이 유럽 왕정식의 시혜적 보수주의까지 품어서 대중적 레토릭과 온정적 정책을 쏟아낸다면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한국 정치에서 설 자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것이다.